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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더오래]자세 탓이 아니라고? 측만증에 대한 3가지 오해

by중앙일보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7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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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연주곡은 가수 인순이의 ‘아버지’다. 얼마 전 가족모임에서 아버지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평소 입으시던 양복이 유난히 헐렁해 보여서다. 어릴 적 기억하는 아버지의 넓은 가슴은 간데없고, 어느덧 팔순이 되어서 왜소해진 몸 때문에 양복이 헐렁해 보였다. 오랜 세월 동안 가족을 위해서 애쓰시고 이제는 힘이 다 빠져 작아 보이는 아버지 모습….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나도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묵묵히 따라가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 힘내세요.



“선생님 제가 3일 전에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가 삐끗했는데, 그 후로 허리가 아파서 꼼짝도 못 하고 있어요.”


“엑스레이를 찍어보니까 골반이 비틀어져 있고, 척추가 왼쪽으로 약 5도 정도 휘어있네요.”


“헉, 제 척추가 언제 저렇게 휘었을까요? 한 번도 제 척추를 이렇게 찍어본 적이 없는데 직접 보니 당황스럽네요.”


“제가 평소에 자세가 안 좋아서 척추가 틀어진 걸까요?”


“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선생님?”


“비틀어진 척추를 바로 잡으면 좋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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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흔히 경험하는 상황이다. 많은 환자가 허리가 아픈 근본 원인이 척추가 틀어진 것 때문이라 생각하고, 반대로 척추가 직선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휘어진 척추에 대해서 몇 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다.


1. 평소 자세가 안 좋아서 척추가 틀어진 걸까?


아니다.


측만증의 80%는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측만증’이다. 예전 어른들은 포대기에 업어 키웠기 때문에 다리가 오다리가 되고, 무거운 책가방을 한쪽으로 들었기 때문에 측만증이 생겼다고 했었다. 하지만 업어 키우지 않고, 양쪽으로 배낭을 메고 다니는 요즘 청소년들도 측만증은 흔한 것을 보면 맞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자세가 나빠서 척추가 틀어졌다기보다는, 척추가 틀어졌기 때문에 나쁜 자세로 앉는다고 반대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물론 바른 자세는 여러 가지 건강에 좋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지만, 나쁜 자세가 측만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2. 척추가 휘어서 허리통증이 생긴 것일까?


아니다.


척추 휜 것과 허리통증은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환자가 1년 전에 엑스레이를 찍어봤어도, 척추는 아마도 지금처럼 틀어져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측만증은 사춘기 시절 성장이 빨리 진행할 때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분의 척추는 아마도 중학생 시절 즈음부터 틀어져 있었을 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휘어있던 척추가 그동안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가 공교롭게도 3일 전부터 허리통증을 유발했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3. 그렇다면 측만증은 병이 아닌가?


대부분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척추가 20도 이상 휘어지지 않으면 질병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 측만증이 20도가 넘으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40도 이상 휘어지면 폐나 위장 등 장기를 압박해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처럼 5도 측만증은 정상적으로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증상도 거의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10도 미만 측만증은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허리가 아프지 않은 정상인들을 무작위로 뽑아서 척추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척추가 휘어있다. MRI도 마찬가지다. 50대 정상 성인남녀의 허리 MRI를 찍어보면 50% 이상에서 허리디스크나 척추관절염 등 여러 가지 이상소견을 찾을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만약 여러분이 척추 엑스레이나 MRI를 찍어봤더니 이상 소견이 나왔다 할지라도 여러분 허리에 증상이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만약 증상이 있다 할지라도 그 증상이 MRI 소견과 일치하는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서 진단해야 한다.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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