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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1950년 이후 최악의 위기” 코로나가 바꾼 7가지 여행 풍경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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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전 세계 관광산업은 유례없는 불황에 빠졌다. 사실상 지구촌 관광산업 전체가 멈춰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관광기구(UNWTO)도 “올해 국가간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80% 줄어들 것”이라며 “기록을 시작한 1950년 이후 최악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 우리는 다시 여행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의 여행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서너 달 만에 바뀐, 또 앞으로 달라질 우리네 여행 풍경을 7개 장면으로 짚어봤다.



① 텅 빈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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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러운 공항은 코로나의 참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국내 8개 공항의 3~4월 국제선 이용객(출발+도착)은 불과 80만 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1503만 명이었으니, 무려 95% 감소했다. 이제 인간은 비행기를 바라보고 꿈을 꾸지 않는다. 비행기가 날개를 접으니 항공산업이 무너졌다. 올 상반기 국내 항공산업의 매출 피해액이 5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 상태다. 해외여행이 중단되자 면세점 매출도 뚝 떨어졌다. 롯데면세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96% 급감했고, 신라면세점의 영업 손실액은 490억 원에 달했다.



② 바다 위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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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 예정이었던 초호화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가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해상 격리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크루즈에는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3700여 명이 탑승했던 상태.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충격적인 선내 생활을 중개하면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크루즈 확진자만 712명에 달했고 14명이 사망했다. 이후 홍콩·미국·호주에서도 크루즈 집단 감염 사태가 잇따랐다. 전 세계 언론은 ‘바다 위 호텔’로 불리던 크루즈를 ‘바다 위 감옥’으로 묘사했다. 한국의 크루즈 시장은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 지침 이전인 2016년, 크루즈로 방한한 외국인은 220만 명이었다. 현재 프린세스 크루즈는 물론이고 카니발·로열캐리비안 등 대형 크루즈 선사 모두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③ 혐오와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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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여권 지수는 세계 3위다. 비자 없이 여권만 있으면 갈 수 있는 나라가 170개 국에 달한다. 한국의 강력한 ‘여권 파워’는 세계화 시대의 유력한 징표였다. 이제는 아니다. 의미 없는 숫자일 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 입국을 제한한 국가와 자치구는 186곳에 달한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동양인을 조롱하거나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국가 차원에서 특정 국가 국민을 차별하는 일도 공공연히 일어났다. 이스라엘 정부는 2월 22일 한국발 대한항공 비행기가 텔아비브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인 승객을 돌려보냈다. 이스라엘 국민이 한국인 입국 반대 시위를 벌이는 장면은 코로나가 낳은 가장 아픈 풍경 중 하나다. 모리셔스 정부도 2월 25일 한국인 신혼부부 17쌍을 입국하자마자 열악한 시설에 격리했고, 베트남과 중국도 예고 없이 한국인 입국자를 격리했다. 세계관광기구는 “국제 관광 교류는 올해 말이나 2021년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④ 꽃밭을 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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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1년에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린다. 2018년 주요 문화관광축제 40개의 방문객만 1155만 명이었다. 경제 효과는 8065억 원에 달했다. 올봄은 아니었다. 모든 축제가 취소됐다. 앞으로 언제 다시 축제가 열릴지 기약도 없다. 한데 뜻밖의 상황이 연출됐다. 해마다 축제가 열렸던 봄꽃 명소마다 사람이 몰려들었다. 화들짝 놀란 자치단체가 서둘러 축제장 입구를 차단하고 방문객의 접근을 막았다.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는 시청 공무원이 당번을 정해 방문객을 쫓아냈고, 제주도 서귀포시와 강원도 삼척시의 유채꽃밭은 주민 스스로 엎어 버렸다.



⑤ 부활하는 아웃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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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완화된 뒤 첫 주말인 4월 25∼26일. 전국 국립공원은 탐방객으로 북적거렸다. 사실 정부가 방역 지침을 완화하기 전에도 산을 찾는 사람은 많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던 3월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지난해 3월보다 47%나 늘었다. 계룡산·지리산·치악산 국립공원도 지난해보다 탐방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등산·걷기여행·캠핑·자전거 등 이른바 ‘언택트 여행’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아웃도어 시장은 꿈틀거리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 4월 대표적인 차박(자동차 숙박) 용품인 차박 매트가 지난해 4월보다 6배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옥션’은 4월 초보자용 낚시 세트가 지난해보다 86%, 자전거는 72% 판매가 늘었다고 알렸다.



⑥ 80년대로 후퇴한 관광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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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한국 관광의 시계를 1984년으로 되돌렸다. 3월 방한 외래객 수가 8만3497명에 그쳤다. 지난해 3월보다 무려 95% 감소했다. 한 달 기준으로 84년 2월(8만2345명) 이래 최저 기록이다. 3월의 한국인 출국자 수는 14만3366명이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1989년 당시와 맞먹는 수치다. 출국자 수는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2871만 명)을 세운 바 있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져도 코로나 피해가 극심한 유럽과 북미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위생과 안전을 믿을 수 있는 지역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업계는 독립 빌라형 숙소가 많은 동남아 휴양지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예상을 내놨지만,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여행 자체를 겁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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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하루 세 개꼴 문 닫은 여행사


관광업계가 입은 피해는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특히 여행업·항공업·관광숙박업은 업종 자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맞서 정부는 파격적인 대책을 연일 선보였다. 고용노동부가 여행업·항공업·관광숙박업을 ‘특별 고용유지 지원 업종’으로 지정해 직원 휴직 수당을 90%까지 지원하며, 문체부는 1000억원 특별 융자를 편성해 1090개 여행사에 559억원을 지원했다(5월 14일 기준). 서울시도 1000개 여행사에 500만원씩 현금을 지급하는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 관광업계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휴업·폐업한 여행사는 400개에 달한다. 하루 세 개꼴로 여행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사실 폐업 신고만 안 했지, 모든 여행사는 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중견 여행사 직원 대부분이 유·무급 휴직 중이고,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다음 달부터 석 달간 직원 80% 무급 휴직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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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주신 분=▶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 ▶정태경 문체부 국내관광진흥과장 ▶이홍근 한국관광공사 테마관광팀 차장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 ▶이상무 참좋은여행 전무 ▶유효상 보령축제관광재단 기획팀장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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