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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59세 아줌마 서정희의 늦바람…최근 웨딩드레스도 맞췄다

by중앙일보

'혼자 사니 좋다' 에세이 책낸 서정희

콤플렉스 갇혀 보낸 결혼 시절 고백

"혼자도 즐길 줄 알아야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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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나를 괴롭힌 건 두 가지 사건이었다. 나는 특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안식을 주고자 했는데 정작 그는 집이 불편하다며 나갔고, 영국 영화 속 상류 사회 도련님처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아들은 지옥 같았다고 했다. 내가 자유로워지려면 청소 강박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막 살자, 막 살아야겠다.”


서정희씨가 최근 낸 에세이집 『혼자 사니 좋다』의 한 대목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철모르는 어린 나이에 털컥 해버린 결혼의 기억이 콤플렉스로 남아 그걸 감추기 위해 자신만의 성을 쌓고 고립된 채 완벽한 주부를 꿈꿨다는 서정희.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이 실패였다고 그는 책에서 솔직히 고백했다. 그리고 이혼 후 진짜 마음먹은 대로 ‘막 사는’ 모습을 가감 없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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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정희씨는 6년 전 세상이 떠들썩하게 이혼하면서 얻은 상처가 아직도 쓰리지만 “이제 혼자 사는 데 완전히 적응했다”며 “자유로운 지금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혼 사건은 꼬리표처럼 평생 붙어 다니겠지만 그게 오히려 저한테는 면류관처럼 느껴져요. 그 사건이 없었다면 저는 자유를 얻지 못했을 테니까요. 진정한 자유에는 대가가 필요하고, 그렇게 얻은 자유를 이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이제 누구에게 인정받으려 끌려가지 않고, 내 의지대로 나를 중심으로 모든 걸 결정하게 됐다는 거죠.”


그는 전 남편 서세원씨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고 했다.


“나를 안 만났다면 더 좋았을 텐데 생각할 때가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서 늘 의견이 대립됐는데 그 작은 순간들을 그냥 묻어두고 지나친 거죠. ‘착한 여자 신드롬’에 빠진 것처럼 나는 이런 엄마가 돼야지, 이런 아내가 돼야지 생각하며 저를 누르고 지냈던 거죠.”


한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 초빙교수로 3년을 일했고, 간간히 홈쇼핑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생계를 꾸렸다. 여전히 19평짜리 집을 쓸고 닦으며 아침·저녁으로 식탁을 완벽하게 세팅하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다. 그저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습관일 뿐. 대신 뭐든 하고 싶을 때는 보고 싶은 것 보고, 먹고 싶은 것 먹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고, 밤새 로맨스 영화를 보다 잠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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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웨딩드레스를 맞추고 혼자 화보도 찍었다. 19살에 딸 동주를 임신한 채 빌려 입은 드레스로 얼떨결에 치른 결혼식이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결혼하는 젊은 친구들처럼 세 번에 걸쳐 정성들여 티아라와 드레스를 맞췄다고 했다.


“아름다움을 잃지 말고 계속 도전하며 살라고 저에게 주는 선물이었어요.”


이번에 맞춘 드레스는 내년에 있을 60세 환갑 모임 때도 입을 요량으로 우아한 디자인을 골랐다고 한다. 남들은 다 한다는 환갑잔치 대신, 그는 무대에서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독백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요즘 춤도 배우고 보컬 연습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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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마디로 “시시한 할머니로 늙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화끈한 연애도 못해봤는데 벌써 노안이 와서 돋보기 껴야 하고 염색해야 하고.(웃음) 보이지 않는 곳에 살이 붙고 주름은 늘고. 하나부터 열까지 피할 수가 없는데, 피할 수 없다면 이걸 멋지게 표현하고 싶어요. 돋보기를 쓰더라도 럭셔리하고 유니크한 돋보기를 쓰고, 머리 염색은 흰 머리 보이지 않게 밝게 하는 거죠. 긴 머리? 나이 들면 왜 머리는 짧아야 하죠?”


59살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동안인 그는 이처럼 나이를 잊은 차림과 행동 때문에 종종 악플러들의 공격대상이 된다.


“이유는 간단해요. 제가 예쁘니까요.(웃음) 그분들이 보시기에 제가 별 볼일 없다 생각되면 관심을 안 갖겠죠. 지금도 책을 7권 째 내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저를 작가라고 인정해주지 않아요. 그냥 제 얼굴만 갖고 이야기해요. 나이 값 좀 하라고, 동안 타령 좀 그만하라고. 내가 동안이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그럼 내 나이에 뭘 해야 되는 거죠? 59세 아줌마가 발레 스튜디오에서 발레복 입는 건 안 되고, 수영장에서 수영복 입는 건 괜찮나요? 난 수영복이 더 야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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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쇼 미 더 머니’와 ‘가요무대’ 사이에서 마음껏 즐기며 살고 싶다고 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할 만큼 연애도 하면서 말이다.


“연애는 너무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요. 발레학원 같이 여자들 있는 데만 가서 기회를 못 만나는 거래요.(웃음)”


그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제가 유일하게 꾸준히 해왔던 게 글이에요. 처음엔 단순한 메모였지만 글을 안 쓴 적이 없어요. 아마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핸드폰을 이용해 글을 쓸 거예요. 지금도 누워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뭔가 떠오르면 휴대폰에 음성녹음을 해놓거든요.”


그는 『혼자 사니 좋다』 책이 이혼권장 도서는 아니라며 웃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분들이 상담을 해 와요. 가족도 싫고 모든 게 너무 힘들다고.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혼을 했든 이혼을 했든 누구나 혼자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남편은 직장에 가고, 다 커버린 아이들은 엄마 손길이 필요 없다고 하고. 사실 엄마들도 외롭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혼자 할 수 있는 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고민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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