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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올여름 멋있어 지려면 '이 바지'를 입어야 한다

by중앙일보

2020년 패션 트렌드

버뮤다 팬츠 & 버뮤다 슈트


올여름 반바지가 한층 점잖아졌다. 지난해 여름엔 남녀 할 것 없이 엉덩이 바로 밑 길이의 짧은 쇼트 팬츠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짧은 레깅스 스타일의 '바이크 쇼츠'가 유행했던 것과는 다르다. 많은 디자이너가 올여름에는 짧은 반바지 대신 무릎길이의 ‘버뮤다 팬츠’를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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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팬츠는 양복바지를 잘라 놓은 듯 바지통에 여유가 있고 깔끔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같은 원단으로 만든 재킷과 함께 버뮤다 팬츠를 매치하면 '버뮤다 슈트'를 완성할 수 있다.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다니엘 리는 2020 봄·여름 컬렉션 무대에서 남녀 모델을 동시에 등장시키며 다양한 버뮤다 팬츠와 버뮤다 슈트 스타일을 보여줬다. '막스 마라' 역시 다양한 버뮤다 슈트를 선보였는데, 일반적인 재킷 외에도 트렌치코트·조끼를 버뮤다 팬츠와 함께 조합해 한층 멋스러운 여름철 슈트 스타일을 만들었다. '셀린느'는 꽃무늬 자수가 놓인 데님 소재의 버뮤다 팬츠를 체크무늬 망토와 함께 스타일링해 경쾌하면서도 인상적인 여름 스타일을 제시했다.



해군 군복에서 리조트 웨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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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팬츠를 입은 영국 해군. 사진 위키 미디어

버뮤다 팬츠는 영국 해군의 군복에서 유래된 바지다. 열대·사막 등 날씨가 더운 지역에서 입기 위해 고안됐다. 영국 해군은 1910년대부터 입기 시작해 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때 이들이 주둔했던 버뮤다 지역에서도 입었다.


일반인들이 입기 시작한 건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 옷이 부족했던 버뮤다의 한 은행에서 적절한 비지니스 복장을 위해 남성 직원들에게 영국군 반바지를 모델로 한 바지를 제공하면서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은행은 얇은 두께의 회색 플란넬(면·레이온 등을 혼방해 만든 얇은 양모 원단) 소재의 반바지를 제공하면서 이와 함께 착용할 수 있는 두 켤레의 목이 긴 회색 양말도 함께 줬다고 한다. 상의로는 드레스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함께 입었다.


버뮤다 팬츠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버뮤다를 대표하는 남성복으로 자리 잡았고, 이곳을 찾은 미국·유럽 관광객들이 더운 날씨에 실용적이고 편안한 의상으로 선택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한편으로는 ‘버뮤다’라는 지역명이 주는 휴양지 이미지와 맞물려 상류층이 요트를 타고 섬에서 시간을 보낼 때 입는 리조트 스타일을 대표하는 옷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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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입으려면 신발 선택이 중요


버뮤다 팬츠는 반바지치고는 길이가 긴 편이다. 패션업계에선 '무릎 위로 6인치(약 15cm) 이상 올라가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도 있다. 다른 반바지 대비 길이가 길어서 격식 있어 보이는 대신 스타일링이 어렵기도 하다. 애매한 길이 때문에 신발은 뭘 신어야 할지, 또 양말은 어떡할지 고민이 쌓인다.


이때는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컬렉션 무대 위 모델들의 스타일을 참고할 만하다. 가장 쉽고 잘 어울리는 신발은 맨발로 신는 샌들이다. 가죽으로 된 슬리퍼 스타일이나 끈으로 발목을 묶는 글래디에이터(검투사) 스타일의 샌들이면 어떤 버뮤다 팬츠나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하이힐을 선택할 때는 옛 스타일대로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으면 클래식한 멋이 난다. 남자 역시 슬리퍼 스타일의 샌들이 잘 어울리지만, 로퍼나 단순한 디자인의 스웨이스 소재 구두도 괜찮다. 반대로 피해야 할 신발은 발목 위로 올라오는 앵클 부츠다. 아무리 키가 커도 다리가 짧아 보이는 걸 피하기 힘들다. 부츠를 신고 싶다면 차라리 무릎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를 선택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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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를 선택할 때는 되도록 넉넉한 품의 오버사이즈 디자인이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몸에 달라붙는 상의는 균형이 맞지 않아 뭔가 허전하다. 큼직한 스웨트셔츠나 티셔츠를 입어도 좋고, 여성이라면 과감하게 화려한 프린트의 슬립 스타일 상의를 입어도 예쁘다. 보테가 베네타 스타일의 가죽 버뮤다 팬츠라면 위에 가벼운 스웨터나 큼직한 재킷만 걸쳐도 화려하고 멋진 스타일이 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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