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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슬의생' 전미도의 도전 "평양냉면 같은 슴슴한 매력 통했다"

by중앙일보

드라마 첫 도전 ‘슬기로운 의사생활’

매사 완벽한 캐릭터 사랑스럽게 소화

“역효과 날까 봐 최대한 힘 빼고 연기해

연말까지 촬영 쉴 때도 밴드 연습 계속”

중앙일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 역을 맡은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처음엔 귀를 의심했죠. 제가 여자주인공이라니. 딱 하루 좋고 그다음부터는 걱정이 더 컸어요. 경험도 많이 없는 데다 낯선 얼굴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거에 연연하다 보면 괜히 힘이 들어간다든지, 안 해도 되는 짓을 한다든지 역효과가 날까 봐 애써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무대는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드라마는 카메라가 가까이 있으니 뭘 하지 않는 편이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28일 종영한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서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역할로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배우 전미도(38)가 밝힌 소감이다. 종영을 이틀 앞두고 서울 반포동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 촬영 현장이 힘들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는데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자 주 1회 방송으로 진행된 만큼 휴일도 보장되고 아주 행복한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촬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6개월간 진행됐지만, 밴드 연습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해 “촬영 현장도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과 똑같이 화기애애”했다고.

“너무 완벽한 캐릭터 때론 가증스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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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99학번 동기인 이들은 낮에는 병원에서, 밤에는 연습실에서 함께 얼굴을 맞댄다. 홍일점인 전미도를 중심으로 ‘미도와 파라솔’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사진 tvN]

의대 99학번 동기 ‘99즈’로 호흡을 맞춘 조정석(40)ㆍ유연석(36)ㆍ정경호(37)ㆍ김대명(40)은 각종 드라마 및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였지만, 전미도는 상대적으로 낯선 배우여서 시작 전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공연계에서는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 이후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 토드’ 등 숱한 히트작을 낳은 스타였지만, 드라마와 영화 경력은 특별출연한 ‘마더’(2018)와 ‘변신’(2019)이 전부인 탓이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만든 터라 잘 알려진 배우로 캐스팅하려고 생각했으나 배역과 잘 맞는 데다 조정석과 유연석이 연이어 추천하면서 마음을 굳혔다.


“사실 같이 공연계에서 활동했다 해도 조정석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유연석씨와도 시상식에서 한번 만나서 인사한 게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추천했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죠. 아무래도 공연을 오래 하다 보니 연기도 정형화되고, 더 이상 발전도 없는 정체기가 아닌가 싶어서 새로운 매체에 도전하게 됐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채송화는 똑똑하고, 다정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완벽한 캐릭터잖아요. 매사에 책임감이 강한 건 비슷한데 실제 성격과는 좀 달라서 남편한테 ‘너무 가증스럽지 않냐’고 물었더니 다행히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음치인데 노래 잘한다고 사기 쳐서 보컬을 맡는다거나 음식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거나 엉뚱한 면도 있어서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가창력 뛰어나지 않은데 음원 1위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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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는 2006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 이후 이번이 첫 드라마 주연작이지만 사랑스러운 채송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 받았다. [사진 비스터즈엔터테인먼트]

전미도가 부른 OST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2006년 신효범 원곡)는 22일 공개 직후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구십구년 일월 삼십일일/ 그날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나 하나만 기다려준 너를” 등 노랫말은 극 중 채송화와 이익준(조정석)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전미도는 “조정석의 ‘아로하’가 장기집권하고 있어서 부담이 많이 됐는데 연이어 1위라니 기적 같은 일”이라며 “이 정도면 전 국민이 듣고 있다는 건데 우리 시청률 조사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시절부터 “다른 배우들처럼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말해온 그는 “계속 메인보컬 하라고 했으면 부담스러웠을 텐데 음치 설정이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밴드 합주신이 가장 어려웠지만 함께 한 시간이 쌓이면서 점차 탄력이 붙었다. “캐논 연주곡만 3개월을 연습했어요. 감독님은 속도를 계속 높이는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협상을 많이 했죠. 베이스 치면서 정말 손목이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굳은살도 생기고. 그런데 그것보다 어려운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3주 만에 해냈어요. 늘긴 늘었나 봐요.” 올겨울 시즌 2 촬영을 앞둔 이들은 “촬영이 없는 동안에도 주기적으로 만나 합주 연습을 하기로 했다”고. “송화의 속마음은 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저도 답답해 죽겠어요. 시즌 2에서는 익준이든 치홍(김준한)이든 러브라인도 드러나고 대체 오빠들한테 어떤 설움을 받았는지 가족사도 좀 구체적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평양냉면 같은 슴슴한 매력 통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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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는 ’현장에 자문 선생님이 계셔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수술 장면을 촬영했다“며 ’수술신이 굉장히 매력 있어서 시즌 2에서는 더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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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는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7회에서 양석형(김대명)을 위로하기 위해 코믹한 표정을 짓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웃으면서 찍었지만 가슴이 찡했다“고 덧붙였다. [tvN 캡처]

첫 회 6.3%로 시작해 두 배 넘게 뛴 시청률로 종영한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슴슴한 맛”을 꼽았다. 현장에서 “자극적인 ‘마라탕’ 같은 드라마들 속에서 우리는 ‘평양냉면’ 같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저는 부산에서 서울로 대학을 와서 어릴 적 친구들과 자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초등학교 친구들과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을 만들게 돼서 매일 연락하게 됐거든요. 20~30년 된 친구들과 다시 옛날처럼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하는 연극을 보고 배우를 꿈꾸게 된 그는 “원래 천사 역할이었지만 예수님을 맡은 친구가 공연 전날까지 대사를 못 외워서 대신 하게 됐는데 이미 숙지하고 있는 걸 보면서 스스로 남다르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땐 배우도 아니고 장래희망에 ‘탈렌트’라고 적었어요. 선생님마다 말리셨죠. 넌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니, 말하는 데는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아나운서는 어떠니 하면서 회유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길 잘했죠. 하하.”


차기작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6월 30일~9월 13일, 예스24스테이지 1관)으로 일찌감치 정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도재학 역으로 출연한 정문성과 2016년 초연부터 함께 한 작품이다. “내용도 모르고 표지 한 장 보고 개발 단계부터 함께해서 애착이 남다른 작품이에요. 창작 뮤지컬이다 보니 계속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수정 보완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라면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가리지 않고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