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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마구 때려 정신 잃으면 업어치기···10대들 기절초풍 '기절놀이'

by중앙일보

전북 전주서 '집단 구타 사건' 발생

10대 11명, 중3 남학생 때리거나 구경

'기절놀이' 반복…온몸에 타박상·찰과상

학폭위, 대부분 출석정지 등 선도조치

피해자兄 "솜방망이 처벌…무서워 전학"

일부 가해 학생 "억울하다" 혐의 부인

경찰, 공동폭행 혐의 7명 송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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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전북 전주시 평화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주 모 중학교 3학년 A군이 또래 남학생에게 멱살을 잡힌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 캡처. [사진 A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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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쪽으로 가해 학생들이 우르르 뒤따라가고 있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 캡처. [사진 A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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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생들이 A군을 놀이터 미끄럼틀 쪽으로 밀치며 에워싸고 있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 캡처. [사진 A군 가족]

어두컴컴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북 전주 모 중학교 3학년 A군(15)이 또래 남학생에게 멱살을 잡힌 채 어디론가 끌려간다. 잠시 후 중·고등학생 10여 명이 A군 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이들은 놀이터에 있는 원통형 미끄럼틀 입구에 A군을 밀어 넣은 뒤 주위를 에워싼다. 학생 2명은 아랑곳없이 A군의 모습을 구경하며 그네를 탄다.


지난 4월 23일 오후 9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한 아파트 단지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장면이다. 이날 A군은 1시간 20분간 또래 남학생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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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얼굴 곳곳에 피멍이 든 A군. [사진 A군 가족]

10일 전주 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30분까지 전주 모 고등학교 1학년 B군(16) 등 전북 지역 중학교 2학년~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11명은 A군을 집단 폭행하거나 폭행 장면을 구경했다. A군은 할머니 집에 가던 길에 평화동 한 패스트푸드점 주차장에서 우연히 B군 패거리와 마주쳤다가 봉변을 당했다.


B군 등은 A군에게 그의 친구를 부르라고 시킨 뒤 연락이 닿지 않자 욕설을 퍼붓고 주먹과 슬리퍼로 얼굴과 머리·배 등을 마구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A군을 반복해서 넘어뜨리고 "담뱃불로 몸을 지지게 해주면 집에 보내준다"고 협박했다.


일부 학생은 입과 코를 막고 가슴을 압박해 정신을 잃게 하는 '기절놀이'로 A군을 수차례 기절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이 기절하면 배를 때려 깨우거나 업어치기로 다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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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손가락이 다친 A군. [사진 A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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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다리 곳곳에 피멍과 찰과상을 입은 A군. [사진 A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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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다리 곳곳에 피멍과 찰과상을 입은 A군. [사진 A군 가족]

한 학생은 술을 마시면서 A군이 맞는 모습을 구경하다 입에 머금고 있던 술을 A군 얼굴에 뱉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중간에 자리를 피하거나 A군에게 '도망가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신히 사건 현장에서 벗어난 A군은 얼굴과 몸 곳곳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는 등 2주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해를 입었다. 뇌진탕과 복부 좌상(내부 조직이나 장기 손상 상태) 진단도 받았다.


A군은 사건 이틀 전인 4월 21일에도 각각 정오 무렵과 오후 9시쯤 평화동의 한 교회와 볼링장 근처에서 두 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B군 패거리에 속하는 서너 명이 A군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때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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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해 상해를 입은 A군의 병원 진단서. [사진 A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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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전주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 결정 통보서. A군이 집단 구타 가해자로 지목한 한 학생은 심의 결과 출석 정지 5일 등의 선도 조치가 나왔다. [사진 A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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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전주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 결정 통보서. A군 집단 구타 현장에 있었던 한 학생은 심의 결과 '학교 폭력이 아니다'는 결정을 받았다. [사진 A군 가족]

A군은 두 번째 집단 구타 사건이 발생한 날 전주 완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가해 학생 일부는 경찰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다른 일부는 혐의를 부인하거나 억울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8일 전주교육지원청은 지난 4월 21일과 23일 A군을 폭행하거나 폭행 장면을 구경한 학생 14명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었다. 심의 결과 10명은 출석 정지 5일과 사회봉사 12시간, 특별 교육 30시간 등의 선도 조처가 내려졌다.


학폭위는 "가해 학생의 폭력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고, 고의성이 낮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등의 이유를 댔다. 나머지 학생 4명에 대해서는 "피해 학생이 관련 학생의 연관성이 적음을 진술하고 있다"며 학교 폭력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A군의 친형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건 초기 가해 학생들과 통화했는데 대부분 반성의 기미가 없고 '기절놀이를 한 적이 없다' '때리지 않았다' '그 자리에 없었다'는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했다"며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 (가해 학생들이) 교육지원청이나 학폭위에서 제대로 된 징계를 받길 원했는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말했다.


A군 측은 학폭위 결과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사건 이후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려 온 A군은 대안학교를 알아보고 있다고 A군의 형이 전했다. 가해 학생들과 마주치거나 보복당할 것을 우려해서다. 같은 이유로 고교 진학도 포기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A군이 애초 가해자로 지목한 11명 중 7명을 공동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을 달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나머지 4명 중 3명은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내릴 방침이고, 만 14세 미만인 1명은 촉법소년이어서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