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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40분 설득에도 휘발유 분신…불꽃 보자 아기부터 꺼낸 경찰

by중앙일보

22개월 된 아들과 분신 시도한 40대 검거

경찰관, 불 붙자 아이 구출해 목숨 구해

중앙일보

18일 오전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의 한 사거리에서 A(41)씨가 자신의 몸에 인화 물질을 끼얹고 22개월 된 아이를 안은 채로 차 안에서 불을 질렀다. 연합뉴스

22개월 된 아이를 차에 태우고 분신을 시도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휘발유를 몸에 뿌린 이 남성은 40분간 이어진 설득에도 결국 몸에 불을 붙였으나, 경찰의 발 빠른 대응으로 아이는 물론 피의자의 목숨을 구했다.


18일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성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에게 맞고 있다는 한 여성(36)의 신고가 접수됐다. 10분 뒤 현장에 도착한 강서지구대 소속 경찰은 A씨가 보이지 않자 전화 통화를 시도하며 아파트 근처를 수색했다.


경찰은 오전 3시10분쯤 아파트 주차장에서 22개월 된 아들을 안고 있는 남편 A씨(41)를 발견했다. 경찰이 다가서자 A씨는 1.8L 생수병에 든 휘발유를 몸에 뿌리며 “더 오면 불을 붙이겠다”고 협박했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A씨는 오전 3시20분쯤 자신의 쏘렌토 차량에 아이를 태우고 달아났다. 경찰관계자는 “피의자가 아이를 안고 위협하는 바람에 강제로 제압할 수 없어 설득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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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의 한 사거리에서 A(41)씨가 자신의 몸에 인화 물질을 끼얹고 22개월 된 아이를 안은 채로 차 안에서 불을 질렀다. 사진은 화재가 난 차량 내부. 연합뉴스

경찰은 순찰자 4대를 동원해 A씨를 추격했다. 경찰은 오전 3시30분쯤 성화동 구룡사거리 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밖에 나와 있는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내리자 자신의 차 안으로 들어가 불을 붙였다. 차량에서 불이 오르는 걸 본 경찰관은 아이를 먼저 구출했다. 이후 순찰차에 있던 소화기를 꺼내 A씨와 차량에 붙은 불을 껐다.


양완모 강서지구대장은 “A씨가 왼손에 아이를 안은 채 오른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로 몸에 불을 붙였다”며 “단 몇 초만 늦었어도 아이가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 중이다. 아이는 머리를 그을린 것 외에 큰 상처가 없었다.


A씨의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 양육문제로 부부 싸움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관계자는 “A씨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