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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편의점 하나 없는데 관광객 북적···'와서 보라'는 신안 퍼플섬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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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체를 보랏빛으로 단장한 전남 신안군 '퍼플섬'. [사진 신안군]

파란색 지붕과 하얀색 담벼락. 세계적인 휴양지 그리스 산토리니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스페인 남부의 후스가르는 일명 ‘스머프 마을’로 통한다. 인구 200명 남짓한 산골 마을인데, 마을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한 후 유명 관광지가 됐다.


동화에서 봤을 법한 이색 마을이 국내에도 생겼다. 전남 신안의 반월도와 박지도. 섬 전체가 보라색으로 꾸며져 있어 ‘퍼플섬’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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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의 섬이 박지도, 오른쪽 섬이 반월도다. 두 형제섬과 안좌도(아래) 사이에 보라색으로 칠한 퍼플교가 놓여 있다. [사진 신안군]

반월‧박지도는 신안군 안좌도 앞바다에 이웃한 자그마한 형제섬이다.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퍼플교(1.4㎞)’로 불리는 보랏빛 다리를 건너면 박지도와 반월도에 차례로 닿는다. 퍼플섬 안쪽은 살림집 지붕과 담벼락을 비롯해 식당‧정자‧공중전화부스‧펜션‧카페 등등 모든 것이 보라색이다. 심지어 도로 분리대와 분리수거 박스까지도 보라색으로 덮혀 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라벤더‧자목련‧수국 등 보랏빛 꽃도 심겨 있다. 주민들 역시 보라색 옷을 맞춰 입고 나와 관광객을 맞는다. 마을 곳곳이 기념사진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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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옷차림을 한 퍼플섬 주민들의 모습. 마스크도 보라색이다. [사진 신안군]

전남도와 신안군은 2015년부터 보라색 테마의 ‘퍼플섬 조성 사업’에 매달려왔다. 40억원을 들여 섬의 특색을 살린 둘레길과 등산로 등을 개설했다. 주민들도 팔을 걷고 나와 마을 단장을 도왔다. 아직 정식 개장 전이지만, 이미 전국으로 입소문이 퍼졌다.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 5월 주말마다 4000명 가까운 관광객이 들었다. 박지도와 반월도 인구를 다 합쳐 봐야 120명 남짓이다. 그 흔한 편의점, 초등학교 하나 없는 작은 섬이다.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박지도 정홍일(67) 이장도 “22명 사는 조용한 섬마을이 간만에 시끌벅적하다”며 놀라워했다.


퍼플섬을 여행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 발로 걷는 트레킹이다. 반월‧박지도 모두 섬 둘레를 따라 길이 잘 나 있어, 해안 경관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누리며 걸을 수 있다. 전체 6.2㎞ 거리로, 3~4시간이면 두 섬을 다 돌아볼 수 있다. 섬 입구에서 자전거(1시간 5000원)도 빌릴 수 있다. 등산도 가능하다. 어깨산(201m)에서 마을과 퍼플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섬 안쪽에 쉬어갈 만한 식당‧펜션‧카페 등이 자리해 있다. 모두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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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섬의 풍경. 반월도와 박지도 곳곳에 보라색을 입혔다. [사진 신안군]

퍼플섬은 아직 입장료가 없다. 오는 7월 정식 개장 후 유료화될 예정이다. 신안군에서 보라색 차림을 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