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00명이 떼로 커닝했다…외대 단톡방엔 "집단지성"

[이슈]by 중앙일보

한국외대 988명 수강 교양강좌

오픈카톡방 참가자 확인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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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들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외대의 온라인 기말고사에서 대규모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카톡방에서 실시간으로 정답을 공유한 수강생들은 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온라인 시험의 특성을 악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학은 속수무책이다.



4개 카톡방, 700여명 모여 '정답 공유'


22일 한국외대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 교양과목 기말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오픈카톡방)을 이용한 정답 공유가 이뤄졌다. 대학에 따르면 이 과목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으로, 수강 제한이 없어 988명이 수강하는 과목이다.


이 과목 수강생들은 최소 4개의 오픈카톡방을 개설했으며, 총 참가 인원은 700여명에 달했다. 여러 방에 중복으로 참여한 인원을 감안하더라도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부정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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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은 객관식 문제 뿐 아니라 서술형 문제 답안도 공유했다. 오후 7시 시험이 시작되자 한 수강생은 “집단지성을 이용해 봅시다”라고 했다. 객관식 문제는 각자 아는 문제를 풀어 답을 올렸다.


중구난방으로 올라오는 정답을 깔끔하게 정리해 올려주는 수강생도 있었다. 서술형 문제는 서로 참고할만한 내용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정답을 공유했다. 잘못된 답을 올리는 학생이 생기면 “물 흐리지 말라”는 다른 학생의 지적이 나왔다.


1시간 30여분간의 시험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다. 오픈카톡방은 이용자가 모두 익명이라 참가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한 수강생이 부정행위가 적발될까 우려하자 다른 수강생들은 “오픈채팅은 추적이 불가하니 신경쓰지 말라”, “신상 특정할 방법은 없다”며 서로 안심시키는 모습이었다.



대학측 “부정행위 확인된 학생 징계위 회부”


학생들에 따르면 이 과목은 앞서 중간고사에서도 집단 부정행위가 있었다. 당시 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정한 평가를 위해 기말고사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했다. 예고대로 기말고사에는 서술형 문항이 추가됐지만, 학생들은 오픈카톡방을 비공개로 바꾸는 등 보안을 더욱 철저히 하고 정답 공유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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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카톡방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명백한 부정행위라며 분노했다. 홀로 시험을 치렀다는 A씨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대학까지 와서 '컨닝'을 한다는 것에 화가 난다”며 “학교에 정식으로 이번 부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관계자는 “서술형 답안에 대해 표절 검사를 실시하고 표절로 확인이 된 학생들은 해당 과목 이수를 취소하겠다”며 “문제가 심각한 경우 학생 징계위원회에도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 온라인시험 부정행위 잇따라


이런 온라인 부정행위가 이 대학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미 지난 1일 인하대에서는 의대 학생들이 온라인 시험에서 정답을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러 전원 0점 처리됐다. 건국대·서강대 등에서도 비슷한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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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기말고사를 대면 시험으로 치르려 하고 있지만 반발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학생들은 안전을 위해 온라인 시험을 치르고 성적은 ‘패스/논패스’ 방식으로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생 양희지(24)씨는 “공정하게 공부하는 학생들 노력이 짓밟혀서는 안된다”며 “부정행위에 대해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양인성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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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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