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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등산 때마다 마주치는 스피커족, 벌금 30만원에도 활개치는 이유

by중앙일보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 등산 에티켓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활동을 위축됐지만 20~30대를 중심으로 등산이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뒤 등산객이 몰린 북한산 백운대. [연합뉴스]


때아닌 등산 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등산에 ‘입덕(새로운 분야에 푹 빠졌다는 뜻)’하는 20~30대가 급증해서다. 여가 활동 플랫폼 ‘프립’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 ‘등산·트레킹’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0% 증가했다. 프립은 “이용객 대부분이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인 밀레니얼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시는가? 등산에 맛을 들인 초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등산복이 아니다. 레깅스든, 트레이닝복이든 상관없다. 먼저 챙겨야 할 건 등산 에티켓이다. 2030은 물론 주말마다 산을 찾는 열혈 산꾼도 의외로 잘 모르는 기본 에티켓을 정리했다.

①산에서도 지켜야 할 ‘거리두기’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산에서는 ‘2m 이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 앞사람에게 바짝 다가가면 부담을 주고,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때 몸이 엉켜 함께 다칠 수도 있다. 앞사람이 밀치고 간 나뭇가지가 회초리처럼 뒷사람을 때리는 경우도 많다. 스틱도 위험하다. 스틱을 뒤로 휙 제치다가 뒷사람을 칠 수도 있다.

②내려오는 사람이 양보하자

좁은 산길에서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만나면 누가 양보해야 할까. 정답은 내려오는 사람이다. 국립등산학교 안중국 교장은 “올라가는 사람이 체력이 더 부치고 시야도 훨씬 좁다”며 “내려가는 사람이 잠깐 멈춰 서서 옆으로 비켜주는 건 기본 에티켓인데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③계곡물에서 손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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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에서 목욕을 하거나 빨래, 설거지를 하는 등산객도 있다.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무등산 국립공원에서 공원 직원이 속옷만 입고 물놀이하는 탐방객을 단속하는 모습. [연합뉴스]


여름 산행의 재미 중 하나가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며 놀기다. 참고로 국립공원은 여름에 한해 어린이는 물놀이, 어른에게는 발 담그기 정도는 허용한다. 상의 탈의는 다른 탐방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어 금지한다. 한데 꼭 ‘선을 넘는’ 등산객이 있다. 웃통 벗고 몸을 씻고 손빨래하고 설거지까지 한다. 모두 불법 행위다. 자연공원법 제29조 1항, 시행령 제26조 3항에 따라 과태료 10만~30만원(위반 횟수 기준)이 부과될 수 있다.

④민폐 중 민폐 ‘스피커족’

산에서 절대 피하고 싶은 부류가 있다. 스마트폰 스피커로 음악을 쩌렁쩌렁 틀고 다니는 ‘스피커족’이다. 새소리 물소리 대신에 음악이 들려오면 불쾌감이 치솟는다. 사실 스피커족은 계곡 빨래와 마찬가지로 과태료(10만~30만원) 부과 대상이다. 그런데도 스피커족이 전국의 산에서 활개 치는 이유는 뭘까. 국립공원공단은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먼저 제한행위 공고를 해야 한다”며 “아직 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를 특정해서 공고한 적이 없고 과태료 부과 사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⑤식사는 최대한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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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식사는 간소하게 하는 게 좋다. 21개 국립공원에서는 도시락을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사진 경주국립공원]


산 중턱에서 돗자리를 펴고 십 첩 반상을 차리는 이들이 있다. 버너를 가져와 라면 끓이고 삭힌 홍어에 막걸리도 곁들인다. 출장 뷔페가 울고 갈 수준이다. 산에서는 간단히 먹자. 김밥이 가장 간편하다. 단 상하기 쉬우니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산에서 김밥을 잘못 먹고 급체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두세 시간 산행이면 빵이나 에너지바, 과일 정도로 충분히 열량과 수분을 채워줄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은 자제하고 쓰레기는 모두 챙겨오자. 귤·바나나 같은 과일 껍질도 아무 데나 버리면 안 된다. 농약 묻은 껍질은 야생동물에게 해롭고, 금방 썩지도 않는다. 도리어 악취를 풍기고 벌레가 꼬여 다른 탐방객에게 혐오감을 준다.

⑥알코올 섭취는 하산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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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내연산 군립공원 계곡가에서 막걸리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 있는 등산객의 모습. 최승표 기자


정상에 올라 땀을 식히며 한 잔 걸치는 재미. 이 맛에 산 타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2018년 9월부터 국립·도립·군립공원에서 음주 행위가 금지됐다. 다만 아차산·청계산처럼 도시공원법을 적용받는 산은 음주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명심하자. 실족부터 골절·뇌진탕·사망 사고까지, 산행 중 발생한 사고의 30% 이상이 음주로 인한 사고다. 산에 올라서는 좋은 공기 마시고, 술은 산 밑에서 마시자.

⑦야간산행은 가려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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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야간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립공원은 야간산행이 금지돼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중앙포토]


날이 더워지니 해 진 뒤 산을 오르는 산꾼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아무 산이나 오르면 안 된다. 북한산·도봉산 등 국립공원은 야간산행이 금지돼 있다. 국립공원은 일몰 전 하산을 권한다. 요즘 2030 사이에서는 ‘프립’이나 ‘코오롱 로드랩서울’에서 운영하는 야간산행 프로그램이 인기다. 전문 등산 리더가 안내하고 아차산이나 남산처럼 비교적 덜 위험한 산을 오른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