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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시그널' '슬빵' 여동생의 반전, '팡파레' 스릴러퀸 임화영

by중앙일보

9일 개봉 범죄 영화 '팡파레'

작년 부천영화제 여우주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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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상이어서 얼떨떨했어요. 여태까지 임화영과 달라서 새로웠다는 말, 연기자로서 감사했죠.” 첫 스크린 주연작 ‘팡파레’(감독 이돈구)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국내경쟁부문)을 차지하고 9일 개봉에 나선 배우 임화영(36)의 말이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현장에선 첫 주연에 대한 부담감을 잊고 인물에 집중했는데 (막상 개봉을 앞두니) 떨린다”고 했다.



'시그널' '슬기로운...' 여동생의 반전


한밤중 문 닫힌 바(Bar)에 모인 불청객들의 시끌벅적 살육전을 펼쳐낸 영화에서 그가 맡은 ‘제이’는 유일한 여성 캐릭터이자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는 누군가 의뢰한 일에 착수하기 전 근처 바에서 시간을 떼우려다 생각지 못한 소동에 휘말린다. 금빛 단발에 새빨간 입술, 무서울 것 없는 매서운 눈빛까지 전작 속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청순한 역할부터 왈가닥까지 변신을 거듭해온 그다.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 고두심의 젊은 시절에 이어 tvN ‘시그널’의 김혜수 동생, ‘슬기로운 감빵생활’ 박해수 동생 등 동생 전담 배우로 흥행을 맛봤고, ‘김과장’(KBS2)의 다방 레지 출신 경리사원 ‘광숙이’ 역할론 대중에게 얼굴도장도 꾹 찍었다. 그때마다 “그 배우가 그 배우였어” 뒤늦은 감탄이 따랐다. ‘팡파레’는 그런 변신의 절정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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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함 속의 날카로움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데뷔작 ‘가시꽃’(2013) 등 인물 이면의 불안감을 파헤쳐온 이돈구 감독이 임화영을 발견한 건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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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임화영이 연기한 제희. 교도소에 수감된 야구선수 제혁(박해수)의 동생이자 간수인 친구 준호(정경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강단있는 요리사다. '팡파레'의 제이와 이름이 비슷하다. [방송캡처]

“청순한 캐릭터인데 찰나에 느껴진 날카로움이 있었다더군요.” 임화영이 전한 감독의 얘기다. “평소 무서운 영화나 스릴러는 잘 못 보지만, 촬영하는 건 크게 무섭지 않다. 하도 영화(‘석조저택 살인사건’ ‘퇴마:무녀굴’)에서 피 흘리고 피 묻힌 채 나와선지 ‘음, 피구나’ 한다”며 싱긋 웃는 것도 이번 영화 속 제이와 통한다.


강자와 약자가 쉴 새 없이 뒤집히는 반전 속에서 제이는 날뛰는 사내들을 싸늘하게 지켜보는 관찰자이자, 전복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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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영은 “마지막에 관객들이 ‘제이 정체가 그거였어?’ 하는 반응을 의도했다”면서 “감독님이 특정 직업이나 인물이 아닌 하나의 현상, 형체를 연기해달라고 했다”고 돌이켰다. “이게 사람인가, 아닌가. 막혀있지 말고 열어두라더군요. 어려운 주문이었지만 특정 직업이라고 하면 생각이 한정될 수 있기에 납득했죠.”



'제이'는 빨강, '광숙이'는 투명색


가발‧의상‧분장에 더해 “제이스러움”을 완성한 건 바로 빨간색. “붉은 피일 수도, 제이가 바르는 빨간 립스틱일 수도 있고. 제가 연기할 때마다 인물에게 맞는 색을 찾거든요. 휴대폰케이스 색상도 거기 맞추고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밝고 생각 깊은 제희는 파랑, ‘김과장’의 광숙이 땐 투명 케이스였죠.”




'팡파레'는 순제작비 4500만원에 불과한 독립영화다. 좁은 바 공간에서 일주일 남짓 단기간에 촬영하며 오히려 더 빨리 친해지고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드라마, 영화, 공연할 때마다 첫날 항상 엄청난 고민과 생각을 떠안고 현장에 가거든요. 이번 영화는 배우, 스태프가 다들 비슷한 또래이기도 해서 첫 촬영부터 긴장감이 스르륵 풀렸죠.”



공간 꽉 채우는 강렬한 배우 꿈꾸죠


그가 처음 배우를 꿈꾼 게 중학교 때, EBS에서 공연 실황을 보여주는 교양방송을 보고서다.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세트도 없이 조명 한가운데 배우 한 명이 나왔는데 강렬했어요. 혼자 그 공간을 꽉 채우는 느낌에 매료됐죠.”


연기 경력은 무대가 먼저다. 2008년 서울예대 졸업 후 아동극, 뮤지컬을 거쳤다. ‘마리 앙투아네트’ ‘모차르트’ ‘김종욱 찾기’ 등 뮤지컬 배우로 먼저 활동해온 언니 임강희의 조언도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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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영은 “지금도 (공간을 꽉 채우는 그 느낌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짝사랑이죠. 앞으로 도전해 가야 할. 아직 저는 멀었다고 생각해요.”



'끼인 세대' 찍고 '새내기 산모'


올해는 보여줄 모습이 더 많다. “웹드라마 ‘낀대: 끼인 세대’에선 아래위로 치이는 낀 세대 회사원, tvN ‘산후조리원’에선 새내기 산모 역할을 맡았”단다.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동안 외모를 이모조모 활용할 작정이다.


“한 선배님이 너는 참 얼굴도 눈도 동그랗고, 흰 도화지처럼 여러 색깔을 그릴 수 있는 얼굴인 것 같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저를 대표하는 색깔요? 무지개죠. 못 보여드린 색깔을 그리며 연기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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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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