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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꼴찌서 1위로, 라포엠 ‘팬덤’으로 3대 팬텀싱어 됐다

by중앙일보

1차전 프로듀서 심사는 3팀 중 3위

생방송 문자투표 50만표 중 20만표

가슴 뻥 뚫는 최성훈 고음에 팬 열광

소리꾼 도전 고영열 팀은 2위로 마감

중앙일보

JTBC ‘팬텀싱어3’에서 우승한 라포엠. 테너, 카운터테너, 바리톤이라는 이례적 조합이었다. 왼쪽부터 유채훈·박기훈·최성훈·정민성. [JTBC 캡처]

도전과 화합의 대장정이었다.


남성 4중창 결성 프로그램 JTBC ‘팬텀싱어3’가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이날 JTBC 일산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팬텀싱어3’ 결승 파이널에서 테너 유채훈·박기훈, 카운터테너 최성훈, 바리톤 정민성 등 성악가 4명으로 구성된 라포엠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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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열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1주일 전 방송된 결승 1차전의 프로듀서 심사결과에서 ‘꼴찌’였던 성적을 뒤엎고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프로듀서 점수에서는 ‘라비던스(황건하·존노·고영열·김바울)’가 1위, ‘레떼아모르(길병민·김민석·박현수·김성식)’가 2위였다.


하지만 심사 점수에서 뒤쳐졌던 라포엠은 결승 파이널 전 1주일 동안 진행된 시청자 온라인 사전투표에서 총 30만 표 중 절반인 15만600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하며 대역전극을 예고했다. 결승 생방송과 동시에 진행된 대국민 문자 투표가 우승팀 결정에서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강력한 팬덤을 가진 라포엠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실제 라포엠은 총 50만건에 달하는 문자투표 중 20만4946표를 얻어 최종 2위를 기록한 라비던스(19만2087표)를 제쳤다.


팬텀싱어 사상 최초로 유럽 지역 예선까지 펼친 ‘팬텀싱어3’는 역대 시즌 중 가장 다양한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 특히 소리꾼 고영열과 카운터테너 최성훈은 ‘튀는’ 소리의 개성을 고수하면서도 중창 속에 조화롭게 ‘블렌딩’해 넣어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끌었다. 자칫 ‘아웃사이더’가 될 수 있는 목소리의 한계를 보란 듯이 극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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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노

지난 4월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피아노병창으로 들려주며 ‘팬텀싱어3’에 첫 등장했던 고영열은 미국 줄리어드 음대 출신 테너 존노, 뮤지컬 배우 황건하,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단 소속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등 타 장르 음악가와 협업하며 ‘시너지 효과’의 진수를 보여줬다. 한양대 국악과 출신인 고영열은 대학 졸업 이후 퓨전 국악 밴드 ‘이스턴모스트’ 등의 멤버로 활동하며 국악과 타장르 간의 협업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국악과 양악을 접목시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현하는 프로듀싱 능력도 그의 장기였다.


결승 1차전 무대에서 고영열이 소속된 팀 라비던스는 팬텀싱어 결승팀 최초로 국악 장르에 도전했다. 남도 민요 ‘흥타령’으로 다른 출연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뒤 고영열은 눈물을 쏟으며 “국악인으로서 국악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라비던스는 도전의 아이콘”이라며 “국악을 전공한 소리꾼 고영열이 있어 라비던스는 명실공히 국악 영역까지 확장된 K-크로스오버의 확실한 색깔을 낼 수 있었다”고 짚었다.


우승팀 라포엠의 최성훈은 방송이 거듭될수록 자신감을 키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천상의 고음을 구사하며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지만 방송 초반 중창에선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솔리스트가 아닌 카운터테너로 다른 성부들과 어떻게 블렌딩을 시킬 수 있을지, 그들의 블렌딩에 방해가 되지 않을지, 또 어떻게 나를 드러낼지 고민이 많았던 것”이 이유였다.


지난 5월 본선 3라운드에서 테너 존노, 베이스 김바울과 함께 ‘바람이 되어’를 부르고 난 뒤엔 심사를 맡은 프로듀서에게 따끔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성악가 손혜수는 “성훈씨는 3명의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마이크를 이만큼 떨어뜨려 놓고 신경을 썼다. 섞이기 쉽지 않은 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본인은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 유일하게 성훈씨가 있는 팀은 마치 혼성 트리오, 혼성 콰르텟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소극적으로 되지 말고 본연의 소리를 쭉 낼 때 오히려 더 좋은 블렌딩이 이뤄진다”고 조언했다.


이후 최성훈은 속을 뻥 뚫어주는 ‘미친 고음’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흡수가 잘 되는 카운터테너는 처음 봤다”(윤상) “어떤 성부를 어떻게 맡든 굉장히 빛이 나는 보석같은 존재”(김문정) 등의 호평을 끌어냈고, 라포엠 우승의 견인차가 됐다. 라포엠은 결승 파이널 무대의 첫 곡으로 캐나다 여가수 라라 파비앙의 ‘마드모아젤 하이드’를 선곡해, 최성훈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팬텀싱어’는 출연자들의 개인사로 ‘감성팔이’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프로그램”이라며 “대신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분석적으로 보여주며 그 안에서 성장하고 조화를 이루는 음악 자체의 이야기로 성공을 거뒀다”고 평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