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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집에서 굶어죽은 3살 딸…20대 엄마는 8일간의 여행 떠났다

by중앙일보

8일간 여행 돌아와 아이 숨져 있자 '거짓 신고'

日서 지난해 8900여명이 '육아 포기' 피해


일본에서 3세 딸을 집에 혼자 놔둔 채 장기 여행을 떠났던 20대 여성이 지난 7일 경찰에 체포됐다. 음식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는 결국 숨졌다.


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음식점 종업원 가케하시 사키(24)를 '보호 책임자 유기 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가케하시는 지난달 5일 딸 노아(3)를 도쿄 자택에 남겨둔 채 8일간이나 교제 상대인 남성과 가고시마현으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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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오후 귀가한 가케하시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면서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집 안에는 빈 페트병·빵 봉지 등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아이는 기저귀를 찬 상태로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이는 극도의 탈수 상태였으며 뱃속은 텅 빈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체중도 3세 표준 몸무게보다 3㎏이 덜 나가 평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검 결과 이미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것으로 판명됐다.


처음에 가케하시는 아이를 방치했다는 것을 부인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나빴고 죽을 한 입 정도 먹을 만큼 식욕도 없었다"면서 "기침을 해서 힘들어 보였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아이와 함께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경찰 측 수사로 가케하시가 119에 신고하기 약 1시간 전에 귀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마이니치 신문은 "용의자가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아이 기저귀를 갈아놓는 등 상황을 조작하려고 했던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발견 당시, 기저귀는 갈아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거짓 알리바이를 대던 가케하시도 경찰 추궁에 결국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가케하시는 이혼 후 2017년 7월부터 아이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한때 보육원에 아이를 보냈지만, 지난해부터 그만두었다고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가케하시 용의자는 지난 5월에도 사흘간 아이를 방치한 채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가케하시는 8일 경찰 조사에서 "그간 딸을 혼자 두었던 적이 많아 괜찮다고 생각했다. 설마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TBS가 보도했다.


이같이 부모가 육아를 포기하는 것을 일본에선 '니글렉트(neglect·육아 포기)'라고 부른다. 직접 폭력을 휘두르진 않더라도 방치했다는 의미에서 엄연히 아동 학대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학대 혐의로 아동상담소에 통보된 아동은 9만8222명이었다. 이 중 약 9%인 8958명이 가케하시처럼 육아 포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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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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