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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피난민 살던 판잣집 9억에 산다···없어서 못파는 '뚜껑' 정체

by중앙일보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이른바 ‘뚜껑’이라고 불리는 무허가 주택이 9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서울 시내에는 과거 피난민 등이 국공유지나 사유지를 점거해 집을 짓고 살아온 곳이 남아있는데요. 한마디로 남의 땅에 무단으로 집을 짓고 살았던 겁니다. 대지에 대한 소유권 없이 덩그러니 쌓아 올린 이런 집을 '뚜껑'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불법 주택을 9억에 사고파는 이유는 뭘까요?

새 아파트를 손에 넣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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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앞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노후 주택의 모습. 연합뉴스

뚜껑을 가지고 있으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도로 환경이나 기반 시설이 열악한 동네에 있던 노후 주택 등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재개발이라고 한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노후 주택 주인은 자신이 소유한 집 가치를 따져 그만큼의 현금을 받고(현금 청산) 동네를 떠나거나, 현금 대신 새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점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뚜껑 매물은 입주권으로 교환된다.

재개발 ABC

재개발 지역에서 입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노후 주택을 사야 한다. 이때 빌라나 단독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 주택 자체도 값이 나가는 데다 그 집이 지어진 땅, 재개발 시세 차익을 기대한 프리미엄까지 모두 합친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 매물은 토지를 뺀 건물만 매입하는 것인 데다 건물 자체의 값어치도 떨어지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액수에 매입이 가능하다.


단 실제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는 정상 주택 구매자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재개발 구역 내 노후 주택 보유자가 새 아파트를 계약할 때 새 아파트값에서 헌 집의 값어치만큼을 깎아주는데, 무허가 주택은 실제 값어치가 거의 없어 조합원 분양가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금이 적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뚜껑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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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주택이 난립했던 과거 강남 구룡마을의 모습. [중앙포토]

불법 주택은 실제 값어치가 미미하기 때문에 매매가가 곧 프리미엄이다. 서울 시내 뉴타운 중 무허가 주택 비중이 높은 노원구 상계동의 뚜껑 매물은 2~3억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사업시행 인가가 난 신림뉴타운의 무허가 매물은 3~4억원선에 거래 중이다. 뉴타운 중 가장 입지가 좋은 한남동 뚜껑 매물은 9억원선에 거래된다.

이것만은 주의하자

모든 무허가 건물에 입주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이 건물에서 사람이 오래전부터 거주했다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구청에서 발급하는 무허가건물확인서나 항공촬영 사진 등이 증거물이 된다.


서울시가 인정하는 무허가 건물의 요건은 ▲1981년 12월 31일 기준 무허가 건물 대장에 등재 ▲1981년 제2차 촬영항공사진에 수록 ▲재산세 납부 등이 이뤄져 1981년 12월 31일 이전에 건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경우 등이다. 또 서울시 조례는 '기존 무허가 건축물만 분양자격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구역에 지금 무허가 건축물을 짓는다고 해서 입주권을 받을 순 없다는 뜻이다.


무허가 건물은 불법으로 국공유지나 사유지를 쓰고 있기 때문에 그 이용자가 땅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점유자가 돈을 한 번도 내지 않았다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밀린 사용료를 매수자가 떠맡게 될 수도 있다. 구청 주택과나 건설관리과를 통해 사용료 체납 여부를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입주권이 나오는 매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재개발 조합사무실을 통해 조합원 명부에 해당 매물을 판매하는 사람의 이름이 등재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홍지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