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맞서온 국토 서남단 끝섬, 신안 가거도 ‘명승’ 됐다

[여행]by 중앙일보

독도·백령도·마라도와 함께 영해 4대 끝섬

통일신라 때부터 중국무역의 중간기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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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엔 ‘가히 아름다운 섬’ 가가도(可佳島)로 불리다가 1세기 전에야 ‘가히 살만한 섬’ 가거도(可居島)가 된 곳. 매년 몰아치는 태풍 등 거센 파도에 기암절벽이 깎이고 다듬어진 곳. 국토의 동쪽 끝인 독도(천연기념물 제336호),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명승 제8호, 천연기념물 제391호), 최남단인 마라도(천연기념물 제423호)와 함께 영해의 ‘4대 끝섬’인 신안 가거도가 ‘명승’이 됐다.


문화재청은 27일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신안 가거도 섬등반도’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7호로 지정했다고 알렸다. 가거도는 목포항에서 쾌속선을 타도 흑산도, 홍도를 거쳐 4시간이 걸리는 서남단 끝섬이다. 외딴 섬 주민 17명의 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2007)을 이곳에서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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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신안 가거도’는 국토 최서남단이라는 지리적인 상징성 외에도 다양한 식생 분포로 이름 높다. 특히 넓게 펼쳐진 후박나무 군락은 한때 전국 약재의 70%를 담당했다고 한다. 수많은 철새가 봄철과 가을철에 서해를 건너 이동하면서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섬이기도 하다. 과장하는 말로 중국 산둥(山東)반도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다.


국제교역선이 지나다니던 길목에 자리해서 통일신라시대부터 중국과의 무역 때 중간기항지로 활용돼 왔다. 『신증동국여지승람』등 고문헌과 『여지도서』, 『해동지도』, 『제주삼현도』 등 고지도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조선 시대엔 가가도(加佳島), 혹은 다른 한자표기로 ‘加可島’(『승정원일기』등)라고 표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때 소흑산도(小黑山島)라는 이름이 붙었고 현재도 이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2008년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원래의 가거도로 환원했다. 현재는 주민 300여명이 거주한다. 전남기념물 제130호 가거도 패총, 전남무형문화재 제22호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 등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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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태풍 피해…올해도 방파제 유실


섬 전체가 절경으로 꼽히지만 특히 가거도 북서쪽에 자리한 섬등반도는 낙조 사진의 명소다. 섬 동쪽으로 뻗어 내린 반도형 지형으로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암봉과 병풍처럼 펼쳐진 해식애(海蝕崖,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에 의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가 일대 장관을 이룬다.


이같은 자연의 지배를 받는 곳이라 매년 여름·가을 태풍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지난 26일 밤부터 27일 사이에도 초속 40m가 넘는 제8호 태풍 ‘바비’의 영향권에 직접 들어 공사 중인 방파제 상당수가 유실·파손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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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이번 가거도의 명승 지정을 통해 우리 영해를 지키는 상징적인 4개의 ‘끝섬’들이 모두 문화재로 지정됨으로써 적극적으로 보존‧활용되고, 우리 국토에 대해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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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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