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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몰디브 아닙니다, 대구입니다···드론으로 찍은 ‘환상 시민공원’

by중앙일보

대구 생태관광

중앙일보

대구 송해공원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수상 탐방로 이름이 '백세교'다. 두 번 왕복하면 백 살을 살 수 있단다. 장진영 기자

분지(盆地)는 주발처럼 생긴 땅이다. 주둥이가 넓고 바닥이 평탄한 그릇처럼 생긴 땅. 분지는 그냥 평지가 아니라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를 이른다. 이 깊고 넓은 그릇처럼 생겨 대구는 분지라 불린다. 다시 말해 대구가 분지라는 말에는, 대구가 평평한 도시라는 뜻 말고도 수많은 산이 감싼 도시라는 뜻도 들어있다. 대구는 산이 많은 도시다.


대구는 산도 많지만, 물도 흔한 도시다. 왼쪽으로 낙동강이 돌아나가고, 북쪽으로는 금호강이 지난다. 마을에는 연못이 있고, 논밭에는 저수지가 있다. 대구의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넜다. 대구의 강산을 유람하다 이 거대한 자연이 인구 250만의 대도시가 맞나 싶었다.

낙동강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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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 나루터에서 낙동강 유람선이 뜬다. 사문진 나루터에서 달성습지 가는 길. 수상 탐방로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진영 기자

달성습지에서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난다. 두 큰물 말고도 진천천과 대명천이 달성습지에서 몸을 푼다. 모두 네 개 물길이 어울리니 습지가 넓다. 면적이 약 3.6㎢에 이른다. 이 습지에 철새가 내려앉는다. 여름에는 황로·왜가리가, 겨울에는 고니·청둥오리가 노닌다. 달성습지는 맹꽁이 최대 서식처이기도 하다. 맹꽁이도 요즘엔 귀해져 환경부 2급 보호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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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 나루터의 피아노 조형물. 사문진을 통해 피아노가 처음 들어왔었다. 장진영 기자

달성습지 아래 낙동강에 사문진 나루터가 있다. 조선 초에도 있었다는 유서 깊은 나루터다. 소금을 비롯한 남해의 온갖 산물이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 나루터에서 내륙으로 옮겨졌다. 일제 강점기에는 하루 400척이 넘는 배가 사문진에 들어왔단다. 주막촌처럼 꾸민 옛 나루터가 피아노 조형물로 가득하다. 1900년 이 나루터를 통해 피아노가 처음 들어왔었다. 해마다 사문진에서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열리는 까닭이다. 유람선도 다니고, 강을 따라 탐방로도 잘 나 있다. 수시로 자맥질하는 잉어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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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정고령보와 디아크. 4대강 사업의 랜드마크와 같은 장면이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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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뒤의 디아크. 형형색색의 조명이 들어와 이 고래처럼 생긴 건축물을 밝힌다. 손민호 기자

달성습지 위에는 4대강 사업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디아크’가 있다. 강정고령보 옆에 건설한 문화공간이다. 시선에 따라 고래 같기도 하고 구두 같기도 하다. 해가 지면 형형색색의 조명이 들어온다. 디아크에서 강정고령보까지 강변길은 강바람 맞으며 저녁 산책하기에 최적의 코스다.

송해 선생이 왜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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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공원 입구에 서 있는 송해 선생 조형물. 장진영 기자

대구 남쪽 비슬산(1084m) 아래에 현재 대구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호수공원이 있다. 65만7000㎡ 면적의 공원에 수상 탐방로, 조명분수, 출렁다리 등 여러 시설을 갖춰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호수 위 정자, 대형 풍차와 물레방아가 빚어내는 풍경이 그림 같다.


한데 이름이 수상하다. ‘옥연지 송해공원’이다. 공원 앞에 송해 선생을 빼닮은 조형물도 서 있다. 이북 출신인 송해 선생이 어쩌다 대구의 호수공원과 연이 닿았을까.


대구에서 군생활을 하던 송해 선생은 달성군 기세리에서 태어난 아가씨를 알게 됐다. 훗날 결혼한 석옥이 여사다. 고향을 잃은 송해 선생은 아내의 고향 기세리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했다. 먼저 간 아내의 묘도, 당신의 묏자리도 기세리에 마련했다. 달성군청은 그를 달성군 명예군민이자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기세리에 있는 옥연지 호수공원의 테마를 방송인 송해로 삼았다. 하여 정자 이름에도, 빙벽 이름에도 ‘송해’가 들어간다. 선생 얼굴 모양의 과자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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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송해공원 탐방로를 걷다 보면 나오는 '금굴'. 옛 금광을 새로 꾸몄다. 손민호 기자

‘백세교’라 불리는 수상 탐방로를 건너 둘레길을 10분쯤 걸으면 ‘금굴’ 입구가 나온다. 다시 산길을 5분쯤 오르면 금굴이다. 옛 금광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다. 길이는 짧지만, 조명시설이 정교해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호수공원 둘레길 전체 길이가 3.5㎞다. 가족 또는 연인과 느긋이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숲에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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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테마파크 대구숲. 드론으로 촬영했다. 대구 도심 안에 숲을 주제로 한 대형 테마파크가 있다. 장진영 기자

대구에도 올레길이 있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가 2007년 제주올레를 본 따 대구올레를 조성했다. 현재 모두 8개 코스가 있는데, 모든 코스가 팔공산(1193m) 아랫자락에 들어서 요즘엔 ‘팔공산 올레’라 불린다. 팔공산 올레 6코스 ‘단산지 가는 길’을 걸었다. 대체로 평탄해, 걷는 데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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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올레 이정표. 지금은 팔공산 올레로 더 자주 불린다. 손민호 기자

팔공산 올레 6코스는 전체 7.2km 길이로, 쉬엄쉬엄 걸어도 세 시간이 안 걸린다. 사적 제262호 불로동 고분군의 고분 사이사이를 거닌 뒤 봉무공원 단산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나온다. 코스 막바지 3.9㎞ 길이의 단산지 둘레길이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200m 길이의 황톳길 구간도 재미있었지만, 저수지를 에운 숲길이 기대보다 깊었다. 청송 주산지처럼 물속에 뿌리를 둔 나무도 많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봉무공원의 테마가 나비여서 처음엔 의아했는데, 걷다 보니 이해가 됐다. 나비가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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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테마파크 대구숲의 에코어드벤처.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는 모험을 한다. 장진영 기자

대구 도심에 자연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가 숨어 있다. 에코테마파크 대구숲. 대도시 안에 들어선 100만㎡ 면적의 숲 테마파크로, 하늘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인상적이다. 대구숲엔 나무도 많지만, 나무를 활용한 놀이도 많다. 나무를 오르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고, 나무에서 뛰어내린다. 아이도, 어른도 좋아할 만한 곳이다.


대구=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