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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3분 '우륵교' 두고 40분 돌아가는 달성-고령, 8년째 불통 왜

by중앙일보

권익위, 대구경북상생위 불통 다리 조정 중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8년째 불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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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사이에 있는 우륵교. 사진에 보이는 쇠말뚝은 지난 2019년 초 모습이다. [중앙포토]

8년째 '불통' 그대로다. 다리 양쪽 입구엔 차량이 오가지 못하도록 차단기와 쇠말뚝이 설치돼 있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을 잇는 길이 810m, 폭 13m의 '우륵교' 이야기다. 차선까지 그어진 멀쩡한 이 다리를 두고 두 지자체 사람들은 12㎞ 이상을 돌아서 오가고 있다.


달성군은 "우륵교에 차량이 다니면 주민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고령군은 "지역 발전을 위해 개통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등 공공기관이 나서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체·우회 도로 개설 등 조정안을 제시해봤지만 진척이 없다. 다리 진입 구간에 처음 박았던 쇠말뚝을 일부 뽑아내고 차단기를 추가한 정도가 그나마 달라진 점이다.


달성군과 고령군의 '불통 다리'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당시 달성군(다사읍 방면)과 고령군(다산면 방면) 사이 낙동강 한가운데에 4대강 사업의 하나로 강정고령보를 준공했다.


그런 다음 강정고령보 위에 길이 810m 우륵교를 세웠다. 우륵교는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왕복 2차로로 건설됐다. 차량 통행 하중을 견디는 1등급(43.2t) 다리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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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사이에 있는 우륵교. [중앙포토]

하지만 일반 차량 통행금지 상태로 개통됐다. 일반 차량 통행용 다리가 아니라 보 유지·보수 관리 차량용 다리라는 이유였다. 걸어서 건너거나, 자전거로 다리를 통행하는 것만 허용됐다. 도보교라는 의미다.


열쇠를 달아 보 관리 차량이나 구급차가 진입할 때만 뽑고 다리에서 빠져나오면 다시 박는 쇠말뚝도 이때 다리 양쪽에 설치했다. 쇠말뚝은 올해 일부를 없애고, 차단기로 교체했다. 불통 다리의 등장 배경이다.


고령군 측은 "우륵교에 일반 차량 통행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달성군과 고령군의 왕래가 빠르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다. 고령군 관계자는 "다리를 두고 대구까지 12㎞나 되는 거리를 돌아가야 해 물류비가 연간 300억원 이상 낭비된다. 3분이면 갈 거리를 40분 이상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 자본이나 관광객 유입 등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우륵교 차량 통행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달성군 주민들은 교통 혼잡과 상권 붕괴 등을 우려해 적극 반대한다. 달성군 측은 "우륵교에 차량 통행이 가능해지면 달성군 쪽 일대에 차량이 몰려 교통이 혼잡해진다. 우륵교 진입로 부근인 디아크 문화관 공원 시설 주변에 조성된 관광 상권도 붕괴할 수 있다. 주민들의 피해가 있을 수 있고, 안전상 문제도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달성군민들의 군청 항의 방문 등 거센 반발이 있기도 했다. 입장이 곤란해진 우륵교 관리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두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가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낙동강 5개 보 가운데 일반 차량 통행이 금지된 곳은 이 구간뿐이다.


고령군 주민들은 다리 개통을 요구하며 국민청원을 제기했고, 시위까지 벌였다. 청와대에 진정도 냈다. 결국 지난해 상반기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를 시도했다.

불통→소통은 아직, "조정 중"

권익위는 여러 차례 두 지자체와 협의하며 조정안을 내놨다. 우륵교에 차량 통행이 가능하기 위해선 교통혼잡 문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체·우회가 가능한 새 도로 개설을 조정안에 담았다. 관광 상권 붕괴를 막기 위해 우륵교에 자전거 등이 다니는 별도 공간을 개설하자는 내용도 조정안에 넣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권익위뿐 아니라 대구·경북 한뿌리 상생위원회도 나서 조정을 이끌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현재 우륵교의 차량 통행 금지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