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날 왜 패니?” ‘청춘기록’ 박보검도 설득한 멋진 누나

[컬처]by 중앙일보

[민경원의 심스틸러]

위기서 구해준 매니저 이민재 역 신동미

가르치는 대신 함께 깨지며 배우는 청춘

“최고 되고 싶어 안달복달, 연기 슬럼프”

‘왜그래 풍상씨’ 민낯 도전으로 극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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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고 순수해서 좋아. 하지만 그걸로 이길 순 없어.”


“왜 이겨야 돼? 내 경쟁상대는 나야. 나 자신하고 싸워서 이길 거야.”


“자신하고 왜 싸우니? 내가 날 왜 패니? 그러다 다치면 누가 물어줘? 내가 패고 내가 병원비 내니?”


“듣고 보니 그러네.”


“그렇다니까. 싸움은 남하고 하는 거야.”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 4회에서 이민재(신동미)와 사혜준(박보검)이 나눈 대화다. 극 중 매니저와 스타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의 성격은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정반대다. 한명은 불의를 보면 잘 참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엔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혜준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오지랖 넓은 행동파가 됐고, 한명은 겉보기엔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다감할 것 같지만 실상은 선 긋기도 능하고 주관이 뚜렷해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덕분에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지루할 틈이 없다. 이길 것 같은 쪽이 져주고, 질 것 같은 쪽이 이기고 마는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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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촬영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박보검과 모델에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입대를 미루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혜준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드라마도 순항 중이다. 10회 시청률은 8.2%(닐슨코리아)로 월화드라마 중 1위를 달리고 있고, 화제성(굿데이터코퍼레이션) 역시 지난주 종영한 ‘비밀의 숲 2’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숫자가 아닌 삶에 대한 열정, 열려있는 사고가 청춘의 중요한 특성이란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작품이다. 청춘들이 처한 현실의 고단함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 이겨내고 이기는 이야기”라는 하명희 작가의 말처럼 스물여섯 동갑내기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안정하(박소담), 모델 겸 배우 원해효(변우석), 포토그래퍼 김진우(권수현) 등 각양각색의 청춘이 한데 아우러진다.


청춘이라는 단어와 한 발짝 떨어져 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대열에 합류한다. 젊을 적 가장에 소홀한 죄로 집안의 구박 덩어리가 됐지만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71세 사민기(한진희)나 대학 시절 가정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중퇴 후 급하게 취업한 모델 에이전시에서 경리와 마케팅을 겸하다 얼떨결에 회사를 차린 39세 이민재가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이들 사전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만 같던 ‘꿈’이 생기면서 회춘하는 것은 물론 남들이 갖지 못한 생동감과 돌파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들이 뿜어내는 긍정적 에너지도 상당해서 그 응원과 지지를 받는 사람들마저 “난 되게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자존감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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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동미(43)가 소화한 이민재 캐릭터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해외 에이전시와 통화를 하다가 회사명을 묻는 말에 중국집 스티커를 보고 얼떨결에 ‘짬뽕 엔터테인먼트’라 답할 정도로 대책 없는 스타일이니 어른이랍시고 충고를 늘어놓거나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실수할지언정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는다. “누구나 가슴에 썅년 혹은 개호로 자식 한명씩은 품고 살아간다”는 서로 믿지 못할 연예계에서도 마음을 터놓고 기대고 싶은 언니 혹은 누나가 되어주는 것이다. 작은 일에도 함께 방방 뛰며 기뻐해 주고 씩씩대며 같이 화내주는 그의 모습은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끼게 해준다. 선택받지 못해 좌절하는 순간에도 “그 사람이 틀리고 네가 맞을 수 있어”라며 “남은 시간 1초까지 다 쓰고 수건 던져”라는 말은 가장 달콤한 당근이자 채찍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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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모스트 편집팀에서 호흡을 맞춘 신혜선과 신동미.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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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가 지난해 KBS2 ‘왜그래 풍상씨’로 털고 일어선 신동미의 삶과도 오버랩된다. 1998년 연극배우로 시작해 2001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 이후 20여편의 단막극에 출연하며 바쁘게 살아왔지만 ‘그녀는 예뻤다’(2015)의 차주영 에디터와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2016~2017)의 대치동 돼지엄마 강희숙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표작 없이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연기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스스로 바닥이라고 생각했을 때 ‘왜그래 풍상씨’를 만났다”며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 안달복달했는데 그러려면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작품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내려놓음’은 그에게 많은 것을 선사했다. 상대역인 유준상과 47세 동갑 부부이자 손이 마를 새 없이 세차장 일을 하며 시동생 넷을 자식처럼 키우는 간분실 역을 소화하기 위해 민낯을 택한 그는 “어려 보여서 걱정했다”는 문영남 작가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고 도회적인 이미지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 지닌 편견을 부수는 데도 성공했다. 그때 과감한 결단과 도전이 없었더라면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조연상과 베스트커플상 등 2관왕에 오르는 일도 없었을 테다. 마지막으로 수건을 던지며 항복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한 순간이 있었기에 다시 오르막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 도약을 가져온 셈이니 이만하면 “내가 패고 내가 병원비 내는 것”도 한 번쯤 해볼 만 하지 않을까.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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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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