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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황금빛 군무 시작되는 산, 억새의 계절이 왔습니다

by중앙일보

나에게 맞는 억새 명산


가을이 가기 전에 단풍 말고 감상해야 할 절경이 또 있다. 솜털처럼 하얀 꽃을 틔운 억새가 군무를 추는 모습이다. 동네 공원이나 천변에도 억새꽃이 피지만, 진짜 장관은 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서울의 억새 명소인 하늘공원마저 코로나19 탓에 11월 8일까지 폐쇄한다니 올해만큼은 억새 산행을 도전해볼 일이다. 억새로 유명한 전국의 산을 난이도별로 소개한다.

난이도 하(下) - 민둥산·오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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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오서산 정상에 오르면 억새 군락과 눈부신 서해 낙조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최승표 기자

강원도 정선에 가면 이름처럼 정상부가 민숭민숭한 ‘민둥산(1119m)’이 있다.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수시로 불을 질러 나무가 남아나지 않았다. 8부 능선 위쪽으로 나무 대신 억새가 살고 있다. 억새 군락지 면적이 66만㎡에 달한다. 산 높이를 보고 겁먹을 수 있으나, 산행 초보도 도전할 만하다. 해발 500m 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하면 2~3시간 만에 돌아올 수 있다. 급경사가 없어서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오서산(790m)은 서해안에 드문 억새 산이다. 충남 홍성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쉽다. 입장료(1000원)와 주차비(중·소형차 3000원)를 내고 휴양림 안으로 들어가면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코스가 나온다. 하산 시간을 잘 계산해 서해 낙조를 보고 오길 권한다. 은빛 억새와 황금빛 천수만이 눈부시다. 올라온 방향 말고 계속 시계 방향으로 걸어야 내리막길 경사가 완만하다.

난이도 중(中) - 명성산·천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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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천관산은 예부터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혔다. 정상부에 오르면 기암괴석과 눈부신 억새 군락, 다도해가 어우러진 드라마틱한 절경이 펼쳐진다. 맑은 날은 한라산이 보인다. [중앙포토]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에 걸쳐 있는 명성산(922m)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억새 명산이다. 군락지 면적은 넓지 않지만, 진입로인 산정호수 단풍도 화려해서 일거양득이다. 산정호수 상동주차장을 출발해 비선폭포, 등룡폭포를 지나는 코스가 가장 인기다. 쉬는 시간까지 4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바위가 많아 만만치 않다. 대신 단풍, 폭포, 억새를 차례로 감상할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장흥 천관산(723m)은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힌다. 늦겨울엔 동백, 봄에는 진달래가 화려하고 가을엔 억새로 눈부시다. 정상에 오르면 여느 산보다 드라마틱한 풍광이 펼쳐진다. 발아래로 다도해가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 등산 코스는 열 가지가 넘지만, 장천재에서 출발하는 게 가장 좋다. 다른 탐방로보다 시간이 더 걸려도 기암괴석과 다도해를 두루 만끽할 수 있다. 정상 연대봉까지 약 2시간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난이도 상(上) - 영남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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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는 억새 산행 일번지다. 간월재 평원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진 울주군]

영남알프스는 울산시 울주군, 경남 밀양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악지대를 일컫는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만 9개다. 영남알프스는 자타공인 억새 산행 일번지다. 군락지 면적이 710만여㎡에 달한다. 사자평, 간월재 같은 억새 평원도 그림 같지만, 신불산·영축산·천황산 능선에도 억새가 많다.


영남알프스 억새 산행은 한나절 코스도 있고,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장거리 코스도 있다. 배내고개를 출발해 간월재에서 억새 군락을 보고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쉽다. 굳이 간월산이나 신불산 정상을 안 오르면 왕복 두세 시간 걸린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간월재 왕복 코스도 인기다. 왕복 서너 시간 걸린다.


29.7㎞에 달하는 하늘억새길을 완주하는 산꾼도 있다. 5개 구간으로 이뤄진 길을 애오라지 걸으면 12시간이 넘는다. 백패킹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정구역 외에서의 취사, 야영은 불법이다. 현재 영남알프스에 지정된 야영지는 없다. 인근 휴양림이나 캠핑장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