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단계 때도 문 열었다, 국립공원의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법

[여행]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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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2.5단계가 시행된 8월 2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국민은 갈 데가 마땅치 않았다. 방역 당국은 여행 자제를 호소했고, 실제로 휴양림·수목원·박물관 같은 국·공립 시설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이 엄중한 시절에도 개방 원칙을 고수한 국가 시설이 있었으니 바로 국립공원이다. 야영장을 운영했고, 비대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물론 방역 조치를 강화했고, 탐방객을 최대한 분산했다. 국립공원공단은 폐쇄나 봉쇄보다 유연한 대처를 선택했다. 국립공원의 코로나 대응법을 조목조목 따져봤다. ‘위드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레저 생활을 국립공원이 제안한 것일 수 있다.



최후의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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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9월 전국 22개 국립공원 방문객은 2474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8.5% 줄긴 했지만, 주목할 만한 수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광업계 매출 손실은 최소 70% 이상으로 추산된다. 외출마저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산을 찾았다. 국립공원은 코로나에 지친 국민에게 최후의 휴식처였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도시에 있거나 접근이 쉬운 국립공원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방문객이 늘었다. 북한산 국립공원(+19.3%), 치악산 국립공원(+23.9%), 계룡산 국립공원(+16.8%)이 주인공이다.


1년 중 가장 등산객이 많은 때가 10월이다. 국립공원공단은 단풍의 계절에도 문을 닫지 않았다. 대신 탐방객 분산 정책을 마련했다. 국립공원이 찾아낸 대책이 단체산행 금지다. 산악회나 여행사 같은 단체의 국립공원 접근 자체를 미리 차단했다. 10월 17일부터 11월 15일까지 전국 국립공원의 대형버스 출입이 금지된다. 삼삼오오 소규모 산행을 즐기라는 것이다.


아울러 설악산 국립공원의 울산바위, 지리산 국립공원의 바래봉 정상처럼 탐방객이 몰릴 것으로 우려되는 일부 전망대와 탐방로는 폐쇄했다. 내장산과 설악산은 케이블카 탑승 인원을 절반으로 제한했다.



자연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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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마다 무료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년보다 축소하긴 했지만, 전국 국립공원은 지역 특성에 맞는 47개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5~6시간짜리 생태 관광 프로그램도 있지만, 비교적 짧은 1시간 30분짜리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이를테면 내장산 국립공원의 백양골 비자림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야생식물을 배우는 프로그램, 주왕산 국립공원의 기암괴석의 역사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1회 참가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하고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면서 무선송수신기를 사용해 해설사의 안내가 잘 들리도록 했다.


해설사가 없는 비대면 ‘셀프 탐방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 2월부터 전국 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에서 ‘셀프 체험 키트’를 나눠줬다. 피톤치드 향 주머니 만들기, 티백 씨앗 키우기, 색칠 놀이 3종을 준비해 어린이 탐방객에게 호응을 얻었다.


국립공원공단 최수현 탐방해설부 과장은 “10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되면서 수도권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무료 탐방 프로그램과 체험 키트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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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이 왜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까. 정상 산행 인원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정상 탐방로는 인파가 몰리기도 하지만, 병목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탐방 프로그램은 정상 탐방로를 피해 진행된다.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자연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원칙은 개방


국립공원의 코로나 대처법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야영장 운영 정책이다. 신천지발 코로나 확산세가 꺾인 뒤 5월 6일부터 국립공원 야영장은 50% 운영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탐방객 밀집이 우려되는 대피소와 다중 이용 실내시설 일부만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 12일 거리두기 1단계가 시행되자 월악산 국립공원의 풀옵션 야영장, 덕유산 국립공원의 통나무집 등 실내 시설도 절반을 재개장했다. 국립공원공단 오건흥 홍보팀 과장은 “방문객이 직접 가져온 장비를 쓰는 야영장은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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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은 사정이 다르다. 전국의 국·공립 휴양림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2.5단계가 시행되자 야영장과 숙소 운영을 중단했다. 수도권 지역의 휴양림은 아예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국립공원의 대처가 남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공원은 개방이 원칙이고, 필요에 따라 부분 통제와 축소 운영 등의 방법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한다. 국립공원공단 김상기 탐방관리이사의 설명을 옮긴다.


“코로나19로 불안하고 지친 마음을 달랠 곳으로 국립공원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국민이 국립공원에서 심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비대면 해설 프로그램과 콘텐트를 꾸준히 제공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방역 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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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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