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의선의 또 다른 꿈 ‘로봇’…2400억원 사재까지 넣었다

[비즈]by 중앙일보

현대차 회장 취임 이후 첫 M&A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인수

모비스 중심 지배구조 개편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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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서비스 로봇 업체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지난 11일 미국 로봇공학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배 지분(80%)을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다. 과거 피아트가 코마우, GM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적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제조 로봇 업체였다. 도요타가 인수한 바스티안 솔루션스는 제조 로봇을 일부 활용한 물류 솔루션 제공이 본업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추구하는 로봇 분야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이다. 제조·물류 사업을 넘어 환자·장애인 또는 척박한 지형에서의 이동에 도움이 되고, 집안일 대행 등 개인 서비스가 가능하게끔 한다. 기존의 완성차 생산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그야말로 미래 신시장 개척의 일환인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그룹 미래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정 회장은 당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20%는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자금 8억8000만 달러(약 9609억원) 가운데 2400억원가량을 사재에서 출연한 점도 눈에 띈다. 이번 투자 건으로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확보하게 되는데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 회장 20% 비율로 투자하는 것이다. 총 11억 달러 가치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자회사를 통해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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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정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보면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 데 역대 최대 규모인 2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시키려는 정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모셔널 설립 때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투자한 것과 달리 이번엔 기아차가 빠지고 현대글로비스가 참여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물류 자회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 지분이 23.29%로 정 회장의 계열사 지분 중 가장 크다. 완성차를 만드는 현대·기아차, 핵심 부품과 모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가 로봇 기술을 매개로 자율주행차와 전기·수소차, 물류와 서비스 분야를 아우르는 ‘신(新) 밸류체인’을 만들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하고,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부문을 인수하는 결정도 지난 11일 각 사 이사회에서 이뤄졌다. 정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은 9.57%로 세 번째로 많다. 이번 자회사 전열 정비로 정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커진 동시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2018년 안의 수정 또는 재추진이 유력하다”며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한 이상적인 방안은 미래 성장 가시성의 구체화를 통한 기업 가치 상승”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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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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