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23종 상표 떼고 맞붙었다, 전문가들이 뽑은 1위는

[푸드]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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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홈술·혼술족도 증가하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집에서 가족과 함께 또는 혼자 조촐하게 연말을 보내려는 사람들을 위해 막걸리 정보를 소개한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판매 중인 1000~1만원대 생막걸리 23종에 대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다.


“와인에는 ‘파커 포인트’, 레스토랑에는 ‘미슐랭 스타’가 있듯 소비자가 마트에서 처음 보는 수십 종의 막걸리 중 무엇을 먼저 맛보면 좋을지 전통주 전문가들이 기준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대동여주도 포인트’를 만들어봤다. 이후 롯데·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마트와 네이버·카카오플러스 등 온라인 유통에서 판매되는 술들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볼 계획이다”라는 게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주도한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의 말이다. 대동여주도는 전통주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이번 테이스팅에는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와 에디터 이지혜(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한국식품연구원의 김재호 기획본부장,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이학박사, 전통주 갤러리의 이현주 관장, ‘찾아가는 양조장’ 홍보대사인 개그맨 정준하씨(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등 6명이 참여했다.


소비자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마트·온라인몰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막걸리들을 대상으로 브랜드와 제품명을 모두 가린 채 시음 후, ‘색과 탁도(5점)’ ‘향(10점)’ ‘맛(10점)’ ‘끝맛(10점)’ ‘종합평가(15점)’로 점수를 매겼다. 기본 50점에 전문가 평가 점수를 더해 순위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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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 결과 1위는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90.3), 2위는 해창주조장의 ‘해창12’(89.8)가 차지했다. 이어서 3위 복순도가의 ‘복순도가 막걸리’(87.8), 4위 이화백주의 ‘이화백주’(87.3), 5위 배혜정도가의 ‘화성 생막걸리’(86.2), 6위는 서울생주조의 ‘서울 생막걸리’(85.5)와 국순당의 ‘국순당 생막걸리 우국생’(85.5) 공동 선정, 8위 예천양조 주식회사의 ‘영탁 생막걸리’(85.3), 9위 우리술의 ‘골목 막걸리’(85), 10위 포천일동막걸리의 ‘담은’(84.5)이 꼽혔다.


테이스팅 대상인 23종의 막걸리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23위는 지평주조의 ‘지평 생막걸리 5%’(72.5)였다. 나란히 이어지는 순위 점수는 소수점까지 등장할 만큼 근소한 차이를 보였지만, 1위와 23위의 차이는 17.8이나 됐다. 평소 대중이 선호하는 막걸리로 꽤 높은 인기를 누렸던 지평 생막걸리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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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총평


김재호(한국식품연구원 기획본부장)


상품명에서 오는 선입견을 제거하고 평가를 실시한 결과, 막걸리 업계에서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의 제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부 제품은 평소에 마시며 느꼈던 맛이 아닌, 다소 품질이 저하된 맛으로 평가됐다. 이 문제의 원인이 제조현장에서 아직 제조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유통상 관리의 문제인지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이학박사)


잣이나 밤 등의 부재료가 들어간 술들은 그 향이나 맛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술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중요하다. 평소 마셨던 것과 다르게 맛이 떨어진 술들은 관리 과정에서 유통사인 마트의 문제인지, 술을 만드는 양조장의 문제인지 집어볼 필요가 있다. 전통주의 확산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고 쌀과 누룩만으로 맛을 내는 방법을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인공감미료를 사용한 것에 무조건 낮은 점수를 준 건 아니다. 이미 길들여진 대중적인 입맛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인공감미료를 적절히 사용하면 맛의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6위 ‘서울 생막걸리’(85.5)와 8위 ‘영탁 생막걸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현주(전통주 갤러리 관장)


본인 입맛에 맞는 술이 가장 좋은 술이라고 생각한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라 옳고 그름은 없다. 이렇게 전문가들이 모여 순위를 매겼지만, 이 점수에 치우칠 필요는 없다. 특히 막걸리 단가는 천차만별이라 반드시 가격을 비교해서 이 맛에 이 가격이면 적당한지 ‘가성비’를 잘 따진 후 선택하길 제안한다.


정준하(‘찾아가는 양조장’ 홍보대사,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개인적으로도 재밌는 경험이었지만 결과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일반 막걸리냐 프리미엄 막걸리냐에 따른 편차도 있고, 달달한 맛보다는 산미가 있는 술을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처럼 브랜드가 가진 선입견을 떠나 막걸리의 색·향·끝맛을 따져서 구매해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친구들끼리 함께하면 술자리도 더 흥미롭고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지민(대동여주도 대표)


2~4위까지 모두 1만원대 프리미엄 막걸리로 선정됐다. 1000원대 막걸리와 1만원대 프리미엄 막걸리를 같이 비교하는 게 맞을까 문제를 제기할 분도 있겠지만 일단 마트 매대에 함께 있는 막걸리를 대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1위로 꼽힌 ‘느린마을 막걸리’는 여러 모로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2000원대로 가성비도 좋고, 인공 감미료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인공 감미료를 첨가한 3위 ‘복순도가 막걸리’, 4위 ‘이화백주’보다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단맛이란 어떤 건지 음미해봤으면 좋겠다.


이지혜(대동여주도 콘텐트 에디터,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1000원대 초저가부터 1만2000원대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막걸리를 대상으로 시음해봤다.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형마트에서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24종이나 판매하고 있다는 게 반가웠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막걸리는 한정적이었는데 스파클링 막걸리부터 원주에 가까운 막걸리까지 다양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게 고무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막걸리 브랜드들이 하위를 차지한 건 아쉽지만, 상위 10위 안에 들어간 6개 막걸리는 ‘가성비’도 좋고 맛도 좋아 꼭 한 번씩 맛보길 제안한다. 특히 무감미료의 ‘느린마을 막걸리’가 1위를 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1위~10위까지 막걸리의 특징과 맛 그리고 어울리는 안주를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와 콘텐트 에디터 이지혜·김다슬씨가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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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느린마을 막걸리


배·망고스틴 등의 시원한 과일 향, 사과 요거트, 덜 익은 복숭아, 밀가루 향 등이 느껴진다. 입국(누룩의 일종)에서 기인한 뽀얀 컬러와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인다. 정제된 담백한 맛, 산뜻하면서도 기분 좋은 단맛을 즐길 수 있는 균형감 있는 막걸리다. 무감미료 막걸리를 표방하는데 1만원대의 프리미엄 막걸리들보다 훨씬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다. 샥슈카, 아라비아따 파스타와 같은 이색 음식과 한 번 맛보길 제안한다.


2위 해창막걸리 12도


곡물 향과 함께 바나나·파인애플·메론·사과 등 잘 익은 과일 향이 느껴진다. 지게미 입자가 눈에 보일 만큼 점성이 있고 묵직한 느낌. 입에 넣으면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진다. 원주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게 느껴지지 않고, 농밀하면서 진한 찹쌀 특유의 단맛이 있다. 첨가물 없이 오로지 쌀로 만든 단맛이 돋보인다. 바디감이 있어 안주 없이 마셔도 은근 배가 부르다. 견과류, 치즈를 함께한 샤퀴테리 플레이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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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복순도가


곡물과 누룩, 요거트, 과일 발효 향과 함께 약간의 쿰쿰함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요거트와 같은 진득한 단맛과 입안을 조이는 듯한 산미가 이어지면서 계속 입맛을 당긴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표방하는 동시에 스파클링 막걸리 시장의 포문을 연 막걸리다. 무게감이 있는 편이라 가벼운 요리보다는 진한 소스를 사용한 요리가 어울린다. 새콤한 소스에 버무린 꿔바로우, 매운맛의 칠리새우와 묵은지 김치찜 등을 추천한다.


4위 이화백주


약간 어두운 미색을 띤다. 시원한 배 껍질 등의 잘 익은 과일 향이 느껴진다. 쭉 당겨주는 산미와 찌르는 듯한 짠맛 등 6도라는 알코올 도수에 비해 묵직한 맛이 느껴진다. 원래 무감미를 표방했던 막걸리였지만 감미료가 첨가되면서 특유의 개성이 무뎌진 느낌이 들어 다소 아쉽다. 탄산도 빨리 사라진다. 대중성 있는 막걸리로 바뀐 장점이 있겠지만 옛 이화백주가 그립다. 오향냉채나 핫 소스를 뿌려낸 페퍼로니 피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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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화성 생막걸리


색이 곱고 밝은 미색을 띈다. 밀키스, 암바사, 메로나 등의 향이 느껴진다. 향은 통통 튀지만 맛은 반대로 아주 잘 정돈된 느낌. 달지 않고, 깔끔한 물맛이 시원하다. 단맛이 입에 많이 남지 않아 음용성이 좋다. 잘 만든 탄산음료를 마시는 느낌이라 생선전과 같은 기름진 음식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공동 6위 서울 생막걸리


팽화미에서 기인한 뻥튀기 냄새, 묵은 밥 향이 난다. 향에 비해 맛이 좋고, 입에 벨벳처럼 감기는 느낌도 좋다. 입안에서 막걸리가 서핑보드를 타는 느낌. 단맛이 있지만 균형감이 좋아 산뜻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식사 후 디저트로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막걸리로 시폰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를 곁들이거나 살짝 얼려서 셔벗으로 즐기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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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6위 국순당 우국생막걸리


고두밥, 묵은 쌀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쌀의 단맛과 쓴맛, 약간의 감칠맛, 탄산감이 있으나 지배적인 느낌의 맛과 향은 없는 편이다. 바디감 있는 막걸리지만 마시기는 편하다. 곡물의 풍미가 가득 느껴지며 ‘이 술은 한마디로 막걸리구나’ 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어떤 안주에 맞출 필요 없이 그냥 마셔도 좋겠다. 쌀밥에 김치를 올려 곁들이거나 김치 두루치기에 즐겨도 좋겠다.


8위 영탁 막걸리


향에서 느껴지는 특징은 적은 편이다. 약간의 곡물향이 느껴지는 정도. 재미있는 건 한잔 쭉 들이켜면 ‘탁’ 치는 듯한 경쾌한 맛이 느껴진다. 물맛 좋은 예천의 막걸리로 탄산 입자가 꽤 굵게 느껴져서 입안을 톡 치는 듯한 경쾌함이 좋다. 가수 영탁의 ‘막걸리 한잔’에서 기인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막걸리에도 전해져 홍탁 또는 투박한 시골음식 등이 떠오른다. 맛과 연관 지어 보면 감자·우엉·애호박·가지·양파 등의 채소를 튀겨 함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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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골목 막걸리


옅은 미색을 띈다. 바나나 향, 곡물의 단향 등이 느껴진다. 적당한 탄산, 부드럽고 가벼운 바디감으로 편하게 마시기 좋다. ‘골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중을 위한 막걸리다. 방송에서 소개된 막걸리 이미지가 편하게 작용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편한 음용성을 갖췄지만 감미료로 인한 단맛이 강한 게 조금 아쉽다. 매운 닭발, 족발, 엽기 떡볶이 같은 음식과 곁들이기 좋다.


10위 담은 막걸리


아주 선명한 우윳빛 컬러다. ‘구름 막걸리’라는 애칭이 자연스레 느껴진다. 잘 익은 바나나 향이 느껴지며 질감 또한 우유처럼 부드럽다. 묵직한 바디감에 비해 지게미 입자가 고와서 혀에 닿는 감촉은 벨벳 같다. 시금털털한 막걸리 맛을 상상하고 마신다면 오산. 쌀 특유의 담백함, 자연스러운 곡류의 단맛, 적은 산미가 특징이다. 까르보나라 같은 크림파스타에 곁들여서 이색적으로 즐겨보자.


※알림


이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셨는지요. 1 내부 패널이 개별구매하셔서 동일한 냉동 온도 유지한 상태에서 하셨는지. 2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모든 패널이 모여서 관능하셨는지. 3 외부 운영기관이 술을 내어주고 점수를 집계하는 과정이 있었는지 아니면 개별 패널이 각자 관능 후 직접 작성하셨는지요."


답변 드립니다.


2주 전 대동여주도 사무실에 전문가 6인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했습니다. 막걸리는 대동여주도 팀이 시음 전날 이마트에서 23종을 한꺼번에 구매해 냉장보관 한 뒤 동일한 컨디션으로 냈습니다. 각각의 막걸리는 모두 호일로 싸서 평가자들이 알 수 없도록 했고, 낼 때는 투명 잔에 따라 번호로만 구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을 기자가 직접 참관했고, 외부 브랜드나 운영기관의 개입은 모두 차단했습니다. 점수는 각 심사위원이 현장에서 매긴 점수를 테이스팅 이후 바로 취합해 최종 점수를 뽑은 것입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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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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