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동물원 "매년 15억 감당 안돼"...中판다 부부의 슬픈 귀향길

[이슈]by 중앙일보

영국 대형 동물원에 살던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이 결국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동물원이 비용 절감을 위해 내린 고육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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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스코틀랜드 왕립동물학회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필드는 “에든버러 동물원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부부 티안 티안과 양 광을 다시 중국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드에 따르면 학회가 운영하는 에든버러 동물원과 하이랜드 야생동물 공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 이상 운영이 중단되면서 재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영국 전역에 내려진 이동제한 조치에 방문객이 크게 줄면서다. 입장료 수입도 따라 줄면서 지난 한해 200만 파운드(약 29억 원) 적자가 났다. 현재 동물원과 공원은 재개장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문자 수 제한에 재정상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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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티안 티안의 2015년 모습. [에든버러 동물원 유튜브 캡처]

필드는 “코로나19 기간 정부 대출과 인력 축소, 모금 호소 등 자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앞으로도 장기간 수입 감소가 예상돼 긴축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판다 부부가 비용 절감 대상 1순위로 꼽힌 건 막대한 관리 비용 때문이다. 2003년 태어난 동갑내기 부부인 티안 티안과 양 광은 지난 2011년 12월 영국으로 건너왔다.


당시 스코틀랜드 동물학회와 중국 야생동물 보존협회는 5년에 걸친 논의 끝에 판다 부부를 영국에 임대하기로 했다. 영국은 판다의 현지 적응을 위해 고급 대나무를 심고, 네덜란드에서 죽순을 수입하는 등 온갖 정성을 들였다. 지난 2019년에는 인공수정에도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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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타임스에 따르면 그동안 학회 측은 10년 임대가 종료되는 올해 말 계약 연장을 고려해왔다. 하지만 중국에 내야 하는 약 60만 파운드(약 9억 원)의 임대 비용에 사룟값까지 더하면 해마다 관리 비용만 100만 파운드(약 14억 8800만원)에 달해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학회 측은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이 비용을 더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필드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중국 측과 판다 반환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 악화로 동물원을 떠나야 하는 건 판다뿐만이 아니다. 스코틀랜드 야생고양이 복원 프로젝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여파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320만 파운드(약 47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됐지만, 영국의 EU 탈퇴로 더이상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지면서다. 필드는 “에든버러 동물원은 전 세계 동물 보존 프로젝트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지만, 코로나19 와 브렉시트 등으로 인해 자금 지원과 연구 협업이 모두 끊긴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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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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