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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차만 자율주행? 배·드론·로봇도 혼자다닌다, 핵심은 슬램 기술

by중앙일보

주변 탐색·지도화 ‘슬램’ 기술 확산

세계 첫 집안 자율순찰 로봇 등장

한컴 드론, GPS 끊겨도 자율비행

IBM, 무인항해 선박·AI선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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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서 선보인 집 안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순찰 로봇 무어봇 스카우트. [EPA=연합뉴스]

자율주행 기술이 산업 현장으로 거침없이 뻗어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쇼 ‘CES 2021’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드론·선박·로봇·청소기·방역 기기 등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자율주행 핵심기술인 동시 위치측정 및 지도화(슬램·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을 채택한 기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슬램은 기기가 주변을 탐색해 정밀지도를 만들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슬램은 자율주행 기술을 다양한 이동체와 결합하는 핵심 매개 기술로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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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컴퓨터는 CES2021에 미래 무인 드론 운영시스템 드론셋(drone SAT)을 출품했다. 좌표만 찍어주면 드론이 알아서 출동하는 슬램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드론 토털 솔루션이다. [사진 한컴]

로봇은 슬램 기술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분야 중 하나다. ‘무어봇 스카우트’(Moorebot Scout)는 세계 최초의 집 안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순찰 로봇이다. 장난감 자동차처럼 생긴 이 로봇은 슬램 기술을 접목해 집 안 구석구석을 자율주행으로 오간다. 사람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특이사항은 없는지 살펴보고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관찰하는 일도 가능하다. 개발사인 파일럿 랩 준 예 대표는 “지능형 모바일 홈 카메라, 애완견 동반자, 잡역부 모니터링, 자녀를 위한 학습 장난감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대신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로봇에도 슬램 기술은 필수다. 한서대-힐스엔지니어링의 전문방역 로봇 코로봇(CORO-BOT)은 CES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슬램 기술이 적용된 물류 로봇에 관절식 로봇 팔 등을 달아 방역용으로 개편했다. 크기를 줄이면 비행기 좌석 사이 등 좁은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개발에 참여한 김홍한 한서대 교수는 “위험한 방역작업을 사람 없이 다양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영장 관리 회사 피봇 솔라 브리즈는 수영장 청소 로봇 아리엘을 출품했다. 아리엘은 수영장 위를 알아서 떠다니며 먼지, 나뭇잎, 꽃가루, 머리카락, 곤충, 기름 등을 95%까지 제거할 수 있다.


한글과컴퓨터(한컴)도 이번 CES에 처음으로 무인드론 운영시스템 ‘드론셋(DroneSAT)’을 출품했다. 자회사 한컴 인스페이스의 드론셋은 별도 조작자(오퍼레이터) 없이 드론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예컨대 소방 드론은 화재 발생 시 좌표만 찍어주면 별도 조작 없이도 드론이 현장에 출동해 영상을 송출하고 출발지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사람이 매번 드론을 들고 나가서 직접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모든 걸 자동화시켰다”며 “슬램을 적용해 GPS가 끊긴 상태에서도 드론이 장애물을 피하고 자기 위치를 파악해 자율 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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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대와 힐스 엔지니어링의 방역로봇 코로봇은 방역장비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사진 한서대]

IBM은 무인 자율항해 선박 ‘메이플라워’와 인공지능(AI) 선장 시스템으로 CES2021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해양연구 비영리단체인 프로마어(ProMare)와 협업해 사람 선장이나 선원 없이 AI 선장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독립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메이플라워는 오는 4월 2주간 무인 대서양 횡단을 시도할 예정이다. 1620년 영국에서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 간 메이플라워호의 경로를 그대로 따른다. 조나단 베티 IBM 메이플라워 프로젝트 홍보 책임자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AI 선장은 현재 IBM의 컴퓨터 비전 기술과 레이더, 음파, 깊이 센서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자율항해한다”며 “향후 슬램 기술을 추가 적용해 항구나 강처럼 (바다보다 더) 복잡한 환경에서도 항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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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무인 자율항해 선박 메이플라워에 적용된 기술을 CES2021에서 소개했다. [사진 IBM]

슬램 등 자율주행 기반 기술의 확산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 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슬램 기술 시장 규모가 2018년 1억100만 달러(1109억원)에서 2023년 4억6500만 달러(511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자율주행 기반 기술은 차 외에도 활용 폭이 넓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혁신적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