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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LG전자 사장이 부러워하더라"…LG전자에서 독립한 'EDWO'

by중앙일보

남성 맞춤형 패션 플랫폼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 EDWO는 연예계로 치면 대형기획사 연습생 출신 검증된 신인이다. LG전자와 혁신 스타트업 육성기업(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인력·자본이 힘을 합친 케이스라서다. LG전자 임직원이 외부 기업과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해 사업화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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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스타트업 육성 기업 퓨처플레이가 손잡고 만든 스타트업 EDWO는 남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 '히든피터'를 상반기 중 런칭한다. 이승미 EDWO 대표(왼쪽)와 강현진 EDWO 이사. [EDWO]

LG전자와 퓨처플레이는 지난해부터 논의를 이어온 EDWO의 패션 플랫폼 '히든 피터'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 최근 분사했다. '큰 즐거움이 끝없이 펼쳐지는 멋진 여정을 이어가겠다(Eternal Delight, Wonderful Odyssey)'는 뜻의 EDWO는 LG전자의 첫 사외벤처 기업이 됐다. 퓨처플레이와 LG전자에서 신사업 발굴을 주도해온 이승미(34) EDWO 대표와 강현진(31) 이사를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2013년 기술전문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로 시작한 퓨처플레이는 2016년 LG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SK플래닛 등 대기업으로부터 총 30억원을 투자받았다. LG전자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신사업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고 퓨처플레이는 대기업의 노하우와 자금이 필요했다. 이후 두 회사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을 여러 차례 논의하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협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LG전자와 퓨처플레이에서 각각 세 명씩 합류해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개발했다"며 "함께 일해보니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굳이 구분하는게 의미 없을 만큼 양사 모두 빠르고 유연하게 사업을 진행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강 이사는 EDWO에 남았지만, 사업을 함께 구상하던 나머지 직원들은 각자 회사로 돌아가 또다른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EDWO가 올 상반기 출시를 준비 중인 '히든 피터'는 남성을 위한 비대면 맞춤형 패션 플랫폼이다. '다음 주 소개팅할 때 뭐 입지?'라는 고민이 생겼을 때 히든 피터에 들어가면 체형과 취향에 딱 맞는 패션 아이템을 추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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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EDWO 대표와 강현진 이사가 고객에게 히든 피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퓨처플레이]

남성 대상 패션 플랫폼을 구상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강 이사는 "조사 단계에서 남성도 여성만큼 '옷을 잘 입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놓고 '나도 잘 입고 싶어'라 말하지는 않지만, 남성은 자신의 체형에 대한 고민, 어떤 아이템을 골라야 할지에 대한 고충이 크더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요즘 이런 디자인의 코트가 유행이야'라는 식의 주입식 추천은 필요 없다"며 "연예인처럼 입고 싶은, 혹은 특정 브랜드만 추천하는 게 아니라 진짜 정확한 추천을 하는 것이 히든 피터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DWO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남성 패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안정적 환경 대신 독립을 택한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양사의 프로젝트로 시작했다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밥 얻어먹고 부모님이 세금까지 대신 내주면 진정한 독립이 아니다"라며 "독립한 EDWO가 잘돼서 LG전자·퓨처플레이에 '시너지를 내는 협업'을 요청하고 싶다"고 했다.


강 이사는 "바다에 비유하자면 큰 배로 갈 수 있는 곳과 작은 배로 갈 수 있는 곳이 다르다"며 "히든 피터라는 서비스는 작은 배로 더 많은 곳을 탐험해서 가야 할 곳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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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위한 비대면 패션 추천 플랫폼 '히든피터'의 서비스 화면. [EDWO]

두 사람은 4~5개월간의 시장조사 기간과 아이템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해 연말 LG전자와 퓨처플레이에 분사 허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LG전자 임원들을 위한 보고를 준비하면서 '대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어떤 소통의 벽도 느끼지 못했다"며 "우리의 백그라운드보단 사업 아이템과 열정만 봐줬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CEO인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우리 보고를 듣더니 '대기업에 있는 본인보다 자유롭고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 부럽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