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토이스토리를 탄생시킨 픽사의 네 가지 피드백 방법

[비즈]by 중앙일보

■ Editors’ Note


픽사는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방법으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흥행작을 쏟아냈습니다. 브레인 트러스트는 사람이 아닌 문제에만 초점을 두고, 지시와 비판 대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피드백 방식입니다.


이처럼 피드백을 업무에 적용하려면 조직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해야 합니다. 성장을 위해 불편할 수밖에 없는 피드백을 주고받기에 충분한 소통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심리적 안정감의 토대를 다지는 기술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도전의 의미가 담긴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 이를 통해 팀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 생산적인 리액션으로 팀원들의 참여를 더욱 선순환시키는 것입니다.



명작 쏟아내는 '픽사'가 피드백을 나누는 방법

피드백의 영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대화에서의 피드백과 업무에서의 피드백 프로세스인데요. 앞서 〈피드백을 한다는 것〉 2화에서는 대화 피드백을 네 가지(지지적·발전적·학대적·무의미한 피드백)로 정리했어요. 3화에서는 리더이거나 팀장인 분들이 업무 영역에서 피드백을 적용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조직에서 온전한 피드백을 하려면, 구성원들이 높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아무리 좋은 피드백 프로세스를 구축해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겉도는 이야기를 하거나 아예 침묵하게 되거든요. 피드백을 받아들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피드백을 왜곡해서 이해하는 거죠. 결국 행동은 바꾸지도 못하고, 감정의 골만 깊어지기 쉽습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명가로 평가받는 '픽사(Pixar)'에는 어떤 피드백 프로세스가 있을까요? 픽사의 CEO이자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사장이었던 에드윈 캣멀(Edwin Catmull)은 동료의 재능을 더 조화롭게 할 방법으로 두 가지 행동을 했습니다. 하나는 자신에게 적용할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스템에 대한 것이었죠.


먼저 에드원 캣멀은 "내가 한 실수는…"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며 자신의 실패를 구성원에게 솔직히 밝혔죠. 이런 행동은 'CEO도 실수하는데,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구성원들이 갖는 것으로 이어졌어요. '완벽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벗어나게 할 심리적 안정감의 밑바탕이 되었죠.


또 하나는 '구조 설계'였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 입니다. 스토리 트러스트(Story trust)라고 하기도 해요. 제작 중인 작품의 진행사항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아이디어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었죠. 문제 해결만을 중심에 놓고, 뒤끝 없이 솔직하게 서로의 지식과 경험·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픽사의 경우 브레인 트러스트의 주요 멤버는 존 라세터(토이스토리 감독), 앤드류 스탠튼(월-E 감독), 리 언크리치(몬스터 주식회사 감독) 등이었습니다. 모두 최고라 불리는 사내 '두뇌'들이었죠. 이들이 진행하는 회의의 원칙은 간단했습니다.



1. 지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디어는 있었습니다.


브레인 트러스트 안에서 참석자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한 팀은 작품을 제작하는 감독과 그 팀입니다. 이들은 회의에서 자신들이 지금까지 준비한 애니메이션의 현황을 공유하고, 이슈를 제시합니다. 다른 한 팀은 피드백을 주는 팀으로, 다양한 지식과 의견을 전해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었어요.


이 회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회의의 리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에게 어떤 지시도 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데 집중했어요. 이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모두의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었어요. 작품의 주인은 감독이기에 다양한 피드백을 듣고, 어떤 것을 받아들일지 선택했습니다. 참석자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했고, 결정은 감독의 몫으로 남겼어요.


자연스럽게 감독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에 집중했어요. 보통의 조직은 아이디어를 내면 그 아이디어가 옳은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해야 하죠. 하지만 픽사에서는 달랐어요. 선택권은 감독에게 있으니 어떤 아이디어라도 두려워 않고 편하게 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낸 의견이 채택되었다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져도 책임은 그 의견을 선택한 감독에게 있었어요.



2. 참석자의 목표는 오로지 '작품 성공'이었습니다.


브레인 트러스트는 결국 현재 닥친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더 좋은 작품을 만들지 고민하는 자리였어요. 작품의 성공이 조직과 서로가 성공하는 길이었어요. 동료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구조였죠.


여기서 피드백을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은 불편한 마주침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료의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해야 해요. 동료가 성장하면 팀이 성장하고, 회사와 내가 성장한다는 믿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3.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생각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제안을 받는 건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닐 겁니다. 예를 들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피드백이 불편한 감독이 작품의 진척 상황을 숨길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요.


픽사는 브레인 트러스트에서의 피드백을 제작팀과는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듣는 시간으로 정의했습니다. 반대가 아닌 다양한 관점이라는 인식을 심은 거죠. 참석자들은 이 회의를 통해 더 좋은 과정,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명확한 공감대를 갖고 있었어요. 이 전제가 깔리자 이 회의에서 나오는 피드백은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닌, 작품에 기여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감독과 작품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각자의 고민을 숨길 이유가 없었어요. 여기에 신뢰까지 쌓이면서 각자의 생각에 대해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 만약 브레인 트러스트를 현실에 적용할 때 누군가 생각을 숨긴다면 '과정에서의 잘못을 평가'하는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있지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4. 화법으로는 '더하기(Plusing, 플러싱)'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브레인 트러스트의 대화 방식은 이랬습니다. 'Yes, and'. 즉 '의견 좋아요. 그리고 이런 건 어떤가요?'라는 화법입니다. 동료의 아이디어를 '그거 아닌 거 같은데? 난 이게 더 좋은데?'와 같은 부정적 피드백이 아닌 긍정적인 말에 새 의견을 추가하는 방식이었죠. 이 방식은 디즈니의 '겨울왕국'의 탄생과도 연결이 되었습니다.


디즈니가 겨울왕국을 론칭하기 1년 반 정도 남은 시점이었어요. 이때의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것과 달랐습니다. 자매 중 동생 '안나'는 손대는 모든 것을 얼음으로 만드는 저주를 타고난 언니 '엘사'를 밀어내고 왕자와 결혼을 한 뒤 여왕 자리에 오릅니다. 여기에 엘사가 복수를 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다 눈으로 만든 괴물이 나타나고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자매 둘이 화해를 하고 나라를 구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왕자가 심장이 얼어붙은 공주를 키스하며 깨우는 설정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스토리는 디즈니 내부 시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어요. 대신 이들은 브레인트러스트 방식(스토리트러스트)을 활용해 피드백 대화를 진행해 봤습니다. 이때 겨울왕국의 공동 감독으로 합류한 제니퍼 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어요. 평소 투닥거리던 언니와 있었던 일이었죠. 그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언니가 자신을 위로하며 옆을 지켰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회의 중 이런 제안이 나왔어요.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기존 스토리의 자매 이야기에 대해 연구를 해보자고요. 결국 이 대화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겨울왕국의 '엘사 자매'로 발전했습니다.


또 다른 의견도 나왔어요. "꼭 왕자가 공주에게 키스를 해야 얼어붙은 심장이 녹을까요? 왕자가 꼭 좋은 사람이어야 할까요?"와 같은 의견이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일조했죠. 책 〈1등의 습관〉에서 등장한 이같은 피드백 이야기는 상대방 행동이나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발전적 피드백(2화)의 사례가 되기도 합니다.



팀장이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모든 조직이 브레인 트러스트 방식으로 회의를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먼저 실패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의사결정권이 리더에게 있을 때와 다른 이의 의견에 부정적인 평가를 던질 때입니다.


예를 들면 한 상품을 만드는 기획자, 마케터,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전체 총괄이 브레인 트러스트 회의를 한다면 누구에게 의사결정권이 있어야 할까요? 이날 상품 방향을 소개한 기획자에게 있어야 합니다. 마케터와 콘텐츠 제작자는 의견은 제안하되 결정권을 갖고 있진 않죠. 팀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브레인 트러스트 회의를 실패하는 조직에서는 담당자가 아닌, 팀장이 브레인 트러스트를 빙자한 컨설팅을 합니다. 이렇게요.


해봤어? 내가 해봤는데 그건 힘들어. 근거가 뭐야? 레퍼런스가 있나? 어차피 답은 리더가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누가 새롭고 다양한 의견을 내려 할까요? 리더가 원하는 답을 말하려고만 하겠죠. 이 회의의 결말은 리더가 원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끝나게 되고, 이는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실패 사례도 있어요. 서로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죠. 다른 의견을 제시한 사람에게 공개 채널에서 "1~2개 팔고 말 거 아니잖아요?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네요. 내 말이 동의가 안 된다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거니 제 일에 제안을 하지 마세요! 당신은 그냥 아는 척하는 수준이니까요"라는 동료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동료에게는 그 누구도 아이디어 또는 리스크를 발견해도 의견을 전달할 수 없습니다.


픽사가 브레인 트러스트를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던 배경을 다시 생각해 보죠. 이들은 의견을 내놓을 때 거절되거나 비판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직이 심리적 안정감을 갖춰야 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 〈두려움이 없는 조직〉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모든 구성원이 업무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소개합니다. 말그대로 두려움이 없는 조직이 되는 거죠*. 이를 통해 개선점을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은 괜찮은 걸까? '심리적 안정감' 높이려면


이쯤 되면 걱정이 밀려옵니다. 높은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게 우리 조직에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품는 거죠.


성공하는 곳은 분명 있습니다. A사의 예를 들어볼게요. 이곳은 이어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일을 하던 조직이었어요. 기획팀이 상품을 고민하면, 그다음 마케팅팀이 어떻게 팔지 생각했죠. 콘텐츠팀의 영상 제작, 디자인팀의 이미지 준비, 세일즈팀의 판매 채널 확보가 순차적으로 이뤄졌어요. 이렇게 일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상품 기획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마케팅이 이뤄졌고, 완성된 상품이 마케팅 때 보이는 것과 차이가 있었어요. 이 같은 문제를 타파하고자 이곳은 일하는 방식을 오케스트라처럼 바꾸기로 했습니다.


(후략)


*폴인 스토리북 〈팀장이 된다는 것〉를 쓴 백종화 링커가 피드백의 원칙을 실전에서 도입하는 방법을 제시하려 합니다. 성공하는 팀장,팀원,동료가 되려고 애쓰는 이들이 들춰볼 수 있는 실전 지침서를 이어지는 폴인스토리에서 확인해보세요.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