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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국내 은행서 59억 대출받아 78억짜리 이태원 주택 산 중국인

by중앙일보

중앙일보

중국인 A씨가 지난해 국내 은행에서 약 59억원을 대출받아 매입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상가주택. [사진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지난해 중국인 A씨는 국내 은행에서 약 59억원을 대출받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의 주택을 78억원에 매입했다. 전체 주택가격의 76%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로 조달한 셈이다.


또 미국인 B씨는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주택의 지분 80%를 12억 8800만원에 사들였다. B씨는 이미 용산구 동자동에 단독주택, 강원도 고성군의 상가주택 등 주택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그는 고성군 상가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동자동 단독주택을 매입했고, 지난해에는 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동자동의 새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국내 금융기관에서 고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근린생활시설을 포함한 상가주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2017년 정부는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2018년부터 해당 지역에서 9억 이상 고가주택을 살 경우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일반 주택을 구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상가나 상가주택은 감정가격의 60%에서 최대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임대사업을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서울‧경기 지역 외국인의 계획서 제출 건수가 2019년 1128건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1793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약 40%에 달하는 691명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임대업을 위해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병훈 의원은 “최근 국내에서 임대사업을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국인들이 정부의 대출규제를 받지 않는 상가 또는 상가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2012년 이후 이민인구와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자 자국 내 소득이 없는 외국인의 대출을 금지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소 의원은 “이후 중국 본토 자본의 유입 통제와 외국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세율 인상 조치 등을 통해 외국인의 호주 내 주택투자를 빠르게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