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개발협의 중단" 이 공시로 현대차 10조 사라졌다

[비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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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애플 간 '애플카' 생산 협의가 중단 또는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현대차와 기아는 동시에 "애플과 자율주행 차량 개발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8일 애플카와 관련한 풍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 만이다. 현대차는 당시 "다수의 기업과 자율주행차 개발을 협의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들은 이날 일제히 "공시 이외엔 밝힐 게 없다"며 함구했다. '애플 카' 협의 무산이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철저히 입단속을 하는 모양새다. 반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공시 후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관련주는 10% 안팎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으로 약 10조원이 사라졌다.


업계는 현대차·기아가 이날 공시에 대해 "더는 풍문으로 인한 경영상의 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기 위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플카 협업설 이후) 과도한 기대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며 "무산된 것인지 협상을 하다가 중단된 것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지만, (현대차·기아의) 최근 실적이 좋기 때문에 향후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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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 5일 블룸버그는 현대차·애플 간 협의는 최근 중단됐으며 원인은 현대차가 애플과의 '기밀 유지' 원칙을 깼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로 인해 "애플이 화가 났다"고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애초에 현대차를 통해 한국에서부터 언론 보도가 나간 게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보도가 나올 때) 현대차가 봉합을 잘해야 했는데, 초기에 미숙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간 외신 등에 오르내리다가 결국 스스로 부인해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며 "향후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협력사 등 사업 파트너를 고를 때 신비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보안을 강조하고 비밀 유지 조항을 어기면 수억 달러의 페널티를 물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와 애플 간 협의설이 불거졌을 때도 둘 간의 동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기업 문화가 서로 다른 현대차와 애플이 섞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두 회사의 협력 방안이 아이폰을 제작하는 폭스콘처럼 애플이 설계하고, 현대차가 생산을 맡는 방식이라면 현대차는 애플의 간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양사 간 협력이 이런 구도로 짜일 경우 현대차는 애플의 '하청'으로서 1~2%의 마진만 가져갈 것이라는 점에서 현대차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다.


애플의 '프로젝트 타이탄'도 당분간 수면 아래에 잠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애플이 진행하는 자율주행 차 비즈니스에서 파트너사에 더욱더 기밀유지를 강조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프로젝트 타이탄은 2014년 애플이 내부적으로 진행한 자율주행 차 진출 사업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공시에서 "애플과 협의"는 부인했지만, "다수의 기업과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애플 외에 다른 기업과의 협력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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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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