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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휴대폰에 특별한 고객 표기법···여성 첫 車판매왕의 '영업비밀'

by중앙일보

[인터뷰] 곽경록 현대차 수원서부지점 영업부장



중앙일보

현대자동차 첫 여성 판매왕에 오른 곽경록 수원서부지점 영업부장 [사진 현대차]

곽경록(53) 현대자동차 수원서부지점 영업부장은 지난해 430대를 팔아 여성 최초로 ‘판매왕’ 자리에 올랐다. 지난 3일 저녁 지점 상담실에서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잠깐 계약서에 사인받고 오겠다”며 5분 만에 한 건의 계약을 끝냈다.

10년간 ‘전국 20위권’ 유지

현대차 지점은 영업직원 6000여 명을 두고 있다. 곽 부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전국 랭킹 20위권 안에 들었다. 장기간 상위 랭킹을 유지한 비결을 물었더니 “성실·열정·보상”이라고 답했다. 너무 모범생 같은 답이라고 했더니 이렇게 부연했다.


“성실, 현대차를 무척 사랑합니다. 열정, 일을 즐깁니다. 그에 따른 보상,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그중 ‘보상’이 가장 궁금했으나, “보통의 직장인보다 더 받는 것 같다. 그 이상은 영업 비밀”이라고 했다. 곽 부장은 프리랜서가 아닌 현대차 직원이다.


그는 스스로 “내성적인 성격에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특별히 비결이랄 게 없단다. 다만 “디테일은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에 이름을 저장할 때 ‘나만의 표기법’이 있다. ‘홍길동 중앙일보 상10’은 “중앙일보에 다니는 직장인 홍길동으로 차량 구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 성향과 함께 갑자기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올 때도 재빠른 응대가 가능하다. 그의 휴대폰엔 약 3000명의 잠재 고객이 저장돼 있었다.

영업의 기술은 디테일·인사이트

고객 응대에도 인사이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가장 알맞은 호칭을 정하는 일은 기본이다. 임원급 이상 직장인은 회사 직함에 ‘님’을 붙여 부른다. 정보가 없는 고객으로부터 먼저 전화가 걸려온 경우엔 얼마간 통화를 해보고 선생님·아버님·고객님·사모님 등에서 적절한 표현을 골라 쓴다.


명절 선물을 보낼 때도 디테일을 살린다. 지난 추석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밥을 많이 해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경기 이천 쌀을 보냈다. 작은 카드엔 ‘내 고향 이천 쌀’이란 점도 내세웠다. 이번 설 명절엔 제주도 레드향을 선택했다. 갑갑한 집안 생활에 향기가 돌도록 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담았다.


일상은 빽빽했다. 주 5일 근무, 40시간 근무제와는 거리가 있다. 전국에 퍼져 있는 ‘고객님’을 만나기 위해선 주말 근무도, 늦은 밤 전화 응대도 마다치 않는다.


“누군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게 영업의 기본이죠.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준다는 데 고마워하고, 그렇지 않을 때 가장 언짢아했습니다.”


그는 ‘무엇이든 잘하는 여성, 즉 알파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직장 생활은 물론 가정에서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도 “충분히 잘해냈다”고 자평했다. 오후 9시 퇴근해 자정까지 가사 일을 하고,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 게 ‘루틴(반복적 일상)’이다.


또 건강을 위해 꼭 아침과 저녁 식사를 챙겨 먹고, 주말 하루는 골프와 걷기 등 운동에 할애한다. 하지 않는 것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지 않고, 술자리는 일주일에 한 번 이하로 거의 하지 않는다. 이렇게 철저히 루틴을 지킨 게 25년간 영업 현장에서 장수할 수 있었고, 판매왕에 오르게 된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루틴대로 하면 나머지 시간을 일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환·금융 위기, 모르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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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첫 여성 판매왕에 오른 곽경록 수원서부지점 영업부장 [사진 현대차]

그는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여의도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런데 1996년 갑자기 사표를 내고 현대차 영업직을 택했다. 당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자동차 영업에 대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동차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권유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신입사원 시절인 1997년엔 외환 위기로 소비가 얼어붙었지만 “그런 게 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앞서 3~4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땀나게 뛰다 보니 그 해 100대 남짓 팔았다. 신입치곤 준수한 성적이었다. 10여년 뒤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쳐 거의 모든 자영업자와 직장인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땐 판매 네트워크가 구축된 시기”라며 연간 실적은 200대 선으로 올라섰다. 곽 부장은 “신입 시절 첫차를 팔았던 고객이 성공해 지금 회사 대표가 됐다. 그런 게 영업의 밑천”이라고 했다.

“5년 내 연간 1000대 판매가 목표”

지난해엔 모든 사이클이 맞아떨어져 판매왕까지 할 수 있었다. 주가와 부동산값이 폭등해 고객의 자산 규모가 늘어난 데다, 때마침 현대차가 신차를 쏟아냈다. 지갑이 두둑해진 소비자는 중대형 차에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곽 부장이 지난해 판매한 차 10대 중 3대를 제네시스로 채웠다. 그도 제네시스 G80을 탄다.


신입 시절 그는 아반떼·쏘나타·포터·스타렉스를 주로 팔았다. 요즘엔 제네시스·그랜저·전기차·하이브리드가 주력이다. 차를 대하는 소비자의 의식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출퇴근과 여행을 위한 이동 수단에서 ‘디지털 안방’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년퇴직까지 7년을 남긴 곽 부장은 “그만두기 전까지 연간 1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전환기라 “5년 안에 한 번의 기회가 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터뷰가 끝난 오후 9시쯤 눈발이 날리자 기자를 본인의 G80에 태워 인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줬다. 마지막 인사는 “차 바꿀 때 연락해요”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