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영상앱 ‘아자르’, 나스닥 상장사에 2조 매각…배민 이후 최대 규모

[테크]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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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스닥 상장사 매치그룹(시가총액 47조원)이 한국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를 2조원에 인수한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선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4조 7500억원에 인수한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하이퍼커넥트는 “미국 매치 그룹이 하이퍼커넥트 지분 100%를 17억 2500만달러(1조 933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동영상 채팅앱 ‘아자르’·‘하쿠나라이브’ 운영사인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전세계 새로운 사람과 만난다는 ‘소셜디스커버리’ 개념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왔다. 현재 230개국 19개 언어로 서비스 중. 핵심 앱인 아자르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5억 4000만회에 달한다.


비상장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적자 없이 매년 60% 이상의 매출이 늘리고 있는 회사다. 2019년 매출은 1689억원, 영업이익은 202억원이다. 지난해는 상반기까지 1235억원을 벌었다. 동종업계에선 비디오 커뮤니케이션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기술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하이퍼커넥트는 2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며 “국내 스타트업도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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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가치평가, 원동력은?


하이퍼커넥트의 핵심 경쟁력은 영상 채팅 서비스 '아자르(Azar)'다. 원하는 상대의 지역과 성별을 택한 후 화면을 가로로 넘기면(스와이프) 무작위로 전 세계 가입자와 영상 대화를 할 수 있다. 이용자 99%가 해외 사용자로 지난해 12월 애플 앱스토어 전 세계 60개국 매출 탑 10(SNS부분 매출 기준)에 들었다.


아자르는 매치그룹 주력사업인 소셜 데이팅 앱 '틴더' 등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 매치그룹은 40여 개 글로벌 소셜앱을 보유했지만 '틱톡' 같은 영상 킬러앱이 없었다. 샤르 듀베이 매치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하이퍼커넥트의 라이브 영상 및 오디오 기술은 강력한 연결 수단"이라며 "하이퍼커넥트의 혁신 기술을 매치그룹 서비스에 적용하고 기술 투자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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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성사됐나


지난해 초 하이퍼커넥트는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하고 투자 유치를 준비했다. 김 고문은 라인(LINE)을 일본에 상장시킨 주역이다. 하이퍼커넥트도 3000억~4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해 기업공개(IPO)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이후 매치그룹이 적극적 투자 의사를 보였다. 사모펀드 투자보다 기업과 직접 협력하길 원했던 하이퍼커넥트에겐 적절한 파트너였다. 하이퍼커넥트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매치그룹이 관심을 보여왔고, 이번 투자제안도 가장 적극적으로 해왔다"며 "인수 이후에도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을 제안해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했다.



누가 돈 벌까


하이퍼커넥트는 안상일 대표(40)와 정강식 최고기술책임자(CTO),용현택 최고연구책임자(CRO)가 공동창업한 회사다.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4년~2015년 초기 투자 이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적이 없어 상당수 지분을 공동창업자들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 대표와 정 CTO는 서울대 대학 창업동아리 친구 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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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주주인 안 대표는 2007년 검색엔진 업체 레비서치를 공동 창업했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당시 떠안은 빚만 8억원이었다. 개발·기획 외주 등으로 빚을 갚던 그는 정 CTO, 용 CRO와 함께 2013년 11월 '아자르'를 출시한 뒤 회사를 세웠다.


이번 인수로 초기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잭팟을 터뜨렸다. 알토스벤처스는 2014년 22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함께 1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두 투자사가 보유한 하이퍼커텍트 주식은 370만주 가량(우선주 포함)으로 수천억원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최대 엑시트 배민 모델 따를까


매치그룹의 이번 인수는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 민족 인수와 닮은 점이 많다. 기존 경영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독창적 기술이나 역량 등을 높이 샀다는 점에서다. 아시아 시장 확장이란 목표도 유사하다.


매치그룹은 2~3년 전부터 아시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지만 일본을 제외하곤 시장 안착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동남아·인도 시장 확대에 하이퍼커넥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샤르 듀베이 CEO는 “하이퍼커넥트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시장 입지는 매치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완벽히 보완한다"고 말했다.


하이퍼커넥트도 북미 시장 진출에 유리해졌다. 지난해 북미에 출시한 데이팅앱 '슬라이드'가 고전 중이라 매치그룹의 네트워크와 마케팅이 도움이 될 전망. 안 대표는 "북미·일본 등 빅마켓 공략과 더 큰 규모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작년 AI 스타트업 수아랩이 코그넥스라는 나스닥 상장기업에 인수됐고, 이번에도 나스닥 상장사가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을 인수했다"며 "글로벌 기업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또 다른 기회가 계속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김정민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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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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