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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팩플] ‘양날의 검’ 확률형 아이템 뭐길래…법까지 나섰나

by중앙일보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

공짜인 게임 키운 최고 수익모델

“득템 확률 너무 낮다” 불만 누적

‘메이플스토리’ 확률 바꾸자 폭발

이용자 “사기다”…국회,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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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이냐 도박이냐. 한국 게임회사들의 핵심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의 불만을 넘어 전면 규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국회에선 관련 규제를 담은 법안도 줄줄이 발의됐다. 이참에 규제하겠다는 정치권과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된다는 업계, 게임회사를 못 믿겠다는 이용자들까지 얽히고설켰다.



무슨 일이야


넥슨의 인기게임 ‘메이플스토리’가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문제가 불거졌다. 2003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는 1800만명이 이용하는 넥슨의 스테디셀러다.


· 넥슨은 지난달 18일 메이플스토리 ‘환생의 불꽃’ 아이템 업그레이드를 했다. 이때 "무작위이던 아이템 확보 확률을 모두 같은 확률로 바꾼다"고 공지했다. 그간 ‘무작위=동일’ 확률이라고 생각했던 이용자들이 분노했다. 이용자들이 돈을 더 쓰게 하려고 회사가 그간 확률을 조작한 게 아니냐는 항의였다.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의 넥슨 본사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사기를 배상하라”는 전광판 문구를 실은 ‘트럭 시위대’가 나타났다.


· 코너에 몰린 넥슨은 지난 5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간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던 아이템(유료 강화·합성류)의 확률도 모두 공개하고 이를 검증할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일부 아이템(캡슐형) 확률만 공개한 데 비해 파격적인 대책이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넥슨의 발표직후 회사 홈페이지에는 “집단소송을 준비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다가 이날 오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정을 어기면 회사가 얻은 이익의 3배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규제가 담겼다.



‘양날의 검’ 확률형 아이템


① 명(明) : 1990년대 후반 한국서 태동한 온라인 게임사업의 고민은 수익 모델이었다. 사용자 거부감이 크던 월정액제 대신 부분 유료화(free to paly) 사업모델이 등장했다. 게임 자체는 공짜이지만, 게임의 재미를 더해줄 아이템은 유료로 사라는 것. 부분유료화의 진화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은 넥슨 메이플스토리가 2005년 처음 도입했다. 게임 내 펫(pet)을 부화시키면 무작위 아이템이 나오는 ‘부화기’를 유료로 팔았다. 아이템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을 얻을 기회(부화기)를 판매한 것. ‘확률’에 따라 좌우되는 재미에 이용자들은 열광했다.


게임업계에선 확률형 아이템 같은 수익모델이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게임 산업이 급성장했다고 평가한다. 2010년 7조 4312억원이었던 이 시장은 2019년 15조5750억원으로 커졌다. 3N으로 불리는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시가총액 합계는 60조원이 넘는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확률형 아이템 판매는 블리자드나 EA 같은 글로벌 게임사들도 택하는 글로벌 수익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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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암(暗) : 확률형 아이템 사업은 진화를 거듭했다. 단순 뽑기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게임 아이템의 성능을 강화하는 데 확률이 적용되는 강화형, 여러 아이템을 전부 수집해야 하는 ‘컴플리트 가챠(Complete Gacha·수집형 뽑기) 등등. 그러나 사행성이 심하다는 비판도 커졌다. 결국 2015년부터 게임사들이 자율규제를 도입했지만 기본적인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최근 논란이 된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의 ‘신화무기’가 대표적이다. 게임 내 가장 강력한 아이템 중 하나다. 이를 노력하지 않고도 얻으려면 돈을 쓰면 된다. 1만1000원짜리 패키지상품(용기의 클래스 스탭업)을 구매해 ‘용기의 재료상자’를 얻어야 하고, 다시 ‘고대의 역사서 1∼10장’을 모으면 신화무기를 얻을 수 있다. 고대의 역사서에 대한 확률은 비공개다. 일부 이용자들은 돈을 계속 쓰도록 하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국내 10위권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넥슨 사태로 문제가 불거졌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쓴 돈에 비해 확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불만이 컸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게임사 전반에 불신이 깊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게임에서의 확률형 아이템 개선방법 연구’ 논문에는 확률형 아이템에 불만족한 사람은 실제 돈을 얼마나 써야 할지 모르는 점(40.4%), 원하는 아이템 획득할 보장이 없다는 점(31.9%) 등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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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넥슨, 법제화 이어지나


넥슨의 확률 전면 공개가 다른 게임사로 퍼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미 현재 자율규제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정부 안을 수정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모든 확률을 공개하고, 위반 시 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당 유정주·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상반기 국회 통과가 목표”라며 “업계 의견도 듣고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법제화가 되면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 국내 또 다른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자동차 엔진 부품을 공개하더라도 어떤 회전수에서 성능이 극대화하는지는 제조사 노하우로 인정하듯, 게임에서 어떤 확률을 구성해 아이템을 선보일지는 영업비밀”이라며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데 처벌 규정이 생긴다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규제 대응 비용 마련이 어려운 중소형 게임사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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