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서울탈출기] ④ 32세 사장님의 딸기농장…이 시국에도 손님 3800명 비결

[비즈]by 중앙일보

이제 귀농·귀촌은 은퇴자와 노년층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귀농·귀촌한 인구 중 2030은 44%로,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이들은 도시를 떠나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2030 ‘프로 시골러’들은 서울에 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하고, 돈 벌고, 자아를 실현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팀이 한 달간 전국 팔도를 누비며 만난 다섯 명의 ‘도시 탈출기’를 소개합니다.




내 생각이 ‘생명’으로 실현되는 이곳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하는 일에 큰 불만이 없으면 이직이나 창업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오성일(32)씨는 조금 달랐다. 네이버의 핵심 협력사인 검색엔진 솔루션 기업의 인터넷 마케터였던 그는 손대는 일마다 성과가 좋았다. 다만 ‘이렇게 해보면 더 잘 되겠는데?’ ‘이건 왜 시도를 안 하지?’ 늘 아이디어가 맴돌았을 뿐이다. 결국 요즘 대세인 이커머스를 떠나, 손으로 만져지고 코로 맡아지는 농업으로 일터를 옮겼다. 오 씨는 2019년 경기도 여주에 ‘차세대 온실’이라 불리는 스마트팜(Smart Farm)을 짓고 ‘피크니코’라는 딸기농장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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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은 1년 내내 일만 하지만 저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키겠다 다짐하고 자동화 농장을 생각했어요. 실제로 아침 6시 반에 출근해서 저녁 5시 반에 퇴근하죠. 음…그런데 사실상 퇴근은 없어요. 계속 머릿속으로 농장 일을 생각하거든요. 하하하.” 신세대 마인드에 앉으나 서나 작물 걱정인 그는 정말 ‘청년농부’다.


Q : 왜 하필 농업을 택했나.


A : 아버지가 심비디움(꽃이 풍성한 난 종류)을 키우셨는데 얼마 안가 인기가 꺾여 적자가 컸다. 고민 끝에 그걸 꽃다발로 만들어 꽃말과 함께 예쁘게 포장해 팔았더니 완판이 됐다. 그래서 이번엔 타지 생활 등 사정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택배로 부모님께 정성스런 편지와 함께 카네이션을 보내드리는 사업을 해봤는데 각종 인터넷 몰에서 굉장히 호응이 좋았다. 그 때 느꼈다. ‘아무리 농업이라도 스토리와 숨결을 넣으면 되는구나’.


Q : 농사일은 어떻게 배웠는지.


A : 2018년 5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스마트팜 교육을 받았다. 원예·과수·컴퓨터공학 등 각 분야 20여명의 강사진들이 온·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정부에서 성장 동력으로 꼽은 분야라 1년에 약 1600명의 청년 농업인들을 뽑는데 땅도 빌려주고 농협 보증으로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작물은 토마토·가지·고추·파프리카·아스파라거스 등 다양한데, 남녀노소 좋아하는 딸기로 했다. 딸기도 설향·금실·죽향·매향 등 종류가 많은데, 평창올림픽때 외국선수들이 맛있었다고 극찬한 ‘설향’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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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마트팜은 어떻게 작동하나.


A : 일례로 농장 곳곳에 센서가 있어서 온도·습도·이산화탄소 등 생육에 중요한 데이터를 컴퓨터로 모은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조건들을 원격제어로 유지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 딸기 사이에 호스가 있어서 햇빛량에 따라 물을 넣도록 세팅한다거나, 온도 기준을 정해놓고 선풍기나 히터를 트는 식이다. 물에 들어가는 질산칼륨 등 13개 정도의 비료성분도 조절한다.


Q : 체험농장도 같이 하는 이유는.


A : 사람과 만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농장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꿀벌이 어떻게 꽃가루를 날라 딸기가 열리는지 간단히 수업도 한다. 실제 딸기를 수확할 때도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진지하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SNS등에 입소문이 나면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크게 늘어 총 3800명(딸기 수확철인 11~5월 기준)정도나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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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해보니 어떤가.


A : 자동화 농장이라도 할 일이 많다. 어떻게 하면 딸기 맛을 더 좋게할까, 수확량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히터를 틀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주면 당도가 더 높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손님들이 맛있다, 즐거웠다, 힘내라고 해주시면 신이 난다. 무엇보다 생명이 자라는 모습, 내가 생각한 게 하나하나 구현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사업성은 있다고 본다. 약 600평(약 1980㎡) 농장에서 봄에는 하루 평균 80㎏, 늦가을과 겨울엔 15~30㎏의 딸기를 수확한다. 딸기농사를 쉬는 여름엔 참외나 상추, 복수박 등을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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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마트팜 예비 농부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 스마트팜 설치비를 평당 10만~15만원은 생각해야 한다. 농사가 처음이라면 ‘스마트팜 혁신밸리’나 인큐베이팅 온실, 임대온실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돈을 벌고 경험을 쌓고 나서 오롯이 자기 사업을 하는 게 안전하다. 그리고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 작물은 물이나 온도 등에 따라 상태가 확확 변하기 때문에 1년에 수백 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선도 농가나 농촌진흥청 분들, 교수님들과 끊임없이 데이터를 교환하며 의논도 한다. 대신 인간에게 필수인 건강한 먹거리를 다룬다는 점, 정보기술(IT)을 활용한 4차산업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여주=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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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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