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10년만에 거래액 1조…네이버도 ‘픽’한 동대문 거상

[비즈]by 중앙일보

신상마켓 운영사 딜리셔스 김준호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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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패션의 성지로 꼽히는 동대문에선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패션에 관한 모든 것이 이뤄진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매일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고, 일주일 만에 신상품이 뚝딱 나온다. 이런 동대문에 거상(巨商)이 나타났다. 1만 도매사업자와 12만 소매사업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동대문에서 사업하려면 꼭 통해야 한다는 B2B 플랫폼 ‘신상마켓’을 운영하는 딜리셔스 김준호(39)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세계 무대를 향한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40개월 무일푼에서 투자자 줄 선 벤처로


딜리셔스는 네이버가 지난 2일 발표한 스마트 스토어 글로벌 진출의 핵심 파트너다. 네이버의 계획은 “동대문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샘플만 개발하면 그 이후 배송 등 물류 과정을 체계화해 수출하겠다”는 것. 그 동대문 패션 풀필먼트 업체가 딜리셔스다. 딜리셔스가 현재까지 확보한 투자금 규모만 255억원. 2017년 받은 첫 투자금 20억원을 다 쓰기도 전에 투자자 문의가 쇄도했다. 투자금은 대부분 풀필먼트 구축과 인재 채용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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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는 지난 2월 풀필먼트 서비스 ‘딜리버드’를 공식 개시했다. 소매사업자의 구매부터 상품 검수, 포장, 배송까지 모두 책임진다. 사용자 모집을 시작한 지난해 9월보다 출고 건수가 월평균 40% 이상 성장하면서 6개월 만에 물량은 3배로, 사입주문액은 4배로 각각 늘었다. 김 대표는 “도매사업자는 새로운 거래처를 뚫기 위한 수고를 덜고 소매사업자는 도매사업자가 신상마켓에 올려놓은 샘플을 고르기만 하면 나머지 일은 딜리셔스가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결혼 후 40개월 간은 생활비 한 푼 보태지 못한 적도 있다. 2011년 딜리셔스를 창업했을 때다. 처음엔 소셜커머스에 도전했다. 사명에 거래(deal)라는 의미를 담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내 사업을 접었다. “소셜커머스가 반값 할인 등 프로모션을 하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판매자를 설득하고 영업도 해야 하는데 내성적인 내 성격으로는 안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세계 유일 동대문, 디지털이 새로운 패러다임 될 것”


방황 끝에 눈에 들어온 곳이 동대문이었다. 동대문 거래를 온라인으로 끌어냈다. 김 대표가 대학 4학년 때 친구를 도와 여성패션 온라인몰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고 더구나 처가도 오랫동안 동대문에서 의류업을 했는데 등잔 밑이 어두웠던 셈이다. 신상마켓은 2013년 7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동대문 상인들에게 전단을 돌리며 홍보하던 신상마켓은 7년 만인 지난해 4월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주문액은 한 해 전보다 1000억원 늘어난 4300억원 정도다.


딜리셔스는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동대문 시장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신상페이’를 도입했다. 소매사업자가 ‘신상페이’로 결제하면 신상마켓 측이 도매사업자들에게 현금으로 지불하는 형태다. 사업자는 거래 이력 관리나 결제ㆍ정산을 편리하게 하고, 딜리셔스는 누가 언제 어떤 상품을 많이 사는지 데이터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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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 김 대표는 “올해의 큰 목표는 동대문 패션과 글로벌 수요를 연결하는 최적의 모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만 1만명이 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이 집약된 스펙트럼을 갖춘 곳은 대한민국 동대문이 거의 유일하다”면서다. 그는 “이런 훌륭한 시스템이 물류 같은 제반 상황이 갖춰지지 않아 보따리상 같은 해외 바이어에만 의존해온 것”이라고 했다.


우선 공략 대상은 중국과 일본이다. 한국과 인종이나 계절성이 비슷하면서도 구매력은 훨씬 커서다. 이를 위해 최근 글로벌 전자상거래 도매 플랫폼인 '큐브(QuuBe)'와 제휴한 데 이어 일본의 B2C 인플루언서커머스에도 서비스를 개설해 동대문 패션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업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는 동대문 생태계도 디지털화를 통해 거리의 제약을 해소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접근성만 개선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거래가 이뤄지고, 동대문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이 될 겁니다.” 김 대표는 이제 동대문을 넘어 글로벌 거상을 꿈꾼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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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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