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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수목원 손님에게 생수 건네던, 가위 든 아저씨···LG회장이었다

by중앙일보


수목원 평행이론① 화담숲 vs 베어트리파크


수목원은 풀과 나무가 있는 정원이다. 인간이 부러 흉내 낸 자연이란 뜻이다. 하여 수목원에는 사람이 있다. 꽃과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전국의 이름난 수목원 중에는, 인연으로 이어진 수목원이 있다. 각별한 인연으로 연결된 전국의 수목원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마침 신록의 계절이다. 수목원 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명품의 경지 화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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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은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 옆에 있는 수목원이다. LG그룹이 공들여 조성한 수목원답게 명품 수목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곤지암리조트 수목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화담숲의 운영 주체는 LG상록재단이다. 화담숲은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LG그룹 차원의 공익사업이다.


하여 화담숲은 여느 수목원과 다르다. 수목원 대부분이 겨울이면 온갖 조명기구로 불을 밝히지만, 화담숲은 겨울에 문을 닫는다. 꽃이 지면 닫고 꽃이 피면 연다. 올해는 3월 26일 개장했다. 눈 없는 계절 슬로프에 꽃을 심는 스키장하고도 다르다. 앞서 말했듯이 화담숲은 스키장 옆에 있는 수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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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손님을 받아야 하는 필요가 덜해 손님이 많으면 입장을 통제한다. 화담숲은 꽃 피는 5월과 단풍 드는 10월 정원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안전사고 우려 때문이다. 올해는 아예 전면 예약제를 실시했다. 하루 최대 입장 인원 1만 명. 20분 간격으로 450명씩 입장을 통제한다. 봄날 화담숲은 철쭉과 수선화 천국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산을 올라도 좋지만, 이왕이면 터벅터벅 걸어서 다니길 권한다.



곰보다 꽃 베어트리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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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베어트리파크는 반달곰이 있는 수목원으로 유명하다. 이름 그대로 곰과 나무가 있는 공원(Bear Tree Park)이다. 반달곰·불곰 합해 100마리가 넘는 곰이 수목원에서 산다. 하나 베어트리파크의 주인공은 풀과 나무다. 나무만 300여 종 11만 그루가 있다. 식물은 모두 1000여 종 40여만 점이 있다. 베어트리파크는 특히 명품 분재로 유명하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분재 작품이 수두룩하다.


4월 5일은 베어트리파크 개장 12주년이다. 애초에는 경기도 의왕시에 있었다. 창업주 이재연(90) 회장이 1966년 2만 평(약 6만6000㎡) 대지에 단풍나무·은행나무·소나무 200여 그루를 심고 일군 농장 ‘송파원’이 베어트리파크의 시작이다. 세종시로 이사온 건 1989년이다. 20년간 다시 나무를 가꿔 2009년 베어트리파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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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수목으로 가득한 실내 식물원 ‘만경비원’과 수천만원짜리 화분이 즐비한 ‘야외분재원’을 탐방객이 즐겨 찾는다. 야외분재원 옆 ‘송파원’은 이재연 회장이 가장 아끼는 정원이다. 800년을 넘게 산 향나무 등 늙은 나무가 모여 산다.



명가의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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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트리파크가 송파원이었던 시절, 입장료는 없었으나 방문객은 많았다.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윤보선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 유명인사가 줄 지어 찾아왔다. 이재연 회장의 아호 ‘송파(松波)’도 김종필 총리가 수목원을 둘러보고 “소나무가 파도를 치는 것 같네”라고 했던 말에서 비롯됐다.


이 엄청난 인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수목원을 일군 이재연 회장, 즉 송파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1907∼1969) 회장의 둘째 사위다. 1995년 LG그룹 부회장을 끝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30여 년간 수시로 수목원을 찾았다. 지금도 1주일에 5일은 세종시에 내려가 나무를 돌본다.


송파원 시절, 송파의 장인 구인회 회장이 가족과 함께 자주 방문했었다. 그들 중에는 장남 구자경(1925∼2019) LG그룹 회장의 가족도 있었다. 구자경 회장은 송파와 송파원을 그렇게 부러워했다고 한다. 구자경 회장은 1995년 은퇴하고서 충남 천안에 내려가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구자경 회장의 아들 구본무(1945∼2018) 회장도 어린 시절 송파원에서 뛰어 놀았다. 그 어릴 적 기억이 화담숲의 단초가 됐다. 화담(和談)은 구본무 회장의 아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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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의 화담숲 사랑은 각별했다. 그는 수시로 화담숲을 드나들었다. 수행원 한 명과 전지가위 들고 수목원 곳곳을 누볐는데, 탐방객 누구도 그가 LG그룹 회장이란 걸 눈치 채지 못했었다. 벤치에 쉬고 있는 탐방객을 보면 생수 한 통을 건네기도 했단다.


베어트리파크와 화담숲은 고모부와 조카가 일군 수목원이다. LG그룹 입장에서 말하면, 회장님이 손수 일군 정원이다. 두 수목원이 여느 수목원과 격이 다른 까닭이다. 베어트리파크는 현재 송파의 아들 이선용(60) 대표가 물려받았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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