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도심서 농사짓기…도시농사꾼이 늘어난다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90)

4월이 되니 달라진 것이 있다. 베란다의 꽃들이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으나 순이 오르는 풀과 나무를 보니 봄을 느낀다. 어쩌다 벚꽃은 100년 만에 가장 이른 개화를 맞아 이미 져버렸으나 개나리가 간신히 봄을 지탱하고 있다. 저 남쪽 도시 김해와 창원을 가니 벌써 가로에 연산홍이 고개를 내미려고 하니 세상 참 빠르고 참 따뜻해졌다.


세상이 따뜻해진 만큼 지금 도시에서는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 농촌의 프로 선수가 짓는 농사보다는 못하지만, 농업 아마추어가 짓는 도시 농업은 더 바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나 할까. 몇 평 안 되는 텃밭에 농업에 관한 이론을 내밀며 논쟁하는 도시 농부가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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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는 중랑천에 도시 농업 체험 학습장을 개장하였다. 2평이 채 안 되는 텃밭이지만 참여자들은 구청에서 제공하는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뽑는 농작물 재배를 연습해 본다. 4월 들어 전국 도시마다 이와 비슷한 도시농업 체험장이 문을 열었는데 관심이 높다. 아마도 지난 3월 대파 값이 올랐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대파라도 내가 지어 먹어야 한다는 이상한 위기감(?)이 발동한 탓일 것이다. 대파 파동이 사람들이 도시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 재미있다.


서울, 인천, 대전, 부산할 것 없이 대부분 도시가 도시농업전문가 양성과정이 열렸으니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지금의 도시 농업 체험장은 과거의 주말농장과는 다르다. 주말농장은 일정한 땅을 분양하고 알아서 경작하는 것인데, 농사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여름철에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며 포기한다는 것이다.


역시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도시농업이라는 이름으로 주말농장이 농사를 학습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교 텃밭, 아파트에서는 베란다 텃밭으로 도시농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업이 합쳐진 말이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땅의 이용 효율을 따지면 이해가 안 되겠지만, 과거에는 물류가 발달하지 않아 도시 안과 근처에서 농업이 이루어졌다. 그래야 도시 안에서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양잠을 하던 잠실과 잠원동, 궁중에 채소를 공급하는 내농포가 있던 종로구 권농동, 왕실의 고추재배용 고초전이 있던 연희동이 도시 농업의 현장이다. 전농동은 왕이 직접 농사를 지었던 적전인 전농이 있어서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전농의 흔적은 답십리의 간데메 공원으로 남아 있다. 전농동의 주변 제기동의 선농단은 봄에 백성들의 농사를 장려하기 위해 친히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제사를 끝내고 선농단에서 소를 잡아 탕을 먹었다고 해서 설렁탕이란 이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에 존재했던 테라스형 농지나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 있었던 왕비의 텃밭과 오두막에서도 도시 농업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도시인의 관심거리인 건강과 여유, 안전한 먹을거리가 도시농업에 눈을 돌리게 한다. 베란다 텃밭과 옥상 텃밭이 좀 더 생산적인 공간이 되고 여가 활동 공간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고도 한다. 농업(agriculture)과 위락(entertainment)의 결합어다. 필자는 그동안 시골과 위락을 결합한 ‘컨츄리테인먼트’를 주장하였는데 같은 맥락이다. 즐거움이 있어서 관심을 갖는 것이다.


도시농업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도시 농업을 통해 도시 생태계를 보전과 사회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먹거리를 주고 치유를 제공한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스티브 카플란 교수는 자연이 인간 정신에 미치는 이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은 자연을 체험하면 기력이 회복되며, 특히 식물의 녹색은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미국의 대기환경 전문가인 울버튼 박사는 사람이 식물 근처에 있거나 식물을 돌보면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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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마당이 있으면 채소 텃밭, 옥상에서 옥상정원, 집 주변에서 주택 정원, 길가에서는 가로 화단, 조금 넓은 공간에서 테마정원으로 도시 농업이 실천된다. 가로수와 녹지 공원도 도시 농업인 것이다. 주말농장과 학교 농장, 학교 텃밭, 공동체 정원도 도시농업의 목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농사를 경험하고 먹거리의 생산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공부이다.


식물을 재배하는 것 외에 반려견, 반려묘와 같은 애완동물 키우기, 곤충 키우기, 애완조 기르기, 관상어 기르기도 도시 농업과 같은 맥락이다. 가축으로서 식용으로 하지 않을 뿐이지 동물 키우기는 중요한 도시 농업 분야의 하나이다.


귀농귀촌을 하기 전에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과정을 이수하거나 도시 농업 체험장을 접해 보는 것을 권한다. 귀농귀촌을 위하여 교육 과정을 최소 100시간을 이수하여도 잘 모르는 것이 농사이기 때문이다. 이론으로 아는 것과 직접 몸으로 체득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경험한 귀농귀촌인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이 소유한 농지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영농계획서를 작성해 보지만 정작 농사를 시작할 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고 시행착오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직접 식물을 길러 본 사람이 유리하다. 집 안에 꽃이 있고 나무가 있으면 좋다는 것은 모두 다 안다. 반려식물이 유행이다. 그러나 직접 해봐야 한다. 모르면 배우자. 도시 농업은 귀농귀촌인의 필수 코스다.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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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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