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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싸이월드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

by중앙일보

조이 ‘안녕’ 등 2000년대 리메이크 이어져

“코로나 불황형 역주행 맞물려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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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워너비 ‘타임리스’, 조이 ‘안녕’, 이무진의 ‘비와 당신’…. 최근 음원 차트를 점령한 노래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2004년 데뷔해 발라드 열풍을 불러온 SG워너비의 역주행은 지난 3월 시작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프로젝트에서 촉발됐고, 지난 17일 시즌 2로 돌아온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2006년 개봉한 영화 ‘라디오 스타’에 삽입됐던 박중훈의 ‘비와 당신’을 첫 합주곡으로 택했다. 레드벨벳 조이는 지난달 발매한 첫 솔로 앨범을 아예 리메이크 앨범으로 꾸몄다. 2003년 박혜경 원곡의 ‘안녕’ 등 6곡이 수록돼 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일제히 2000년대 초중반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유행한 리메이크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해 90년대 혼성그룹을 표방한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와 시대별 ‘센 언니’를 모은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돈트 터치 미’로 가요계를 강타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2001년 쿨 원곡)는 아직까지 각종 차트 톱 100에 머무르며 장기 흥행 중이다. 김태호 PD와 신원호 PD의 전작 ‘무한도전’과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8090 히트곡을 소환하며 숱한 리메이크를 낳았다. 응답하라 ‘1997’ ‘1994’ ‘1988’ 등 새 시리즈가 시작될 때마다 해당 연도에 발매된 곡들로 차트가 가득 채워졌을 정도.



“7080, 8090 다음은 2000년대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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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리메이크는 이제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초반 이문세 등 7080 리메이크에 이어 2010년대 ‘응답하라’와 ‘토토가’로 대표되는 8090을 지나 이제 2000년대가 그 주인공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 20여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현시점과 적절한 괴리감이 있으면서도 추억할 만한 대상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당시 싸이월드 배경음악(BGM) 플레이리스트는 라디오나 유튜브에서 꾸준히 인기 있던 콘텐트”라며 “최근 2000년대 초중반 학번의 이야기를 다룬 피식대학의 ‘05학번 이즈백’ 등과 맞물려 더 큰 파급력을 발휘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부활하는 싸이월드도 이런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조이 역시 1996년생이지만 지난해 ‘슬의생’ OST로 참여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1996년 베이시스 원곡)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에 선택한 권진원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1999)부터 헤이의 ‘쥬뗌므’와 토이의 ‘그럴 때마다’(2001), 성시경의 ‘좋을텐데’(2002), 애즈원의 ‘데이 바이 데이’(2003) 모두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음원 강자인 폴킴도 뉴런뮤직 리메이크 프로젝트 ‘첫 번째 수학여행-써머리’에 참여해 쿨의 ‘해변의 여인’(1997)과 성시경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2002)를 선보였다. 이루ㆍ견우의 ‘까만안경’(2006년 이루 원곡)처럼 자신의 곡을 다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컴백 불필요…리스크 최소화하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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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기곡과 가창자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월드제트는 제작사 슈퍼맨씨엔엠과 손잡고 ‘싸이월드 BGM 2021’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29일 프리스타일의 ‘Y’를 시작으로 역대 BGM 톱 100곡을 분석해 MZ세대가 좋아하는 가창자들이 다시 부르는 대형 기획이다. 슈퍼맨씨엔엠 금병근 이사는 “그 당시 싸이월드를 주로 이용하던 젊은 층과 현재 SNS의 주 이용층인 MZ세대가 어떻게 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기획”이라며 “2000년대 음원 시장의 한 축이었던 싸이월드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나타난 ‘불황형 역주행’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새 음반을 발매하면 팬 사인회나 콘서트 등 후속 활동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굳이 컴백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리메이크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달 음원 이용량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월 대비 22.5% 감소하는 등 매달 새로운 밀리언셀러가 탄생하는 음반 시장 호황과는 정반대인 상황이다. 그는 “음원 이용량이 줄면서 방송이나 SNS에서 화제가 되는 곡이 역주행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며 “그동안 레트로 열풍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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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출시한 신곡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 1일~6월15일) 스트리밍 톱 100 중 신곡은 25곡뿐이다. 2019년 40곡, 지난해 34곡에 이어 감소하는 추세다. 군부대 위문방송으로 뜬 브레이브걸스의 ‘롤린’(2017)부터 MBC ‘최고의 사랑’에 수록된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2011)까지 역주행 경로도 다양해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난해 싸이월드 감성 프로젝트로 2010년 양정승 원곡을 리메이크한 경서의 ‘밤하늘의 별을’(2020)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비인기 곡을 다시 훑어보는 제작자들도 많아졌다”며 “다만 리메이크는 상대적으로 제작이 쉬운 만큼 워낙 많은 곡이 쏟아져서 성공 확률이 높다고 보긴 힘들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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