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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발레리나 출신 '해방타운' 윤혜진,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

by중앙일보

유튜브 'What see TV'도 인기

남편 엄태웅과 자연스런 일상

"발레단 경험이 인생 큰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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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윤혜진씨가 7일 상암동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너무 하고 싶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하니까…"


윤혜진씨의 말에 스튜디오에 함께 있던 출연자들의 눈도 함께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15일 방송된 JTBC 예능 '해방타운'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출신인 윤씨가 결혼 후 8년 만에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발레복과 토슈즈를 한 채 발레 공연을 연습한 것.


대중에게는 배우 엄태웅의 아내 윤혜진으로 더 익숙하지만 그는 패션 사업가이자 구독자 14만8000명의 유튜브 채널 '왓시 TV(What see TV)'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다. 엄마이자 주부, 사업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일인다역을 수행하는 중이다.


특히 윤씨는 '왓시 TV'에서 영상을 찍어주는 남편과의 돈독한 우애를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엄감독(엄태웅)'과 '유네지니(윤혜진)'이라는 별명으로 나오는 이들은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전직 발레리나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그녀를 7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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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윤혜진씨가 7일 상암동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해방타운'에서 보여준 길지 않은 '공연'이 화제가 됐다.


=집에서도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1~2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그런데 바에서 혼자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누군가 나를 잡아주면 좋겠는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집에 부를 수도 없고 매일 친한 무용수들과 얘기만 하던 차에 그날 촬영에서 사전 논의 없이 우연히 하게 됐다. 그런데 남의 토슈즈를 신는데도 그 순간 몸이 공연의 동작들을 기억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더라. 신기했다.


-'해방타운' 섭외 계기가 유튜브 채널의 인기였다.

 

=제가 무대에 서는 사람이지 않았나. 원래 관심받는 건 좋아한다. 아버지(배우 윤일봉)의 피를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발레를 할 때도 내가 아무리 연습하고 완벽하게 해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결혼·출산과 함께 갑자기 발레를 그만두다 보니 허전함이 있었다. 그러다가 제 인스타그램을 봐주던 친구들이 '차라리 이 내용으로 유튜브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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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붐(왼쪽부터)과 허재, 가수 장윤정, 발레무용가 윤혜진, 배우 이종혁이 6월 1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해방타운'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해방타운'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실한 기혼 셀러브리티들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결혼 전의 '나'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뉴스1]

-유튜브를 찍어주는 남편과의 호흡도 좋고, '꾸밈이 없어 좋다'는 반응이 많다.


=남편이 워낙 카메라를 만지는 것이 취미라서 잘 맞았다. 카메라를 항상 무턱대고 들이댄다. 세수도 안 한 상태로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나도 가족 앞이니까 부끄러운 게 없으니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 짜고 하면 티가 난다.


-대중 앞에서 서는 것에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두려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비난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유튜브가 저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곳에서 얼굴도 모르는 분들과 소통도 하고 위로도 받고 울기도 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


-발레는 순수 예술이니,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편견도 있는데 다양한 활동 중이다.


=지금 저에게 주어진 상황이 있다. 경제적으로 일해야 하는 입장이고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수석무용수' 이런 간판을 내려놓지 않으면 지금의 삶을 살 수 없다. '발레리나 윤혜진'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했기에 오히려 그걸 내려놔야 도전도 하게 되고 잘 살 수가 있더라. 항간에 내가 남편 때문에, 애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결혼 후에도 간혹 연락이 왔지만 내가 거절했다. 발레라는 외길로만 살다가 죽는 것도 멋있지만, 생명 하나를 만들어서 기르고 보살피는 것도 멋진 2막이다. 만약 무대에 다시 선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 그냥 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지금도 항상 몸을 움직이고, 연습하며 몸 상태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무용수'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무대에 서든 안 서든 무용수는 무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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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윤혜진 씨가 7일 상암동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멘탈이 강해 보인다.


=발레리나는 발레밖에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안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이 있다. 말 그대로 '여인천하'다. 그렇게 몇십년을 겪으며 춤만 배운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인생을 배운 것이다. 어떤 시련이 와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추스를 수 있게 됐다. 만약 발레단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진작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다음 목표는 뭔가


=더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 사는 것이다. 세 식구가 잘 먹고,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욕심내지 않고 싶다. 옷 사업도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저곳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절대로 확장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직접 포장하면서 가내수공업처럼 해 왔는데 그런 시간도 행복하다. 욕심내는 순간 끝이라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지금만큼만 살고 싶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