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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남북 대사 동반탈출 실화…200억 대작 ‘모가디슈’ 흥행 시동

by중앙일보

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생존기

류승완 메가폰, 모로코 올 로케이션

김윤석 “처음엔 실화인 줄 몰라”

조인성 “여러 캐릭터와 케미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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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영화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총제작비 200억 원대 블록버스터 ‘모가디슈’가 28일 예매율 1위(36.6%,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오전 9시 집계)로 개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200억 원대 한국영화다.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손꼽히는 남북대사 동반 탈출 실화를 토대로 류 감독이 각본을 썼다. 김윤석·조인성·허준호가 주연을 맡아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과 그 가족들이 이념을 넘어 한 데 뭉친 생존기를, 한국영화 최초 아프리카 모로코 올 로케이션으로 담아냈다. 내전이 계속돼 현재도 여행금지국가인 소말리아에는 갈 수 없어 ‘블랙 호크 다운’ 등 할리우드 영화를 촬영한 모로코를 택했다.


제작은 류 감독과 아내 강혜정 대표의 제작사 외유내강,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스튜디오가 함께했다. 류 감독은 독일 무대의 남북한 첩보영화 ‘베를린’을 유럽 현지 로케이션 촬영해 716만 흥행을 거뒀고, 덱스터스튜디오는 가상의 한반도 화산폭발 재난 속에 남북한 주인공이 공조하는 액션 블록버스터 ‘백두산’으로 지난해 초 825만 관객을 동원했다. 남북한 소재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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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에 대해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소재를 잘 발굴했고 철저한 자료조사도 돋보였다”면서 “한국영화에서 남북 화합을 그릴 때 의도적으로 신파를 가져가는데 이 영화는 절제를 통해 주제가 더 잘 강조됐다”고 했다.


각각 26·27일 화상 인터뷰에 나선 주연 김윤석(53)·조인성(40)은 “모로코에서 한 식구처럼 지내며 촬영했다”라고 전했다. 영화에서 김윤석은 반목하는 직원들을 달래며 한국 유엔(UN) 가입을 위해 발로 뛰던 주소말리아 한신성 대사를, 조인성은 행동파인 안기부 출신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했다.


“처음엔 실화인 줄도 몰랐다”는 김윤석은 “‘바이러스’란 영화를 크랭크업 하자마자 이틀 뒤 모로코에 가서 4개월간 촬영하며 시나리오와 류 감독 디렉션에 충실했다”면서 “시사 때 보니 사운드가 입체적이었다. 4개월 동안 저기서 내가 촬영한 건지, 살았던 건지 분간이 안 갈 만큼 생생했다”고 돌이켰다. 조인성은 “1981년생이어서 어렴풋이 기억나고 또 뉴스로 봐온 시대의 느낌을 표현해내기는 어렵지 않았다”면서 “탈출이란 게 엄숙하고 무겁기 때문에 캐릭터로서 지나치게 가볍지 않은 유머도 놓치지 않으려고, 다른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케미’에 집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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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이 영화의 상징적 장면으로 마지막 카체이싱 직전 장면을 꼽았다. 이념을 넘어 생존이란 주제가 부각된 순간이다. “방탄 효과를 위해 차에 모래주머니·책을 붙이고, 서로 떨어져 다칠 때를 대비해 아이들 팔목에도 혈액형을 (매직으로) 적고 차에 타며 한 대사가 한마디 하죠. ‘다들 무사히 만납시다’. 이 이상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했죠.”


카체이싱 장면에선 1980~90년대 차량을 유럽 등지에서 공수해와 촬영 현장에 상주하는 정비사가 응급처치하며 촬영했다. 현장 스태프와 배우의 국적·언어도 달라 세 번의 통역을 거쳐 대화한 적도 있었다. 한국어·아랍어·영어·불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까지 6개 국어가 난무했단다.


영화속 상황은 중앙일보 1991년 1월 24일 자에 ‘“떼죽음 말자” 손잡은 남과 북…강신성 대사가 밝힌 소말리아 탈출기’란 제목의 기사로도 나왔다. 극 후반부 이탈리아 대사관 안에서 장례를 치른 장면도 실화다. 이 영화를 먼저 기획·개발하고 있던 덱스터스튜디오 제안으로 연출을 맡은 류 감독은 지난 22일 시사 후 간담회에서 “내전으로 고립된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공포·절박함을 얼마나 긴장감 있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미 해군 기록부터 국내 외교 협회 기사,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소말리아 대학생, 당시 소말리아 국영 TV 사장의 내전 회고록 등을 통해 자료를 조사하고 태상호 군사전문기자의 조언을 받아 1991년 당시 내전에 사용한 총기까지 파악하며 현지 재현에 힘썼다.


‘모가디슈’는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1년간 개봉을 미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결산에서 한국영화 점유율 급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 3차 유행 이후 소위 ‘빅4’로 불리는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올 상반기 주요 작품 개봉을 연기하면서 공백이 컸다”고 짚었다. ‘모가디슈’ 개봉은 이런 대작 부재 상황을 타개하려는 차원이다. 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 등 한국상영관협회와 한국IPTV방송협회(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홈초이스(케이블TV VOD)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중재 아래 ‘모가디슈’에 더해 다음 달 11일 개봉할 100억대 대작 ‘싱크홀’이 제작비 50%를 회수할 때까지 영화 티켓 매출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모가디슈’는 한국영화론 지난해 ‘반도’에 이어 두 번째로 아이맥스 버전도 개봉한다. 류 감독은 아이맥스와 돌비 애트모스 버전을 추천했다. 김윤석은 “‘모가디슈’는 극장에서 최적화된 영화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운드와 영상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권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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