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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먹방하러 백패킹? 초보 백패커라면 알아야 할 요령과 매너

by중앙일보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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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캠핑의 인기에 힘입어 '백패킹' 인구까지 늘고 있다. 하룻밤 묵을 짐을 짊어지고 잠시 문명과 떨어져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야말로 백패킹의 매력이다. 사진 김혜연

백패킹(Backpacking). 배낭을 짊어지고 하루 이상 야영하는 활동을 뜻한다. 원래는 장거리 산행을 다니는 소수의 산꾼이 즐기던 활동이었는데 최근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당장 소셜미디어만 봐도 백패킹 경험을 자랑하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20~30대 MZ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백패킹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먹거리와 취침 도구를 챙겨서 아무 산이나 가서 자고 오면 될까? 그렇지 않다.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백패킹을 하려면 알아야 할 게 많다.

예쁜 배낭보다 편한 배낭

‘아웃도어는 장비발’이란 말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백패킹은 여느 레저보다 장비가 중요하다. 무거운 짐을 스스로 짊어져야 하고 자연 속에서 예측 못 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패킹 장비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마이기어’ 김혜연 실장은 "취사나 휴식 관련 장비보다 야영의 핵심인 텐트·침낭·매트가 가장 중요하다"며 "꼭 음식을 해먹지 않더라도 저체온증을 대비해 작은 화기라도 챙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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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은 가벼운 산행보다 장비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 계절과 날씨, 산행 시간 등을 고려해 적절한 짐을 챙겨야 안전하게 백패킹을 할 수 있다. 사진 김현일

처음부터 값비싼 장비를 갖춰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1g이라도 가벼울수록 이동이 편해지는 건 사실이다. 배낭은 브랜드나 디자인만 따지면 안 된다. 직접 착용해보고 골라야 후회하지 않는다. 어깨끈과 허리벨트, 등판이 내 몸과 잘 맞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배낭 크기는 얼마나 짐을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거하게 먹거리를 챙겨가지 않는다면 여름엔 45~50ℓ 정도면 적절하다. 발목을 감싸주는 중장거리용 등산화와 스틱도 필수다.

초보는 휴양림 야영장부터

장비를 갖췄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전문 백패커도 장소 선정을 어려워한다. 여러 법률이 백패킹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국립공원·도립공원 등 공원 지역에서는 취사와 야영 모두 불법이다. 산림유전자보호구역·백두대간보호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밖의 산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취사가 금지돼 있다. 이밖의 산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취사가 금지돼 있다. 그러니까 불을 피워서 음식을 해 먹지 않는다면 야영은 해도 된다는 뜻이다. 개인 사유지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백패킹 성지’로 통했던 선자령과 신불산 간월재는 자치단체에서 아예 백패킹을 금지했다. 그만큼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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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 노고산은 퇴근하고 훌쩍 찾아갈 수 있는 '퇴근박' 성지로 통한다. 서울 시내와 북한산 조망이 뛰어나다. 사진 김현일

전문가들은 백패킹 초보자는 휴양림이나 공중화장실이 갖춰진 해수욕장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유튜브 채널 ‘채널캠핑’을 운영하는 김현일(39)씨는 “굴업도, 덕적도 같은 서해안 섬은 산과 바다가 모두 있어서 백패킹을 시작하기 좋다”며 “서울 인근에서는 높지 않으면서도 전망이 좋은 양주 노고산, 남양주 예봉산, 이천 원적산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노고산은 북한산을 조망하기 좋고 서울에서도 가까워 직장인 사이에서 퇴근 후 찾아가는 ‘퇴근박 성지’로 통한다. 금요일이나 주말이면 텐트 칠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해 진 뒤 텐트 치고 해 뜨기 전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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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을 할 때는 매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해 질 무렵 텐트를 쳐야 일반 등산객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진은 오서산 전망대를 완전히 장악한 민폐 백패킹족 모습. 최승표 기자

장비 꾸리고 백패킹 장소 찾는 것 못지않게 매너도 잘 알아야 한다. 백패커가 다니는 길과 야영하는 장소는 일반 등산객이나 지역 주민도 함께 이용하는 곳이 많기에 최대한 다른 이를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등산객의 발길이 끊기는 해 질 무렵 텐트를 설치하고 주요 등산로와 전망대를 피해 야영하는 게 상식이다. 아침에도 해 뜨기 전에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이동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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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쓰레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 하이킹'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백패커도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LNT 정신'을 명심해야 하겠다. 사진 김강은

백패킹 인기 장소마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음식을 과하게 챙겨가면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식하면 용변 처리 문제도 뒤따른다. 짐도 덜고 화재 위험도 줄이는 차원에서 비화식(非火食)을 해 먹거나 발열 도시락을 챙겨가면 간편하다. 국물이나 기름은 빈 페트병에 챙겨오자. 대변은 응고제를 이용해 하산한 뒤 버리는 게 이상적이다. 이게 어렵다면 야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30㎝ 이상 땅을 판 뒤 해결하고 휴지는 챙겨와서 버리도록 한다. 야영지에 가장 많은 쓰레기가 ‘큰일’ 본 뒤 사용한 물티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LNT(Leave No Trace, 흔적 남기지 않기)’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2018년 ‘클린하이커스’ 그룹을 만들어 활동 중인 김강은(31)씨는“백패킹을 한 장소에서는 내가 버린 게 아니어도 반경 10m 안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오면 좋겠다”며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백패킹은 자연과 동물이 주인인 장소를 하룻밤 빌려 쓰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