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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세계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스타'…2600원 노점상의 정체

by중앙일보

한 입 세계여행 - 싱가포르 치킨라이스

중앙일보

싱가포르 '호커 찬'은 '미쉐린 가이드' 최초의 노점 음식이자, 가장 저렴한 음식으로 유명하다. 대표 메뉴는 치킨라이스. 가게 앞에 간장에 재운 닭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백종현 기자

모름지기 여행자의 뱃속에는 길거리 음식이 있다. 배고파서 먹고, 간편해서 먹고, 저렴해서 먹고, 호기심에 먹고,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먹고… 여행자는 오늘도 길거리에서 끼니를 때운다. 여행의 소소한, 아니 엄청난 재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동남아의 미식 천국 싱가포르.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이곳에도 가성비 좋은 길거리 음식이 많다. 싱가포르는 다문화 사회다. 중국인·말레이시아인·인도인 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산다. 그 덕에 다양한 식문화가 뿌리내렸다. 길거리 음식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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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 찬의 치킨라이스. 닭기름으로 지은 밥 위에, 간장에 재운 닭고기를 올려 낸다. 백종현 기자

싱가포르에서 길거리 음식은 ‘호커(hawker, 노점) 센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호커 센터는 노점 식당이 한데 모인 곳으로, 일종의 야외 푸드코트다. 치킨 라이스도 호커 센터에서 흔한 메뉴다. 간장 양념한 닭을 밥 위에 올려 먹는 간단한 음식인데, 중국 남부 하이난 섬 출신의 중국인 이민자에 의해 유래했다.


싱가포르에서 치킨 라이스를 찾는다면 특별히 기억해둘 노점이 있다.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스미스 스트리트) 호커 센터의 ‘호커 찬’. 미쉐린(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최초의 노점(2016년)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가 치킨 라이스다. 장시간 간장 소스에 재운 닭고기를 조린 뒤 먹기 좋게 토막 쳐 밥과 함께 낸다.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지, 입에서 녹을 정도로 육질이 연하다.


호커 찬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스타 식당이기도 하다. 미쉐린 별을 받은 5년 전에는 치킨 라이스 한 그릇이 2싱가포르달러였고, 지금은 3싱가포르달러다. 우리 돈으로 2600원. 실패해도 부담이 적다.


주인장 찬혼멩(56)은 말레이시아 출신이다. 열다섯 살에 싱가포르로 넘어와, 홍콩 셰프 밑에서 요리를 배웠고, 40년째 주방을 지키고 있다. 그 긴 세월 닭고기를 간장에 재우고, 닭기름으로 밥을 지어 상을 차리는 일을 쉬지 않았다. ‘미쉐린 가이드’ 마이클 엘리스 디렉터는 2016년 호커 찬에 원스타를 달아주며 이런 평을 남겼단다.

“단순한 것으로 위대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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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 찬의 치킨 라이스. 닭고기를 장시간 간장에 재워 맛이 깊고, 육질이 부드럽다. 백종현 기자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