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와!" 탄성 터진 열기구 체험...홈쇼핑 터키 일주여행엔 없어요

by중앙일보

터키 카파도키아 여행법① 열기구 체험
중앙일보

터키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은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다. 500m 상공에서 내려다본 아나톨리아 고원 풍경이다.

터키도 열렸다. 한국인이 유난히 사랑하는 나라 터키도 예전 같은 한국인의 사랑을 기대하고 있다. 11월 중순 터키 정부 관광청 초청으로 열흘간 터키를 다녀왔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터키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카파도키아 여행법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 전 세계가 꿈꾸는 관광지 카파도키아의 생생한 현장을 중계한다.

전 세계의 버킷 리스트

중앙일보

열기구는 해 뜨기 직전에 이륙한다. 이륙을 준비 중인 열기구가 한창 뜨거운 공기를 불어 넣고 있다.

오전 6시 30분. 아직은 사위가 어두운 시각. 마침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 7도의 날씨였지만, 괴레메 붉은 계곡 어귀 골짝에선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열기구처럼 전 세계에서 모여든 1000여 명의 가슴도 기대감과 설렘으로 달궈지고 있어서였다.


오전 7시. 한 번 용을 쓰는가 싶더니 열기구가 스르르 떠올랐다. 조종사를 포함해 모두 16명을 태운 대형 열기구가 막 이륙했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탑승객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이미 머리 위론 커다란 동그라미 수십 개가 떠다녔고, 발아래 바위기둥 사이에선 작은 점들이 이따금 불을 밝히며 다가왔다. 괴레메 하늘에 어느새 100개가 넘는 점이 박혔다. 장관이었다.

중앙일보

바위기둥 사이를 곡예 비행하는 열기구들. 짜릿짜릿하다.

중앙일보

카파도키아 특유의 바위기둥 위를 비행하는 열기구들.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I am a crazy pilot!(난 미친 조종사다!)”


열기구는 바로 상승하지 않았다. 20∼30m 상공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틀더니 버섯 모양의 바위기둥 사이를 파고들었다. 팔을 뻗으면 닿을 만큼 바위기둥에 접근했을 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신이 난 조종사가 한바탕 웃더니 소리를 질렀다. “여러분은 운이 좋습니다. 이제 해를 보러 갑시다.” 마침 서풍이 분 게다. 희붐해진 동쪽 언덕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배가 파도를 넘듯, 열기구가 언덕을 넘어가자 멀리 지평선에서 누런 해가 떠올랐다. 일출을 맞이하러 하늘을 나는 여행이라니. 순간 울컥했던 것도 같다.

중앙일보

일출을 맞이하러 가는 열기구들. 눈앞의 저 언덕을 넘어가면 막 떠오른 해가 기다리고 있다. 서풍이 불어줘야 해가 뜨는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다.

열기구가 상공 500m까지 올라갔다. 바람 한 점 없었고, 춥지도 않았다. 잔잔한 물결을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비현실적이었다. 물 한 방울 없이 기암괴석만 즐비한 계곡과 계곡 복판에 들어선 동굴 도시, 그리고 그 위를 떠다니는 수많은 열기구들. 낯설면서도 익숙한 발아래 세상보다 지금 이 순간 하늘에 같이 떠 있는 다른 열기구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서로가 서로의 풍경이 되어 서로의 카메라에 담겼다.


비행 1시간이 넘어가자 열기구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착륙할 때는 자세를 낮추라고 조종사가 소리쳤으나 열기구는 사뿐히 내려앉았다.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전 세계 관광객은 지상에 발을 디딘 뒤에도 저마다 언어로 무용담을 떠들었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이 왜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인지 알 것 같았다. 꿈 같은 1시간이었다.

열기구가 아침을 여는 도시

중앙일보

괴레메 상공을 가둑 메운 열기구들. 마치 우주서이 지구를 탈출하려고 일제히 이륙한 것 같다.

괴레메(Goereme)는 카파도키아 관광의 거점이 되는 도시다.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뜻이라고 했다. 아나톨리아 고원 분지 안에 도시가 쏙 들어가 있어서다. 괴레메는 도시 곳곳이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됐다. 복합유산은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을 이른다. 기암괴석 즐비한 고원지대도 의미가 있지만, 그 안에서 4000년 가까이 사람이 산 역사도 못지않게 의미가 깊다는 뜻이다.

중앙일보

괴레메는 카파도키아 관광의 거점이 되는 도시다. 열기구가 괴레메 외곽 계곡에서 뜬다. 멀리 괴레메의 랜드 마크 우츠히사르 성이 보인다.

열기구를 탄 이튿날 아침. 다시 새벽길을 달려 괴레메 북쪽 언덕을 올랐다. 하늘을 나는 열기구를 땅에서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지상에서 올려다본 열기구도 장관이었다. 열기구가 도시 위를 지나갈 땐 우주선이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일제히 이륙하는 것 같았다. 괴레메에선 겨울 두어 달을 빼곤 아침마다 열기구 체험이 가능하다. 다른 계절에도 바람이 심하면 열기구가 안 뜨지만, 그런 날은 한 달에 며칠 안 된다고 한다. 열기구가 아침을 여는 도시라니. 세상엔 이렇게 아침을 여는 풍경도 있다.


카파도키아에서 관광용 열기구를 띄운 건 1980년대 들어서다. 열기구가 도입되면서 카파도키아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현재 괴레메엔 열기구 업체가 여남은 곳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1인 요금이 200∼250유로(약 30만원)이었다. 전 세계에서 열기구 타겠다고 몰려들어 가격이 치솟았다. 코로나 사태 직후엔 두어 달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1인 요금이 50유로(6만∼7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올여름부터 서서히 올라 70유로(9만∼10만원)까지 회복했단다.

중앙일보

카파도키아에선 100기가 넘는 열기구가 일제히 떠오른다. 열기구에 타면 서로가 서로의 풍경이 된다.

국내 여행사의 터키 일주 패키지상품 광고에도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은 대표 이미지로 등장한다. 하나 이미지에 속으면 안 된다. 보통 80만∼160만원대인 터키 일주 패키지상품에는 카파도키아 열기구 체험이 빠져 있다. 카파도키아에 하루 또는 이틀을 묵지만, 터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여정에 없다. 타고 싶으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11월 중순 현지에서 확인한 요금은 1인 70유로였으나, 한국 여행사가 선택 관광으로 받는 요금은 다를 수 있다. 11월 하순 한 여행사 광고를 보니 작은 글씨로 210유로라고 적혀 있었다. 이렇게 해야 열흘 정도의 터키 일주 상품을 100만원 안팎 가격에서 맞출 수 있나 보다. 코로나 사태를 겪었으면 뭐라도 달라질 줄 알았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덤핑 관광은 그대로다.

중앙일보

터키 지도. 터키 영토 중앙 고원지대에 카파도키아가 있다.

카파도키아(터키) 글ㆍ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