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는 길' 길스타그램·산스타그램…2022 여행 트렌드

[여행]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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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닉스 제주의 독채 별장 힐리우스. 1박 패키지 가격이 250만원에 이르지만, 한 달에 20일가량 투숙객이 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행레저 업계의 가장 큰 트렌드 변화는 의외로 럭셔리 숙소의 인기에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 사태로 여행은 크게 위축됐다. 2021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1984년 출입국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1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러나 여행이 멈춘 건 아니었다. 코로나에 지친 수많은 사람이 자연으로 달려가 참았던 숨을 터뜨렸다. 코로나 사태 3년째를 맞는 2022년 여행레저 부문의 주요 트렌드와 대형 이슈를 정리했다. 여행은, 코로나 사태에도 계속된다.

여행 앱의 고속 질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최대 피해업종 가운데 하나가 여행업이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여행업 피해액이 6조4000억원에 이르렀다(문화체육관광부). 여행사가 입은 피해는 크지만, 사람들이 여행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여행사를 찾는 대신에 모바일로 숙소를 예약하고 가족이나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국내 숙박 전문 업체들이 코로나 시기에 외려 약진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코로나 사태가 낳은 뜻밖의 수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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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예약 서비스로 출발한 야놀자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숙박뿐 아니라 각종 입장권, 기차·고속버스 예매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사진 야놀자 홈페이지 캡처

야놀자는 2020년 매출이 2019년보다 43.8% 늘었다. 영업이익이 무려 16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어때는 2020년 거래액이 2019년보다 20%, 2021년은 2020년보다 45% 늘었다. 매출만 늘어난 게 아니다. 두 업체가 국내 여행산업을 재편하는 모양새다. 야놀자는 지난해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액을 유치했다. 총알을 장전한 야놀자는 여행·공연 분야에 강한 온라인 몰 ‘인터파크’를 인수했다. KTX와 고속버스 예매 서비스에도 진출했다. 여기어때는 식당 추천 플랫폼 ‘망고플레이트’와 여행사 ‘온라인투어’를 인수했다. 모텔·펜션 예약 전문 업체였던 두 회사는 이제 종합 레저 기업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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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여기어때 같은 온라인 여행사는 정부가 진행하는 관광 프로모션 행사의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가을 진행했던 대한민국 숙박대전 이미지. 사진 여기어때

두 회사를 비롯한 온라인 여행사는 정부의 국내관광 활성화 사업에서도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2021년 두 차례 진행한 ‘대한민국 숙박대전’뿐 아니라 여러 지자체가 관광 이벤트를 벌일 때도 두 회사를 찾는다. 국내관광 활성화 사업이 온라인 여행사에 의존하는 상황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관광 예산이 온라인 여행사에 들어가는 꼴이어서다.

산스타그램 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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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간월재에 오른 젊은 등산객의 모습. 백종현 기자

코로나19는 레저 문화까지 확 바꿨다.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됐을뿐더러 헬스장과 수영장을 가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운동과 여행을 겸하는 등산이 국민 레저로 떠오른 배경이다. 산이라면 질색했던 MZ세대가 등산에 맛을 들이면서 인스타그램에 전국의 산 사진이 도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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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국립공원은 2021년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보다 33% 이상 탐방객이 늘었다. 지난 가을, 단풍을 만끽하기 위해 북한산을 찾은 사람들. 연합뉴스

2021년 1~11월 전국 22개 국립공원 탐방객은 3369만 명을 기록해 2020년보다 1% 늘었다. 2020년은 3334만 명으로 2019년의 83% 수준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광 명소 대부분이 50% 이상 입장객이 줄었는데 국립공원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오히려 탐방객이 늘어난 국립공원도 있다. 북한산, 계룡산, 치악산이 대표적이다. 대도시에서 가깝고 차량 접근이 편하다는 게 이들 국립공원의 공통점이다.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탐방객이 가장 많은 북한산은 2021년 1~11월 693만 명이 찾았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3%나 늘었다. 반면 산악회를 중심으로 단체 산행객이 많이 찾던 산은 탐방객이 줄었다. 2021년 설악산 탐방객은 2019년보다 33%, 한라산 탐방객은 24% 감소했다.


코로나 시대 걷기여행 인구도 부쩍 늘었다. 제주올레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제주올레 26개 코스(총 길이 425㎞) 완보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완보자는 1624명이었으나 2020년엔 2778명으로 71%나 증가했다. 2021년은 11월까지 4014명이 완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만에 완보자가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 조사에선 제주올레를 비롯한 걷기여행길이 코로나 시대 선호하는 최고 야외 관광지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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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땅끝마을. 여기에서 남해안 종주 트레일 남파랑길이 끝나고 서해안 종주 트레일 서해랑길이 시작한다. 서해랑길은 3월께 개통 예정이다. 손민호 기자

2022년엔 걷기여행 매니어에게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3월께 서해안 종주 트레일 서해랑길이 개장한다. 109개 코스 1800㎞ 길이로 단일 트레일로 국내 최장 트레일이다. 9월엔 강원도 심심산골에 ‘운탄고도1330’이 열릴 예정이다. 폐광지역인 영월~정선~태백~삼척을 잇는 173km 트레일로, ‘1330’은 운탄고도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만항재의 해발고도다.

럭셔리는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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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특급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반얀트리 서울은 대부분의 객실에 단독 풀이 갖춰져 있어 MZ세대의 호응이 높다. 사진 반얀트리 서울

호텔·리조트 업계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할 전망이다. 불황에 허덕이는 중저가호텔과 달리, 특급호텔과 럭셔리 리조트의 객실은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시설보다 대면 접촉 빈도가 낮고, 안전하다는 믿음 덕분이다. 해외여행이 막히자 이른바 플렉스와 보복 소비를 즐기는 MZ세대도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특급호텔에서의 호캉스를 과시하는 인증 사진이 차고 넘친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남산의 럭셔리 호텔 반얀트리 서울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액(약 592억원)을 올렸다. 12월 기준 하룻밤 방값은 약 80만원. 2020년 동기간보다 10%가량 올랐는데도 95%의 투숙률을 보였다. 제주도의 포도호텔도 지난해 연간 객실 가동률이 80% 이상으로 치솟았다. 2박 기준 300만 원대에 이르는 허니문 패키지는 2월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제주신라호텔, 해비치호텔 등 제주 특급호텔에도 신혼부부가 몰리고 있다.


그랜드인터컨디넨탈 서울은 클럽 객실의 판매 비중이 현재 40%까지 올랐다. 일반 객실보다 20만원가량 더 비싸지만, 독립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조선팰리스, 시그니엘 서울, 페어몬트 서울 같은 럭셔리 호텔도 연말에는 빈방을 찾을 수 없었다. 조선팰리스 관계자는 “요즘엔 1박에 100만원이 넘는 스위트룸이 일반 객실보다 먼저 빠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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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북면에 자리한 코스모스 리조트. 빼어난 전망과 건축미 덕에 고가에도 객실 판매가 호황이다. 원하는 날짜에 방을 잡으려면 두세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사진 코스모스 리조트

고급화 바람은 리조트에도 번졌다. 휘닉스 제주는 5월부터 회원 전용이었던 독채 별장 ‘힐리우스’ 1채를 일반 객실로 내놨다. 1박 패키지 가격이 250만원(4인 기준)에 이르지만, 한 달에 20일가량 투숙객이 들고 있다. 하룻밤 방값이 60만 원대에 이르는 울릉도의 코스모스 리조트는 이미 4월까지 70% 이상 예약이 끝난 상태다. 1박에 1000만원이나 하는 독채 빌라 코스모스는 2월까지 만실이다. 코스모스호텔 관계자는 “울릉도는 겨울이 되면 식당과 펜션 대부분이 문을 닫을 정도로 극심한 비수기를 겪는데, 처음으로 2월 예약률이 65%를 넘겼다”고 말했다.

테마파크 새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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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어린이날 개장을 앞둔 레고랜드 코리아. '레고캐슬(사진)'을 비롯한 7개의 테마 공간과 40여 개의 놀이기구, 레고 호텔 등이 들어선다. 한국에 처음 상륙하는 글로벌 테마파크다. 사진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롯데월드‧에버랜드‧서울랜드 등 주요 테마파크 모두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50% 이상 입장객이 줄었다.


올해는 다르다.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초대형 테마파크 두 곳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3월 부산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하 ‘롯데월드 부산’)이 개장한다. 영남권에서 롯데월드 부산에 거는 기대는 굉장하다. 한국 제2의 도시로 불리지만 현재 부산에는 대형 테마파크가 없다. 과거 태종대, 서면 롯대백화점, 초읍동 등에 테마파크가 있었으나 모두 문을 닫았다. 총 6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오시리아 관광단지에는 이미 레저‧쇼핑‧식음 시설 등이 들어선 상태다. 인근에 대형 리조트인 아난티 코브가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부산시는 연간 방문객이 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월드 부산은 15만8000㎡(4만8000평) 규모로 어트랙션 17종이 들어선다. 최고 속도 105㎞로 달리는 롤러코스터 ‘자이언트 디거’와 워터코스터 ‘자이언트 스플래시’ 등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시설도 있다.


강원도 춘천의 레고랜드 코리아(이하 레고랜드)도 5월 5일 어린이날 개장을 앞두고 있다. 중도에서 발굴된 청동기 유적, 막대한 부채 등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으나 한국에 상륙하는 첫 번째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의의가 크다. 레고 브릭으로 지어진 7개 테마 공간과 40개 놀이기구, 1만 개 이상의 레고 조형물 외에 154개 객실을 갖춘 레고랜드 호텔도 들어선다. 레고랜드 측은 연간 약 150만명 이상의 방문객과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손민호ㆍ최승표ㆍ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2022.01.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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