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온천물 솟는다…'머리 차갑고 몸 뜨겁게' 설악산 설경 보는 곳

by중앙일보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개장한 소노펠리체 델피노에는 성인 전용 루프톱 인피니티 풀이 있다. 설악산과 울산바위의 절경을 감상하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명당이다.

2021년 성탄 전야 영동지방에 눈 폭탄이 쏟아졌다. 강원도 고성군 일부 지역은 적설량 50㎝가 넘는 적설량을 기록해 고립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달 6일, 2주가 지나고 해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고성은 하얗다. 해변은 하얀 융단이 깔린 듯하고, 바다 마을 주택 지붕에는 생크림 같은 눈이 쌓여 있다. 산자락에는 더 많은 눈이 남아 있다. 눈 덮인 고요한 숲길을 걷고 싶어 미시령과 진부령을 다녀왔다. 숲길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산 중턱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온천욕까지, 일석삼조의 재미를 누렸다.

소 끌고 원통 가던 길

고성에는 군이 관리하는 숲길이 수십 개에 달한다. 겨울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곳으로 ‘소똥령’을 추천받았다. 인제군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진부령을 넘으면 나오는 작은 고개다. 소똥령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길이다. 괴나리봇짐 메고 한양에 과거 보러 갈 때 걷던 길이자 소 끌고 원통 장에 갈 때 통과하던 길이다. 길에 소똥이 많아 소똥령이라 불렸다는 설, 정상부 지형이 소똥 모양을 닮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중앙일보

소똥령은 고성의 다른 숲길에 비해 덜 알려졌다. 고요히 사색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장신리 유원지에 차를 세워두고 걷기 시작했다. 코스는 선택하기 나름. 산책 삼아 칡소폭포만 보고 오면 30분이면 충분하고, 진부령유원지까지 다녀오면 족히 6시간은 필요하다. 이번엔 소똥령 1봉을 지나 ‘하늘다리’까지 다녀오는 A코스를 골랐다. 왕복 8.5㎞, 4시간이 조금 넘는 길이다.


유아 숲 체험장을 지나 참나무 우거진 산속으로 들자 눈길이 시작됐다. 금세 칡소폭포가 나타났다. 칡넝쿨로 그물을 만들어 고기를 잡았다 해서 칡소폭포다. 높이 3m에 불과한 폭포인데 계곡물이 반쯤 언데다 눈까지 쌓여 제법 웅장해 보였다.

중앙일보

강원도 인제에서 진부령을 넘으면 작은 고개 '소똥령'이 나온다. 먼 옛날, 사람들이 소 끌고 넘나들던 길이다. 소똥령 초입에서 마주친 칡소폭포.

1봉으로 향했다. 사람 한 명 걸을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1봉 정상에 서니 여남은 집이 모여 앉은 마을과 짙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으로는 향로봉 능선이 보였다. 해발 300~400m.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걷는 맛을 느끼기에 좋은 길이었다. 무엇보다 한적해서 좋았다. 4시간 남짓 걸으면서 딱 두 명 마주쳤다.

천년 숲길 걷고 조각 감상까지

중앙일보

미시령 자락에 있는 화암사는 신라 때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금강산 일만이천 봉의 가장 남쪽 봉우리인 신선대가 화암사 뒤편에 있다.

조금 다른 분위기의 숲길을 찾는다면 미시령으로 눈을 돌려보자. 설악산의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을 감상하고 천년고찰의 정기까지 느끼는 '화암사 숲길'이 있다. 코스 길이는 4.5㎞, 약 2시간을 걸으며 온갖 절경을 만난다.


숲길은 일주문에서 시작한다. 솔향 짙은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수바위가 나온다. 신라 혜공왕 때인 769년 화암사를 창건한 진표율사가 수도하던 곳이다. 왕관 모양의 바위 자체도 멋지고 여기서 바라보는 설악산과 울산바위 능선이 장쾌하다. 수바위를 뒤로 하고 계속 숲길을 걷다 보면 신선대(645m)에 닿는다. 금강산 일만이천 봉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한 봉우리다.

중앙일보

화암사 숲길 수바위에 오르면 설악산 능선이 보인다.

숲길을 걸은 뒤에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여유를 누려보길 권한다. 사찰 인근에 2015년 개장한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이 있다. 조각가 김명숙씨가 개인 작품과 소장품 200여점 을 전시한 미술관으로, 건축과 야외정원을 둘러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울산바위가 비치는 ‘물의 정원’, 허름한 담이 둘러싼 ‘돌의 정원’ 등 5개 주제 정원 모두 사진 명소로 통한다. 미술관은 2018년 ‘문화공간건축학회’로부터 문화공간상 박물관 부문 대상을 받았다.

중앙일보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은 조각품과 더불어 정원 조경, 건축미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19년 4월 토성면에 큰 산불이 났다. 이때 미술관 건물 한 채가 소실됐고 수많은 나무가 불에 탔다. 미술관은 죽은 소나무를 남겨두고 나무 3만 그루를 새로 심고 곳곳에 나비 조각을 전시했다. 김 관장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서로 치유하는 걸 표현했다"고 말했다.

설악산 보이는 노천온천

중앙일보

소노펠리체 델피노에는 가족이 함께 이용하면 좋은 온천시설 '오션플레이'가 있다. 실내 인피니티풀에서는 동해바다가 보인다.

숲길 걷고 예술까지 감상했다면 곤한 몸에 휴식을 안겨줄 차례다. 토성면에 6개 온천지구가 있다. 설악산과 바다를 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리조트가 56번 국도와 고성대로 주변에 줄지어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10월 개장한 '소노펠리체 델피노'가 '핫플'로 꼽힌다. 행정안전부 2020년 자료에 따르면, 토성면에서 가장 뜨거운 물(28.8~47.0℃)이 리조트가 자리한 원암온천지구에서 솟는다.


소노펠리체는 소노인터내셔널(구 대명리조트)의 최상위 브랜드다. 강원도 홍천에 이어 두 번째로 미시령 자락에 들어섰는데 고급스러운 객실은 둘째치고 '인피니티 풀'로 이목을 끌고 있다. 객실에도 온천수가 펑펑 나오지만 '머리는 차갑고 몸은 뜨거운' 겨울 노천탕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을 테다.

중앙일보

소노펠리체 옥상에 자리한 인피니티 풀은 겨울에는 주말에 한해 운영한다.

소노펠리체에는 인피니티 풀이 3개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오션 플레이'로 가면 된다. 워터 슬라이드와 놀이시설을 갖춘 워터파크다. 이곳에 실내·실외 인피니티 풀이 있다. 야외 인피니티 풀은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지만 작은 노천탕은 이용할 수 있다.


리조트 옥상에는 성인 전용 인피니티 풀도 있다. 35도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병풍처럼 펼쳐진 설악산과 울산바위를 볼 수 있어 MZ 세대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단 겨울에는 주말에 한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강풍이 부는 날은 입장이 제한된다. 엄재영 소노펠리체 델피노 매니저는 "여름에는 야간 개장도 하고 음료와 먹거리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여행정보


소똥령 숲길은 간성읍 ‘장신리 유원지’에 차를 세워두고 걸으면 된다. 화암사는 주차료(3000원)를 받는다. 소노펠리체 델피노 성인용 인피니티 풀 이용료는 3만원, 오션 플레이는 어른 4만8000원이다. 모두 수영복을 챙겨가야 한다. 투숙객은 오션 플레이 이용료를 30% 할인해준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입장료는 9000원이다. 바우카페에서 티켓을 보여주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준다.

고성=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