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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스트레스 받을 때, 초콜릿 대신 달걀 노른자 먹자 생긴 일

by중앙일보

중앙일보
입맛이 가장 건강할 때는 언제일까. 맛을 느끼는 신생아의 미뢰(혀의 미각세포) 숫자는 성인보다 훨씬 많다. 그렇지만 미뢰의 수와 건강한 입맛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입맛은 길들이기 나름이다. 식습관을 좌우하는 입맛은 근육과 같아서 더 건강해지도록 훈련할 수 있다.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것은 학습한 경험을 바탕으로 굳어진다. 뇌에 각인된 자극적인 맛을 지우고 입맛을 혹사하던 환경을 개선하면 된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와 함께 단짠에 길든 입맛을 교정하는 6가지 실천법을 알아본다.

1 혀 닦기로 미뢰 깨끗하게 하기

단맛·짠맛에 길든 입맛을 교정하기 위한 준비 운동은 미뢰(혀의 미각세포)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맛을 느끼는 미뢰는 약 30일마다 재생된다. 미뢰를 깨끗하게 하려면 물을 충분히 마셔 미뢰 사이에 낀 자극적인 맛을 없애는 게 도움된다. 양치질할 땐 혀까지 깨끗이 닦는다. 혀에 백태가 끼면 음식의 맛이 미뢰에 전달이 잘 안 돼 입맛이 둔해질 수 있다.


미뢰를 재생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필수영양소인 아연·비타민B12·엽산이 풍부한 식품을 챙겨 먹으면 좋다. 특히 아연 성분은 음식물을 녹이고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용액 역할을 한다. 조개류와 굴은 아연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다. 비타민B12는 동물성 단백질에만 있는데 특히 닭고기·쇠고기·달걀·우유에 풍부하다. 시금치·파슬리 등 녹황색 채소를 섭취하면 엽산을 챙길 수 있다.

2 과일 음료 대신 오이·민트 넣은 물 마시기

단맛에 자주 노출되고 당 섭취가 과해지는 악순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음료수다. 시중에 판매되는 오렌지 주스 한 병(250mL 기준)의 당 함유량은 29g이다. 주스 한 병에 각설탕 10개(각설탕 한 개 약 3g)가 든 셈이다. 포도·알로에 등 과일 주스와 탄산음료, 에너지 드링크의 당 함량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시고 2잔 정도의 우유를 마시면 단맛 음료를 덜 마실 수 있다고 권고한다. 맹물을 마시기 힘들면 오이·레몬·민트를 물이나 탄산수에 넣어 마시면 된다.


영유아 때 음료 마시는 습관은 입맛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음료를 통해 너무 이른 시기에 단맛에 노출되면 달콤한 음식·음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다. 생후 1년 전까지는 시판되는 과일 주스나 과일맛 우유, 어린이 음료수 대신 물만 먹이는 게 좋다. 돌 이후여도 유아용 조제유나 과일 주스는 굳이 먹이지 않아도 된다. 맛을 좋게 하기 위해 감미료나 시럽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생과일과 생야채를 씹어 먹게 하는 것이 낫다.

3 토마토·양파로 단맛 내고 밑간은 레몬즙

입맛을 교정하려면 가족 전체가 식단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음식은 조림·찜·볶음 같은 요리가 많아서 소금·간장·설탕이 공통으로 들어간다. 이런 재료를 덜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탕류·젓갈류에 익숙해지면 짠 음식에 일찍부터 길드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어른 식성처럼 먹는 것을 마냥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조리 단계에서 단맛·짠맛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는 음식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간을 바꿔보는 것이다. 조미료·소스 사용 시 과일·채소 같은 천연 식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스파게티 소스로 토마토 케첩을 사용하기보다 단맛이 많이 나는 완숙 토마토를 익혀서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단맛을 내는 대표 식재료는 양파다. 양파를 익히면 양파의 매운맛 성분이 분해되면서 설탕의 단맛과 유사한 물질로 전환된다.


생선의 밑간에 소금 대신 레몬즙을 뿌리면 쫄깃해지고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소금양을 줄이면서 마늘·고춧가루·들깻가루나 바질·고수·커민·강황 같은 허브·향신료를 활용해 본다. 조리 과정을 많이 거치지 않은 것도 입맛을 교정하는 건강식이다. 고기를 양념할 땐 간장·소금·설탕 등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그대로 구워 먹거나 삶아 먹는 게 좋다. 채소도 생으로 먹을 때 좋은 성분을 더 섭취할 수 있다. 데치고 무치는 과정에서 수용성 비타민이 파괴되고 설탕·기름 같은 것이 더 들어간다. 드레싱으로는 오메가3가 많은 들기름·올리브유를 약간 넣으면 된다.

4 기분 우울할 땐 견과류·두유·바나나 간식

스트레스받거나 우울할 때 찾는 쿠키·케이크 같은 간식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을 느낄 때마다 습관적으로 달콤한 음식을 찾는 것은 장기적으로 감정 조절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단맛에 길들 뿐이다. 달콤한 음식은 보상 중추를 자극해 만족감을 느끼게 하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다음에는 더 강도 높은 자극이 들어가야 비슷한 만족감을 느낀다. 약간 우울하고 슬플 땐 트립토판 성분이 많이 든 식품을 간식으로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에서 만들어진다. 트립토판은 견과류·우유·달걀노른자 등에 많다.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결합할 땐 비타민B6와 마그네슘이 함께 합성되므로 관련 성분이 풍부한 바나나·두유 등을 함께 먹으면 좋다.

5 입맛 믿지 말고 영양성분표 확인

혀끝은 무디기 때문에 이 음식이 얼마나 달거나 짠지 잘 느끼지 못한다. 가공식품 등을 고를 땐 입맛에만 의지하지 말고 영양성분표를 보면서 당류·나트륨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성분표를 보면 ‘탄수화물’ 아래 ‘당류’가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음식을 만들 때 원재료에 들어 있는 당분 이외에 맛을 내기 위해 추가하는 첨가당으로 설탕이나 액상과당 등을 뜻한다. 첨가당이 없거나 적은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단, ‘설탕 무첨가’ 같은 문구가 단맛이 적다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다. 설탕 대신 저렴하면서도 단맛이 훨씬 강한 액상과당·포도당·올리고당을 포함한 경우가 많다.

6 타액 충분히 분비되게 여러 번 씹기

타액은 미각과 관련 깊다. 타액이 부족하면 음식물을 잘 이동하지 못해 미각세포가 분포한 혀 돌기를 자극하지 못한다. 여러 번 씹어 타액을 충분히 분비시키면 싱겁게 간을 해도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소화가 잘되고 체중 조절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맛을 즐기는 입맛으로 교정하는 데 도움된다.


요리할 때 재료를 조금 크게 썰거나 요리 위에 땅콩·호두 같은 견과류를 뿌리는 것도 여러 번 씹는 효과를 부른다. 강한 단맛·짠맛의 음식을 먹을 땐 즉각 맛이 느껴져 씹는 횟수가 줄어든다. 너무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은 턱관절에 좋지 않으니 피하는 게 좋다.


나이 들면 침 분비가 줄어들고 미각이 둔해지는데 이를 모른 채 점점 달고 짜게 먹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땐 레몬즙·식초 같은 신맛이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서 침 분비를 자극하는 것이 좋다. 무설탕 껌을 5~10분 정도 씹거나 밤에 잘 때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된다. 아침 식사는 침 분비를 강하게 자극하므로 거르지 않도록 한다.

■ 입맛 교정 도움 주는 장보기


설탕 사용 줄이는 단맛 품은 식재료


*양파 - 열을 가하면 단맛이 강해지는 천연 감미료로, 채 썰거나 다져서 중간 불에 충분히 볶은 다음 드레싱·설탕 대신 활용


*양배추 - 양파와 달리 익히지 않아도 단맛을 느낄 수 있으므로 생으로 갈아서 사용해도 되며 살짝 찌거나 볶으면 단맛이 더 강해짐


*고구마 - 조림·찜에 설탕 대신 삶은 고구마를 으깨 넣거나 떡·쿠키·케이크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단맛을 낼 수 있음


*대추 - 은은한 단맛이 나는 대추 삶은 물을 수프·간식에 넣고, 푹 삶은 과육은 으깬 뒤 체에 내려 각종 요리에 감미료로 활용


나트륨 배출 돕는 삼삼한 식재료


*팥 - 팥의 칼륨은 나트륨이 체외로 잘 배출되도록 도와줘 부기를 빼고, 혈압을 낮추는 효소의 양을 증가시켜 혈압 상승 억제


*바나나 - 사과의 네 배에 해당하는 칼륨이 포함돼 있어 한 끼에 하나씩 먹는 것만으로도 나트륨 배출에 도움


*호박 - 풍부한 칼륨뿐 아니라 소화를 촉진하는 섬유질과 무기 염류가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고 고혈압 예방에 도움


*수박 - 많은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고 체내 흡수가 잘되는 포도당·과당이 많아 피로 해소에 좋으면서 나트륨 배출과 근육 이완에 효과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