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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쇼트트랙 국대→디자이너' 박승희 “새로운 도전, 겁나지만…"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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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한 분야의 최고가 된 것에 멈추지 않고, 자기만의 ‘정점’을 계속 찍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인 박승희 멜로페 대표가 딱 그런 ‘피크 메이커(Peak Maker)’ 입니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박 대표는 지금은 한 디자인 브랜드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선 축구에도 도전하고 있죠. 박 대표를 만나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하는 이유를 들어 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피크 메이커” 1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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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후암동 멜로페 매장 앞에 선 박승희 대표. 중앙포토

저도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겁이 먼저 나요. 하지만 일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걸 도전해 뿌듯함을 얻는 것'이 꼭 필요하다 생각해 계속 도전합니다.

18개월 차 대표, 박승희가 사업하며 깨달은 것

Q. 가방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멜로페' 대표로 일한 지 1년 반이 넘었습니다. 성과는 어떤가요.


어려움만 가득합니다. 사업이 정말 쉽지 않아요. 아직 배울 게 많고, 감당할 것도 많죠. 18개월 정도 회사를 운영했지만, 규모는 여전히 작습니다. 사무실 월세와 한 명인 직원 월급을 걱정할 때가 적잖죠.


지금은 브랜드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어떤 것이든 실력이 어느 순간 한 단계 올라서는 것처럼, 브랜드도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별다른 마케팅은 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홍보·마케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물론 최근에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방송 출연 등으로 바빠져서 브랜드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 줄었어요. 대신 그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대중에 잘 알려진 입장에서 신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요?


네,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제조업이잖아요. 가방을 만드는 거니까요. 생산된 걸 가져오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물건을 만드는 입장이었죠. 게다가 쇼트트랙 선수로 유명해져서 시작한 브랜드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제가 아무리 신경 쓴다고 해도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겠다 싶었죠.


처음에는 겁이 났어요. '제품에 대한 불만을 들으면 어떡하나…' 와 같은 걱정을 많이 했죠.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생각을 많이 바꾸고 있어요.

제가 자부심을 느낄 제품을 만들면, 그 뒤에 따라오는 일은 더 똑똑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지만 갈수록 좋은 재료와 제품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제 '잘 파는' 홍보와 마케팅 역시 필요하다 싶어요. 마케팅을 전혀 안 하면 고객 유입 측면에서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마케팅 도전 역시 '선택'할 문제라 생각해요. 사업하면서 계속 확인하는 건 두 가지 방향이 있다면, 두 선택 모두 장단점이 있다는 거예요. 결국 제 선택이라는 거죠. 그 선택을 어떻게 잘할지 늘 고민하죠. 정답이 없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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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대표가 운영하는 멜로페 제품(가방) 이미지. [멜로페 홈페이지 캡처]

Q. 운동선수로서 최고가 됐는데, 왜 디자인과 패션을 선택했나요.


어렸을 때부터 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진 않았고, 성향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삼 남매 중 둘째인데, 제가 유독 언니와 남동생과 다르게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졌어요. 학교 다닐 때도 좋아하는 과목이 미술이나 음악 쪽이었습니다. 꿈을 써도 플로리스트, 푸드스타일리스트 이런 것들을 써냈어요. 물론 좋아하는 분야가 결국 예체능 계열이긴 했지만요(웃음).


그래도 운동선수를 할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어머니 따라 삼 남매가 함께 시작한 스케이트가 인생을 바꿨어요.

"절제만으로 안 돼"…메달리스트의 마인드 셋, 어땠을까

Q. 마음속에 다른 꿈을 품고 어떻게 세계 1등 선수가 됐는지 궁금합니다. 자기 절제의 비결이 있나요?


자기 절제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신 저만의 생각하는 범위가 있었어요. 운동을 시작하면서 목표를 설정했는데, 해보니 제가 설정한 범위를 넘어선 좋은 결과가 나온 거죠. 되돌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된 김에 집중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선택과 집중'이었죠.


 다른 길이 열렸으면 운동을 그만뒀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랬기에 일단 다른 걸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 집중했어요. 그때는 '참고 참자' 같은 건 아니었고, '이걸 빨리 잘한 다음에는 어떤 걸 할까?'와 같은 마음이었어요.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메달 따기 위해 셀 수 없이 연습하고 10년 넘게 운동하면 얼마나 지겹고 힘들겠어요.

하지만 압박받는 상황에서 '나 이거 잘해야 해, 열심히 해야 해'라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으면 버티기 힘듭니다. 

지나간 걸 잘 잊어버리고 무덤덤한 제 성격도 한몫했지만, 그래서 더욱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려 하지 않았어요. 운동에 집중해야 할수록 여유가 생길 때 다른 걸 많이 접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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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경기를 마친 직후 박승희 대표의 모습. 박 대표는 2010년, 2014년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메달 5개를 획득한 뒤 종목을 바꿔 평창 올림픽에 출전했다. 중앙포토

Q. 주로 활약한 쇼트트랙은 연습한 대로 되지 않는 종목이죠. 압박감이 더 컸을 텐데, 그때의 마음은 어땠나요.


결국 경험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도 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잖아요.

제가 '후회가 없다, 이 정도면 완벽하겠다'고 생각할 만큼 연습하면 부담이 없어요. 

그리고 쇼트트랙은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순위 싸움이잖아요. 당연히 상대성도 많죠.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그렇다고 일어나지 않을 변수까지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너무 힘들어져요.


결국 저한테 집중해 최선을 다해서 부담 없이 달리고, 그다음 결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것. 이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1등이었던, 노메달이었든 마음 쓰지 않을 수 있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됐던 건 아닙니다. 경험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좋은 자세로 바뀌어 갔습니다.


Q. 최근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올림픽 쇼트트랙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면서 성과도 좋았는데, 이 경험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하면 정말 어려웠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제가 선수로 뛰는 것보다 더 부담됐어요. 그 이유는 일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기보다, 제 전문 분야라고 평가받는 부분에서 실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선수 때는 긴장하더라도 제 몸으로 뛰고 제 기량을 알기에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지 예상이 됐어요. 하지만 해설은 처음이기도 했고, 선수들의 상태도 알 수 없으니 걱정이 많이 됐어요. 제가 전문이라고 불려갔지만, 막상 이전 데이터가 없어서 어려웠죠.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막상 이번 올림픽 멤버 중에는 저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한 친구가 많이 없는 터라, 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연락을 나눴어요. 흔쾌히 연락을 받아주고, 저를 좋아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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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박 대표는 ″운동할 때보다 지금 루틴을 잘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박승희]

Q.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과 나눈 메시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다 기억에 남지만, 최민정 선수와 이야기하며 놀랐던 부분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민정이는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힘들 만큼 뛰어난 선수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저와 쇼트트랙 선수 생활이 겹치지 않았어요. 내심 같이 뛰어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먼저 민정이가 '아쉬워요'라는 연락을 보내왔더라고요. 1년 차이로 같이 뛰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였어요. 저한테도 배우고 싶은 게 많았다고 말해줬습니다. 제가 생각한 대단한 선수가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마웠어요. 그 이후 이어진 연락에서 민정이가 질문이 정말 많았어요. 도움이 될 조언을 많이 구하더군요. 노력하는 자세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중략)


Q. 일하는 사람 박승희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돈 많은 백수'가 좋다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남은 인생이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도전하고, 거기서 나오는 자신에 대한 결과와 뿌듯함을 얻는 것'이 사람에게 분명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전이 주어지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여러 일을 도전하고 싶어요.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과도 좋길 바라지만, 그걸 노릴수록 오히려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제 앞에 떨어진 일에 집중·몰입하고자 합니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더 많아요. 마케팅도 시도하고, 제품도 더 좋게 만드는 일 모두 재밌거든요. 작은 회사지만 열심히 달려 보려고 합니다.


동시에 저의 커리어를 보고 누군가 꿈을 가지시거나 도움을 얻는다면, 더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런 상상을 하며 앞으로도 제 길을 갈 거고, 어떤 일을 하겠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게 불가능한 일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피크 메이커” 1화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