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된 줄 알았던 종이증권, 2000만 원 돼서 돌아왔다

[비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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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발행부터 유통·소멸까지 모든 과정을 전자화하는‘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한 지 2년이 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자증권 의무등록 대상 주식 가운데 아직 종이 증권으로 남아있는 주식은 3억7만주로 전체의 0.33% 정도다. 사진은 한국전력의 종이증권 모습. 독자 제공

[금융SOS]

20년 전 근무하던 회사에서 자사주를 취득해 종이증권(종이에 인쇄된 증권)을 가지고 있던 A씨. 회사에서 일할 당시에는 비상장회사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그 회사가 상호를 바꿔 코스닥에 상장한 사실을 알게 됐다. ‘미수령 주식 찾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연락을 받고서다.


A씨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종이증권을 전자증권으로 바꿔 2000만원의 숨은 자산을 찾았다. A씨는 “몇 년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상장주식을) 매매하려고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를 찾았다가 없어졌다고 해 종이 증권이 휴짓조각이 됐다고 생각했다”며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큰 수익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김모(62)씨는 최근 이사를 하다가 종이증권을 발견했다. 30년 전 한국전력 국민주 청약으로 받은 6주였다. 종이증권을 전자증권으로 바꾸는 법을 몰랐던 그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해당 주식을 전자증권으로 등록해 15만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김씨는 “주식에 공모한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가 이사 기념으로 가족과 함께 고기를 사 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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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종이 증권을 전자 증권으로 예탁한 독자의 계좌 모습. 독자 제공

종이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증권 발행부터 유통·소멸까지 모든 과정을 전자화하는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김씨처럼 종이증권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자증권 의무등록 대상 주식 가운데 아직 종이증권으로 남아있는 주식은 3억7만주로 전체의 0.33% 정도다. 지난 2019년 9월 전자증권제도 도입 당시 남아있던 종이 증권이 7억9000만주 정도였으니 4억주 이상 전자증권으로 전환한 셈이다.

종이증권을 가지고 있다면…대행기관 방문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면서 종이증권을 전자증권으로 바꾸지 않으면 권리 행사 등에 제약이 있다. 종이증권을 전자화해야 하는 이유다. 종이증권을 가지고 있다면 신분증을 지참해 예탁결제원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명의개서 대행기관을 방문해 개설한 증권계좌로 넣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명의개서는 증권 명의인의 표시를 고쳐 쓰는 일을 뜻한다. 다만 상장 회사마다 명의개서 대행기관이 다른 만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예탁결제원, 국민주였던 한국전력과 포스코 대행기관은 KB국민은행이 맡는 식이다.


상장회사별 명의개서 대행기관은 결제원 포털 ‘세이브로(www.seipo.or.kr)’나 예탁결제원 콜센터(1577-6600), 국민은행(02-2073-8114), 하나은행(02-368-5800)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종이증권 뒷면에 쓰인 증서 소유주 명의가 본인이 아니라 부모일 경우 위임장이 필요한데, 위임장 양식은 예탁결제원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다. 만약 증서 소유주인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면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로 사망증명을 하고 위임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상장주식 종이증권이나, 분실했다면?

비상장주식의 종이증권을 가지고 있어도 방법은 비슷하다. 비상장주식의 종이증권이 통일규격을 갖춘 유가증권이라면 증권사 등 명의개서 대행기관을 찾아 입고하면 된다. 단, 통일규격을 갖추지 않은 종이증권이라면 예탁결제원에서 별도의 심사를 통해 예탁 지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상장주식의 종이증권을 분실했다면 절차가 다소 복잡하다. 이 경우 우선 경찰서에 해당 종이증권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분실했는지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이후 ‘분실신고접수증’을 받아 명의개서 대행기관에 이를 제출하고 다시 지방법원에 분실사고 신고와 발행 증거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종이증권을 발행한 회사의 본사(혹은 본점)가 위치한 곳의 지방법원을 방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의 종이증권을 잃어버렸다면 한국전력 본사가 있는 전라남도 나주시의 지방법원을 가야 하는 셈이다.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 ‘재권판결문’이 나오면 다시 명의개서 대행기관을 찾아 이를 제출해야 계좌에 입고할 수 있다.


박인선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대행부장은 “보통 법원 판결만 3개월 정도 걸린다”며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예탁결제원을 방문해 안내는 받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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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은 매년 '미수령 주식 찾아주기 캠페인'을 한다. 올해도 지난달 1일부터 6주간 총 79억 원 규모의 금융재산을 찾아 주주에게 돌려줬다. 제공 연합뉴스

예탁결제원 “매년 미수령 주식 찾기 캠페인”

예탁결제원은 투자자의 재산권 회복과 전자증권제도 활성화를 위해 매년 ‘미수령 주식 찾아주기 캠페인’을 한다. 올해도 지난달 1일부터 6주 간 주권 보유 사실을 잊은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안내문을 통보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주인을 찾은 금융재산은 미수령 주식 667만 주(평가액 46억원), 전자증권 전환 주식 48만 주(평가액 33억원) 등 총 79억 원 규모다.


박인선 부장은 “휴면투자재산 회복을 위해 향후 비대면 소액주식찾기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2022.06.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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