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컷 빵켓팅, 3초컷 약켓팅...MZ 애태우는 MZ 사장님들

[자동차]by 중앙일보

밀실

MZ 광클 부른 약과·빵

“아이돌 티켓팅을 성공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어요. 소리를 지를 정도로요.”


다섯 번 시도 만에 박모(29·여)씨가 구입한 것은 ‘약과’였습니다. 그는 “쉽게 살 수 없어 구매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명절 때나 보이던 전통 간식 약과가 인터넷에서 매진이 된다고 합니다. 그것도 몇초 만에요. 그것을 구매하는 게 도전이라고 하네요. 상상이 되나요? 2030 사이에서 불고 있는 ‘광클’ 열풍에 약켓팅(약과+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그와 비슷한 빵켓팅(빵+티켓팅)도 기세가 무섭습니다.


빠르게 매진되는 ‘티켓팅’처럼 경쟁이 치열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알람까지 맞춰놓고 재빠르게 구매 버튼을 누른다는 MZ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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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켓팅을 3번 실패했다가 결국 샀다는 김선경(28)씨는 ″유명 유튜버가 아이스크림에 약과를 얹어먹는 걸 보고 궁금해서 찾게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밀실은 ‘중앙일보 밀레니얼 실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밀도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나만 알고 있는 MZ 트렌드, 모두와 공유하고 싶은 MZ의 이야기 등을 메일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겠습니다.

약켓팅과 빵켓팅에 ‘진심’인 MZ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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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경기 포천의 한 약과 판매 카페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이날 가게 오픈 10분 전에는 약 100명이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함민정 기자

일부 MZ들 사이에선 ‘폼림픽(구글폼+올림픽)’이라는 단어도 등장했습니다. 한 약과 업체가 구글폼(구글에서 사용되는 온라인 구매 신청 서류)으로 구매 신청을 받는데, 선착순으로 빠르게 신청해야 해서 올림픽에 버금가는 경쟁이 벌어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약켓팅에 실패했다는 윤모(28)씨는 “결제창까지도 못 들어가 봤다. 새로고침을 눌렀는데 계속 품절이었다. 아직 안 열린 건 줄 알았는데 정말 품절이더라. 10초, 20초 컷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약과가 1분이 채 안 되어 매진됐습니다. 정각에 구글폼을 작성하고 제출하자마자 품절됐다는 문구가 떴고요. 약켓팅은 한 번 도전해보고 경험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박모씨)

밀실팀이 만난 2030들은 약켓팅과 빵켓팅에 ‘진심’이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의 ‘먹방’을 본 뒤 구매욕이 상승했고, 구매에 실패하면 도전 의지는 더 강해집니다. 약켓팅을 3번 실패했다가 성공했다는 김선경(28)씨는 유명 유튜버가 약과를 아이스크림 등에 찍어먹는 영상을 본 이후 약과 구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기와 희소성은 상승 작용을 일으킵니다. 빵켓팅을 했던 이모(24)씨는 “인기가 많은 빵들은 10분 내로 매진되고 전체 매진은 1시간도 안 걸렸던 것 같다. 유명한 사람들이 하는 건 한 번쯤 따라 해 보고 싶어지지 않나”라며 “구하기 어려울수록 관심이 간다. 아무리 맛있어도 구하기 쉬우면 인기가 금방 식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픈런하니 10분 전 100명 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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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경기 포천에 있는 카페에서 박정은(33)씨와 친구들이 산 약과. 함민정 기자

약켓팅과 빵켓팅에 실패한 일부 MZ들은 오픈런까지 나섰습니다. 지난달 26일 오전 9시 50분. 경기 포천에 있는 한 약과 카페 밖에는 가게 오픈 10분 전 약 100명이 줄을 섰습니다. 이날 매장 앞에서 만난 박정은(33)씨는 약과를 사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서 아침 7시 30분에 출발했다고 합니다. 오픈 1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는 그는 “한 달간 매일 약켓팅을 했었는데 실패해서 직접 왔다”고 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오후에 품절됐다는 공지가 올라왔는데요, 품귀 현상을 빚다 보니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약과가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약 2~3배가량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마저도 바로 팔린다고 합니다. 온라인에 올라온 ‘약켓팅 성공 후기’ 글에는 ‘어느 사이트에서 샀나요’ ‘어떻게 샀나요’ 등의 문의 댓글이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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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네이버 트렌드 키워드 검색 상위 링크에 있는 '약과'. 네이버 캡처

‘약과 장인’ 아버지, SNS 잡은 MZ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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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경기 포천에서 장인한과 김서진(34)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아버지인 김규식 대표와 약과를 함께 만들고 있다고 한다. 밀실팀

밀실팀이 일주일 간 네이버 트렌드 검색어로 ‘약켓팅’과 ‘한과’ 분야를 검색한 결과, ‘약과’ ‘장인약과’ ‘장인한과’가 1~3위권에 있었습니다. MZ를 애태우는 ‘검색 상위권’ 약과의 맛은 어떨지, 약과를 만드는 분을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수차례 장인한과 측에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약 한 달간 어려운 여정(?) 끝에 김서진(34) 장인한과 대표를 만났습니다. 언론과의 첫 인터뷰를 밀실과 하게 된 겁니다. MZ세대이자 가수 지드래곤과 동갑이라는 그는 “대표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직원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2002년 장인한과를 설립해 최근 품절대란 약과를 탄생시킨 건 그의 아버지 김규식 대표입니다. 현재 이들 부자(父子)는 평일에 12시간 이상 함께 약과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김 대표는 “조그마한 공장인데 언론에 나오면 물량 생산을 더 해야 할 수도 있다. 고객 만족을 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조심스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맨 처음에 100박스로 시작했을 때 보통 3~5초 정도에 매진됐다”면서도 “매출 공개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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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켓팅'의 시초라 불리는 손이지(20대) 돌체테리아 대표를 지난달 24일 인터뷰했다. 밀실팀

체대 입시 학원을 운영했던 그가 올해 설날부터 약과의 길로 접어들게 된 건 ‘아버지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20년 이상 불 앞에서 일하며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 약과를 만드시고 고생해서 키워주셨는데, 아버지와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주셔서 고민 끝에 약과를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약켓팅’을 바라보는 MZ아들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20년간 변함없는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 아버지와, 늘어난 수요로 인한 아버지의 노고를 덜고자 SNS를 열었던 아들의 센스가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신메뉴를 개발 중이라는 김 대표는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1년 반 전부터였는데, 혹여나 고객들을 실망시킬까 봐 걱정이 앞섰다. 작은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진행돼 물량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빵켓팅 ‘1초 컷’ 원조 MZ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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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켓팅'의 시초라 불리는 손이지(20대) 돌체테리아 대표를 만났다. 돌체테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택배로 발송하는 시스템인 빵켓팅의 시초를 찾아 나섰습니다. 2017년부터 빵켓팅을 시작했다는 손이지 돌체테리아 대표. 20대라고만 나이를 밝힌 그도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2017년 5월에 첫 목요일 날 처음 판매를 했고요 그날부터 그냥 계속 매진이었어요. 1년 내내 1초 이내로 매진이 됐어요” (손 대표)

5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손 대표는 “아는 언니가 주문했는데 품절되는 걸 보고 ‘이건 빵켓팅이라고 불러야 한다. 티켓팅보다 힘들다’는 글을 썼는데 그 단어를 처음 봤었다. 빵켓팅 하면 우리 것밖에 없었는데 어느 순간 트렌드가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시국에 택배 판매가 활성화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빠르게 품절되는 이유가 마케팅 차원의 소량 생산에 있다는 오해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이에 그는 “과거에 비해 생산량이 많이 늘었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일부 빵은 대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성공 비결은 실패, 그리고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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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인 손 대표는 고객들을 ‘돌랑이’라는 애칭으로 부릅니다. 그는 “돌랑이들과 소통을 꾸준히 한 게 성장의 가장 큰 이유”라고 했습니다. 이어 “실패를 많이 겪다 보니, 왜 실패할까에 대한 연구를 했던 것도 비결 중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직접 개발한 메뉴는 100가지가 넘습니다. 그는 “먹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닭갈비를 먹다가 그 맛을 표현한 빵을 만드는 등 음식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손 대표는 “나도 다른 업체 빵켓팅을 해봤는데 계속 실패하다 보니 주문을 포기하게 되더라”라며 “사업가라면 물량을 줄여 매진을 이어가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생각나면 언제든 빵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매장을 만드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의 매출 규모는 비밀이라고 합니다. 그는 “매주 로또를 사고, 청약 당첨을 바라는 평범한 사람이다. 10년 뒤쯤 내집 마련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마칠 무렵, 약켓팅과 빵켓팅을 잇는 ‘초켓팅(초콜릿+티켓팅)’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한정판 초콜릿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내일은 또 어떤 ‘~켓팅’이 등장할까요.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영상=황은지, 강민지·김민수 인턴

2022.07.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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