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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이게 가능? 손이 안보인다" 690만명 놀란 '유퀴즈' 소녀

by중앙일보

중앙일보

스포스스태킹 시범을 보이는 박세령. 우상조 기자

“2배속이야?”, “만화에서 손이 여러 개 보이는 게 진짜였네”, “손은 눈보다 빠르다”


네티즌들이 ‘컵쌓기’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박세령(18)의 경기 영상에 단 댓글이다. 박세령이 4월 WSSA(세계스포츠스태킹협회) 월드 챔피언십 여자부 종합 3위(국내 1위)에 오른 유튜브 조회수는 693만 회에 달한다. 박세령은 최근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훔치고 싶은 재능’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최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박세령은 네티즌들 반응에 “손은 다 보인다. 배속은 전혀 아니고 실제 속도”라며 “유튜브와 예능에 나오니 학교 친구들이 ‘국대님(국가대표님)이다. 사진 찍자’고 한다“며 웃었다.


‘컵쌓기’라 불리는 스포츠스태킹은 9~12개 플라스틱컵을 다양한 방법으로 빠르게 쌓고 허물면서 ‘초’로 기록 경쟁을 하는 스포츠 게임이다. ‘손으로 하는 육상’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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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쌓기 스포츠스태킹의 달인 박세령. 우상조 기자

박세령은 월드 챔피언십에서 3-3-3 종목 1.8초, 3-6-3 종목 2.1초, 사이클 종목 5.8초 등 종합 9.844초를 기록했다.


박세령은 “가장 간단하고 쉬운 3-3-3 종목은 컵을 3개-3개-3개 세모 모양으로 쌓고 허물면 끝이다. 3-6-3은 컵을 3개-6개-3개 배치하고, 가운데 6개 컵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쌓은 뒤 허물면 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제일 어렵고 재미있는 사이클(cycle)은 3-6-3으로 시작해 컵을 6개-6개로 쌓는다. 허물고 컵을 1-10-1로 만든 뒤 3-6-3으로 다시 돌아와 순환한다”며 “세 종목에서 제일 잘 나온 기록을 뽑아 합산하고 제일 빠른 스태커가 우승한다. 여자부는 9초대, 남자부는 8초대가 나와야 1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첨부된 동영상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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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령은 스페인 월드챔피언십 2위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했다. 우상조 기자

박세령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포츠스태킹을 시작했다. 그는 “2살 위 오빠가 체육시간에 스포츠스태킹을 배워왔다. 재미있어 보여 따라했다. 지금 오빠는 거의 초보자”라며 웃었다.


박세령은 “부모님이 지지해주신다. 오히려 먼저 대회에 도전해보자고 하셨다”고 했다. 박세령은 제주 국제학교에 재학 중이다. 유아교육회사를 운영 중인 박세령의 부모는 자녀가 자기주도적으로 성취감을 얻길 바랬다고 한다. 박세령은 “방학 땐 5~8시간 훈련하고, 학교 다닐 땐 1시간 정도 한다. 스태킹과 공부 모두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는 16개국 이상, 약 600명 스태커가 참가했다. 각 국에서 온라인으로 대회를 치러 순위를 가렸다. 한국에서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전문 선수는 약 30명 정도다. 박세령은 “중1 때부터 국가대표로 꾸준히 발탁됐다. 종목 전성기 나이는 중·고등학생이고, 6~7살 어린 스태커가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도 봤다”며 “아무래도 순발력이 제일 발달되는 시기다. 나이가 들면 좀 느려진다. 그렇다고 2005년생인 내가 노장은 아니다. 2004~2007년생이 많이 하니까 중간 정도”라며 웃었다.


월드챔피언십 여자부 1위는 말레이시아 우신위가 차지했다. 불과 0.218초 뒤진 박세령은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이 잘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젓가락을 사용해 감각이 좀 더 발달된 것 같다”고 했다. 월드 챔피언십 11~12세 사이클 1위, 스페인 월드 챔피언십 2위 등에 오른 박세령은 집에 트로피가 30여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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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참가 경비도 본인이 일부 부담해야 하고 우승 상금도 없다. 대한스포츠스태킹협회에서 국내 선발전 1~2등은 100% 참가 경비를 지원해주지만, 3등은 30%, 4~5등은 50%를 자비로 내야 한다. 박세령은 “국제 대회에서 3등 안에 들면 자랑스러운 업적이지만 상금은 없다. 문화상품권 3만원, 5만원 정도를 받았다. (대한스포츠스태킹)협회에서 다음달 대회에 상금을 줄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상금도 없는데 왜 ‘덕후’가 된걸까. 박세령은 “다른 연령대도 열심히 하지만, 저희 Z세대가 집념이 더 강하다고 해야 할까. 뭐 하나에 몰두해서 성취하려는 게 조금 더 강한 것 같다”며 “상금과 지원도 좋긴 하지만, 자기 만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박세령은 “종을 치는 보드게임 할리갈리를 할 때 순발력이 좋아 유리하다. 친구들이 ‘당연히 손이 빠르니까 세령이가 이기겠네’라고 한다. 식당에서 컵을 보면 스태킹 생각이 날 때가 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스포츠스태킹을 강력추천하며“어릴 때 배우면 집중력 발달에 좋다. 또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어르신들에게도 추천 드리고 싶다. 문구점에서 만원 이하면 컵을 살 수 있다.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지만 유튜브 영상이 굉장히 좋은 자료”라고 했다.


박세령은 올해 12월 대만에서 아시안 챔피언십 출전을 앞두고 국가대표 유지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Z세대를 잡기 위해 브레이킹, e스포츠, 스케이트보드 등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박세령은 “스태커로서 스포츠스태킹도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종목명에 ‘스포츠’가 들어가고, 몸과 머리를 써서 땀 흘리며 경쟁한다”며 “예능에서 유재석 MC가 올림픽에 꼭 채택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셨다. 개인적인 꿈은 스포츠스태킹을 전세계에 알리고 나중에 커서 스포츠 마케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