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승우다” “이정후는 천재” 첫눈에 알아본 절친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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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생 동갑내기 절친 이정후(왼쪽)와 이승우. 장진영 기자

‘최고’와 ‘최고’가 만났다.


프로야구 간판스타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와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무대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이승우(24·수원FC). 수준 높은 경기력과 스타성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한국 스포츠의 두 별이다. 이정후와 이승우는 임인년 호랑이의 해를 뜨겁게 달굴 1998년 호랑이띠 동갑내기다. 틈날 때마다 만나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절친이기도 하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야구 스타’와 ‘축구 스타’의 만남이 성사됐다. 두 선수는 만나자마자 하이파이브를 나누면서 서로 안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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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관심이 많은 친구 이정후(왼쪽)을 위해 드리블과 몸싸움 요령을 가르쳐주는 이승우.. 장진영 기자

Q : 두 사람이 친구가 된 계기는.


이정후(이하 정후) “서로의 존재는 10대 시절부터 알았어요. 당시엔 후원사도 같았고 나이도 동갑이라 소셜미디어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다 금방 친해졌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더 친해졌어요.”


이승우(이하 승우) “축구·야구대표팀이 자카르타로 건너갔다 돌아오는 비행편이 같았거든요. 공항에서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눴어요. 한 번 보고나니까, 그때부턴 뭐…(웃음).”


2018년 같은 등번호 달고 아시안게임 출전


Q : 2018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상의해 같은 등 번호(17번)를 달았다는데.


승우 “제가 먼저 17번을 배정받은 상태였어요. 정후가 아직 번호를 못 정했다면서 제 번호를 물어보더니 ‘나도 17번 할게’ 하더라고요. 친한 친구가 다른 종목에서 똑같은 등 번호를 달고 뛴다니 특별한 느낌이었죠.”


정후 “저는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뽑히지 못했다가 나중에 추가 멤버로 대표팀에 합류했어요. 이미 제 번호(51번)는 다른 선수가 가져갔고요. 어떤 번호를 쓸까 고민하던 차에 승우가 17번 달았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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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올 시즌 타격왕에 도전 중이다. 연합뉴스

Q : 서로에 대한 첫 인상은.


정후 “승우는 어려서부터 수퍼스타였잖아요. FC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요. 처음 만났을 때 얼굴이 너무 작아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당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겸손하고 재미있더라고요. 귀엽기도 하고(웃음). 승우가 야구를 좋아하고 저도 다른 종목에 관심이 많아서 대화가 술술 풀렸죠.”


승우 “야구 선수에게 ‘레전드 이종범 선수 아들’이라는 타이틀은 결코 가볍지 않을 거예요. 그 무게감을 극복하고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정후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처음 정후와 몇 마디 나눠보니 ‘이 친구 천재다, 타고났다’ 싶은 느낌이 팍 오더라고요.”


Q : 종종 만나는 편인가.


승우 “둘 다 경기 일정이 이어지다 보니 얼굴 보기 힘드네요. 야구는 일주일에 6번이나 경기를 하잖아요. 최근에 키움이 수원에 원정(KT전) 왔을 때 숙소 호텔에 찾아가서 정후와 잠깐 커피 한잔했어요.”


정후 “승우가 유럽에서 뛸 땐 가끔 국내 들어오면 그때 만났죠. 오히려 가까이 있으니 만날 기회가 더 적어요. 시즌 끝나면 계획을 잘 세워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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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를 대표해 토트넘홋스퍼와 친선경기에 출전한 이승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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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유니폼으로 바꿔 입고 포즈를 취한 이승우(오른쪽)와 이정후. 장진영 기자

올 시즌 두 선수 모두 성적이 좋은 편인데.


(※이정후는 KBO리그 타율(0.345)·최다안타(130개)·OPS(출루율+장타율·0.992) 1위. 이승우는 K리그1 득점 5위(10골)와 공격 포인트 6위(13개)다.)


정후 “승우는 줄곧 해외에서 뛰다 올해 처음 K리그에 왔잖아요.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골도 많이 넣고 이슈메이커로 주목받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싶어요. 월드컵에 한 번 더 나가고 싶어 하는데, 충분한 경험이 있으니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잘 알 거라 믿어요.”


승우 “같이 어울리다 보니 정후의 성공 비결을 깨달았어요. 우선 목표가 명확하고요, 과정은 즐기면서 도전하는 스타일이에요. 말은 쉬운데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게 참 어렵거든요. 그걸 해내니까 좋은 성과가 따라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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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소속팀을 위해 우승 트로피를 안긴 뒤 다시 만나자며 의기투합했다. 장진영 기자

Q : 올해가 호랑이의 해라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정후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0년 일기장에 야구선수로서 목표를 적었어요. 국가대표, 골든글러브, 타격왕 같은 것들이죠. 2022년의 내가 그 목표를 이뤘다는 게 신기해요. 같은 의미로 올해는 제가 이뤄야 할 나머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시기죠. 일기장에 적은 여러 가지 목표 중에 딱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이 남았거든요. 호랑이의 해에 그 꿈을 이룬다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


승우 “많은 고민 끝에 유럽 무대 도전을 중단하고 올해 K리그로 돌아왔어요. 맘껏 뛰고, 골도 넣고, 팬들과 호흡하는 모든 과정이 행복하죠. 최근에 해외에서 여러 팀이 좋은 제안을 보내주셔서 고마운데, 지금은 오직 수원FC만 생각하고 있어요. 골 세리머니를 포함해서 아직 보여드릴 게 많이 남았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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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선수(왼쪽)와 프로축구 수원FC 이승우 선수가 3일 오후 서울 고척돔구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우승 트로피 하나씩 들고 다시 만나자”


Q :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정후 “어려서부터 ‘이종범의 아들’로 자라다 보니 멘털이 강해졌어요. 경기 중 웬만해선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죠. 대신 사람들의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야구를 잘하고 싶으면서도 주목받고 싶진 않은, 이중적인 심리가 있어요. 승우도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많은 이의 시선을 감당하면서 낯선 해외 생활에 적응하고 경쟁까지 하는 게 힘들었겠죠. 승우가 어느 팀에서 어떻게 뛰든 특유의 자신감을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승우 “운동선수는 다치지 않고 좋은 성적으로 매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죠. 머지않아 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기회가 생길 거라고 들었어요. 지금처럼만 하면 그 꿈에 가까워진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다음에는 우리 둘이 우승 트로피 하나씩 들고 다시 인터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후


생년월일 1998년 8월 20일(24세)


체격 1m85㎝, 88㎏


포지션 외야수(우투좌타)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별명 바람의 손자, 천재 타자


주요 이력 아시안게임 금메달(2018)


프리미어12(2019) 국가대표


도쿄올림픽(2020) 국가대표


KBO리그 타격왕(2021)

■ 이승우


생년월일 1998년 1월 6일(24세)


체격 1m73㎝, 63㎏


포지션 윙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소속팀 수원FC


별명 코리안 메시, 뽀시래기


주요 이력 U-17월드컵 8강(2015)


U-20월드컵 8강(2017)


아시안게임 금메달(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2018)

■ 건강 얘기, 음식 얘기…유니폼 벗고 만나면 평범한 20대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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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와 K리그 모두 빡빡한 일정을 소화 중이라 이정후와 이승우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선수들과 소속 팀의 스케줄을 10여차례 확인하고 조율한 끝에 지난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인터뷰가 성사됐다. 이승우가 오전 팀 훈련을 소화한 뒤 지체 없이 이동해 경기를 앞둔 이정후를 만났다.


동갑내기 이정후와 이승우의 ‘브로맨스’는 다소 의외다. 그래도 둘은 종종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만나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운동 이야기,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사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승우가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아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종종 들려준다. 운동선수지만, 유니폼 벗고 만나면 그냥 평범한 20대 남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승우는 “저와 이정후가 만나면 둘이 무슨 이야기하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의외로 많더라. 건강관리 요령, 효율적인 운동법, 동료들 사이에 유행하는 음식이나 약 같은 것들, 그리고 야구계와 축구계에 떠도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정후가 이야기할 때는 저도 ‘야구팬 모드’로 귀 쫑긋하고 듣는다”고 털어놨다. 두 선수는 “시즌 중엔 서로 일정이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다”면서 “시즌이 끝나면 자주 보자”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송지훈·배영은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2022.08.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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