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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수리남’ 김병한 미술감독 인터뷰

제주도·전주라고?…"남미 가본적 없다" '수리남' 촬영장 비밀

by중앙일보

‘수리남’ 김병한 미술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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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가 우거진 열대우림부터 남미의 태양 아래 빛나는 바닷가와 유럽풍 대저택, 다양한 인종과 색채가 어지럽게 뒤섞인 차이나타운까지. 지난 9일 공개 후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흥미로운 스토리와 연기뿐 아니라, 이국적인 남미의 풍광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상미로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정작 이를 완성한 김병한 미술감독은 프로덕션에 돌입하기 전까지 “수리남은 물론, 다른 남미 국가도 가본 적 없었다”고 말했다. 25일 전화로 만난 김 감독은 “가보지 않은 곳을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고 ‘수리남’ 작업을 돌아봤다.



“실제 수리남은 평범…강렬한 라틴 색채 섞어”


특히 ‘수리남’ 촬영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한복판이었기에 더욱 출국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영화 ‘대립군’(2017) ‘PMC: 더 벙커’(2018) ‘백두산’(2019) 등의 미술을 담당하며 경험을 쌓은 김 감독은 “사극이나 북한 배경 작품 등을 거치면서 가보지 못한 공간을 재현하는 노하우가 쌓인 덕분에 ‘수리남’ 작업 때는 국내 세트 촬영을 더 빨리 선택할 수 있었다”며 “어떻게든 해외로 나가려고 끝까지 기다렸다면, 프리 프로덕션 시간을 맞추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수리남’ 촬영은 2개월 가량의 도미니카 공화국 로케이션 외에는 제주도·전주·무주 등 국내 각지를 돌며 이뤄졌다.


해외 촬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은 오히려 남미보다 더 ‘남미스러운’ 비주얼을 완성하는 데 물꼬를 터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수리남은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지 얼마 안 돼서 다인종이 섞여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지만, 건축 양식과 풍경이 생각보다 평범해서 영상에 그대로 담기에는 아쉬웠다”며 “멕시코나 쿠바처럼 강렬한 라틴 느낌의 색채를 차용해 실재하지 않는 느낌을 ‘퓨전식’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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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은 200m에 달하는 거리 전체를 150일에 걸쳐 전주의 오픈 세트장에 지은 경우였다. 김 감독은 “차이나타운은 방콕 등에 가서 찍는 것도 고려했는데, 이곳들의 비주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평범했다”며 “좀 더 영화적이고, 70~80년대 차이나타운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통제 가능한 세트장을 만드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비 오면 물새는 야외 세트…“‘기생충’ 미술감독에게 전화”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의 호화 저택은 외부 진입로는 제주도, 내부 서재는 전주 세트장 등 다섯 군데에서 나눠 찍고, 창과 문, 벽 등의 마감재를 통일해 같은 공간으로 보이도록 연출했다. 야외 수영장도 기존 공간을 섭외한 게 아닌, 땅을 뒤엎고 다시 다지는 과정 등을 거쳐 전주 야외 세트장에 조성한 것이었다. “실내 세트는 아무리 잘 찍어도 가짜 티가 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자연광을 받을 수 있는 야외 세트를 고집했지만, 의외의 복병은 우천 등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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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과 전요환 저택이 제일 공을 들인 세트였는데, 둘 다 오픈 세트라서 비가 오면 작업을 못하는 게 너무 힘들었죠. 세트 위에 샌드위치 패널이나 철제로 간이 지붕을 만들긴 했지만, 비가 새더라고요. 전주 세트장 부지가 영화 ‘기생충’ 저택 세트가 있던 곳이어서 이하준 미술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지붕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웃음)



교도소 벽도 페인트칠…“재소자들 통제 안돼 작업 방해하기도”


드론 뷰, 바닷가 등 자연환경 위주의 촬영이 이뤄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도 미술감독의 일이 적지 않았다. 강인구(하정우)와 전요환의 후반부 호숫가 싸움을 촬영한 현지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빽빽한 밀림 느낌이 안 나서” 나무를 추가로 심었고, 실제 도미니카 대통령궁에서 이뤄진 촬영 때도 “크고 고급스러운 가구가 없어서” 급하게 현지에서 직접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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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공화국의 한 교도소에서 이뤄진 촬영 때도 벽에 적힌 스페인어 글자를 수리남에서 사용하는 네덜란드어로 바꾸는 등의 작업을 해야 했다. 김 감독은 “재소자들이 철저히 통제가 안 돼서 자꾸 옆에 와서 ‘사진 찍자’고 하거나, 비속어를 쓰는 등 작업을 방해하는 통에 일하는 게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도 벽에 네덜란드 슬랭으로 낙서를 하고, 국산 트럭을 남미 차처럼 보이도록 칠하는 작업 등 미술팀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김 감독은 “감독님과 배우들이 현장에 오자마자 우리가 준비한 것들에 놀라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1차 목표였다”며 “그래서 작은 소품에서도 디테일을 최대한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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